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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대작드라마 '아이리스'의 허실

  벌써 16년 전인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지음)라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1993년 8월 출간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5백만 부 넘게 팔리면서 밀리언셀러는 못되었을망정 베스트셀러 소설로 한동안 군림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소설이 독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핵’ 때문이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북한의 협박과 겹쳐 핵무기 소재가 일반대중의 심리적 불안감에 불을 질러 그 소설을 너도나도 읽게 한 셈이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KBS 20부작 드라마 ‘아이리스’가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리에 방송된 것도 일단 그 때문으로 보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선 남 · 북한 합작으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일본을 향해 발사까지 하고 있다. 허구의 그 사실이 너무 통쾌하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 대리만족이거나 카타르시스다.

  그 동안 남북정상회담이 두 번씩이나 열리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남북한이 공동의 적인 아이리스와 맞서 함께 싸우는 설정이 새로운건 사실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조성된 남북한 경색 국면에 그런 서사구조가 안타를 친 셈이라고나 할까.

  물론 스피디한 화면전개라든가 할리우드식 스펙터클한 총격전장면, 화끈한사랑과 진한 우정묘사 따위가 한몫했음도 확실하다. 200억 원의 제작비, 헝가리 · 일본 · 홍콩 등 외국 및 최초의 광화문 총격신 촬영, 7개국 해외수출계약, 이병헌 · 김태희 · 정준호 · 김소연 · 김승우 등 호화 캐스팅 역시 ‘아이리스’를 확실히 ‘찜하게’한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인기 캡이었으면 내년 5월 촬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 보도될까! ‘태왕사신기’(400억 원), ‘로비스트’(120억원), ‘태양을 삼켜라’(120억 원) 등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대작들이 ‘돈값’을 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아이리스’의 성공은 기록해둘 만하다.

  그래서 해주는 말이다. 우선 멜로라인의 지나친 부각이다. 극중 전개상 멜로는 양념 수준이어야 맞을 것 같은데, 초반부 현준(이병헌)과 승희(김태희)의 노골적 사랑이 너무 부각됐다. 서로 운명이 갈려 한동안 뜸하더니 후반부(18,20회) 들어서 다시 그들의 애정행각이 ‘난무’한다. 

  1분 간격으로 입맞추고, 키스하고, 애무하고, 포옹하고, 상의 벗은 채 침대의 잠자리까지. 제주도 여행에서 전개된 그런 장면들에 채널을 확 돌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 이가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선화(김소연)와의 애틋한 사랑이 심금을 울린다. 서로 죽이려는 적에서 특히 선화의 현준에 대한 이성적 눈뜸과, 무심하기만한 현준이 그걸 깨닫게 되면서도 행동절제의 눈빛만으로 받아들이는 그려내기가 돋보인다. 남북화해라는 상징적 메시지도 담고 있어 더 그럴 듯하다.

  많은 장면들이 황당하여 너무 드라마틱한 점도 앞으로 제작할 ‘아이리스2’를 위해 되새겨볼 대목이다. 가령 19회에서 빅(최승현)의 현준에게 일방적 당하기는 실소를 자아낸다. 그가 누구인가? 수많은 죽음을 갖게 한 일당백의 킬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캐릭터 형상화의 통일성 결여이다.

  현준 단독의 공격도 무모해보여 리얼리티를 반감시킨다. 예컨대 총기로 무장한 보초병이 득시글거리는 아이리스 아지트에 대한 단독 침투가 그렇다. 현준을 총상으로 죽게 한 마지막 장면도 뜬금없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아이리스로부터 암살되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승희로 전개됐으니까.

  사우(정준호)의 죽음에서는 ‘한국적 경지’를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서서히 죽고, 모든 걸 용서하고, 끝내 눈물을 짜내는 식의 한국적 경지 말이다. 사실 사우의 이적행위는 사랑을 뺏긴 개인적 원한 따위로 연결되어 있다. 그가 그런 죽음을 맞기엔 당위성이나 설득력이 너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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