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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빨간 우체통


언제부터인가 우체국 앞을 지날 때마다 발길이 멈춰지고 보낼만한 편지가 없는데도 한번쯤은 우체통을 만지고 지나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 속에서의 낯선 얼굴과 항상 마주치는 사람끼리 무표정하고 바쁘게 지나쳐버리는 출퇴근 시간이 일과처럼 돼버렸지만 빨간 우체통의 정서만은 떨쳐버리지 못한다.

여름방학 때 이메일로 보내는 아이들의 편지는 너무 간략하고 함축되어서 편지다운 편지가 되지 못했기에 겨울방학에는 "정성껏 쓴 편지를 우체국에 가서 친구와 선생님께 부쳐보도록 하자"는 숙제를 냈었다. 그것도 편지지 한쪽은 꼭 써야 한다는 단서와 함께.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아이들로서는 귀찮고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년을 같이 지낸 제자들이기에, 또 숙제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에 편지쓰기가 가능한 일이었을 듯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뭘 하고 지내시나요?"의 안부편지에서부터 스키장에 다녀왔노라는 자랑, 아이들과 선생님이 보고싶다는 애교 섞인 내용은 그런대로 방학의 보람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글씨의 필체나 모양이 2학년인지 4학년인지 모르게 삐뚤삐뚤해서 아파트 경비아저씨까지도 "몇학년 편지에요?" 하고 질문을 던질 정도다. 글씨는 마음의 창이라고 읊었지만 컴퓨터의 자판을 즐겨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글씨 모양을 탓하랴.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선 지금은 경륜과 경험으로 포용력 있게 일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세월의 흐름에 의해서 팽팽한 젊음은 아닐지라도 열과 성의는 식지 않았음을 다짐한다.

"선생님, 올 한해는 무용 많이 배우고 즐거웠어요. 특히 운동회 때 가르쳐 주신 '아름다운 세상'의 율동을 잊을 수 없어요. 제가 자라 훌륭하게 돼서 'TV는 사랑을 싣고'에 선생님을 초대할 거에요. 선생님 사랑해요."

제자의 편지 구절을 떠올리며 일년에 한번만이라도 내 손으로 정성껏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서 메말라진 정서를 되살려 보자고, 이번 방학은 빨간 우체통의 정서를 만끽하였노라고 내 제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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