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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의교육> 영국, '그라마스쿨' 폐지 논란


영국 중등학교(5년제)들은 그 동안 보수당, 노동당 중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평준화' 또는 '자율화'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1997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평준화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지난 6년 간 노동당 정부는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침묵으로 일관했던 두 명의 전직 교육부 장관과는 달리 새로 임명된 찰스 클라크 장관은 취임 한 달만에 "현행 '선발제' 시스템의 득과 실을 재평가하라"는 지시를 내려 교육계가 촉각을 집중하고 있다.

70년대 말, 노동당 정부는 '76년 교육법' '79년 교육법' 개정을 통해 중등학교의 진학시험을 폐지하고 평준화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콤프리헨시브'라는 '종합학교' 형태가 전체 중등학교의 88%로 늘어났다. 반대로 학교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걸러가던 '그라마스쿨'은 점차 사립학교나 종합학교로 전환돼 79년 당시 전체 공립중등학교의 18%를 점유하던 것이 91년에는 3%로 줄었다.

하지만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고 '91년 교육법', 즉 학교자율화정책이 추진되면서 이들 학교는 독자적인 학생모집체제를 갖춘 완벽한 형태의 '선발제 학교'로 복귀했고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그리고 현재 노동당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이들 학교는 여전히 중등학교 진학 학생들을 성적 등 다양한 잣대로 평가하며 걸러내고 있다. 우선 천여개의 사립학교가 일차로 선발한 후, 160여 개의 그라마스쿨이 걸러가게 된다. 이어 카톨릭계 공립학교가 걸러가고, 그 외 종교법인체 공립학교가 걸러간 후에 나머지를 일반 공립학교가 모두 받아들이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학교간 격차가 심화되는 등 병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라마스쿨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수업료 전액을 자비부담으로 운영하는 사립학교는 일단 논쟁에서 제외하는 반면 같은 공립학교 신분을 가지면서 아무 제약 없이 독자적으로 아동을 선발하는 그라마스쿨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라마스쿨 폐지 주장에 대해 노동당 정부는 뾰족한 입장표명이 없는 상태다. 97년 총선 당시 학교자율화의 폐해를 들며 교육개혁을 하겠다고 외쳤던 노동당의 이 같은 태도는 그라마스쿨 폐지론자들로터 '배신행위'로 간주돼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노동당 정부는 '1999년 법'에 의해 '주민투표'라는 대안을 내놨다. 중앙정부가 법을 개정해 그라마스쿨을 일괄 폐지할 것이 아니라 그라마스쿨 주변 주민들의 투표로 존폐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 법의 공표에 따라 2000년 3월 요오크셔 지방 '립폰 그라마스쿨'이 처음 존폐를 묻는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존속 1493표, 폐지 747표로 존속시키자는 결과가 나왔다. 폐지론자들은 투표결과에 불복하고 상고장을 신청했지만 교육부는 그 심사절차를 거부했다.

그라마스쿨 폐지론자들의 논지는 학생 선별로 인해 학교별 성취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전체 단위에서 평점을 끌어 올려주는 그라마 스쿨의 공헌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도 아직 여러 능력의 아이들을 혼합시키는 것이 전체 평점을 올릴 수 있는지, 아니면 능력별로 나눠 가르치는 것이 나은지, 일관된 연구결과를 내놓지 않아 혼란스런 상태다.

양극화 현상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잉글랜드 내 164개의 그라마스쿨 중에서 39개가 모여있는 영국 남동부 켄트 지역이다. 이 지역 중등학교 졸업시험인 GCSE 결과는 평점 54%로 전국평점 50%보다 4%나 높다.

하지만 교육부 감사국의 평가를 보면 '요주의 학교(very poor)' 등급으로 판정 받은 학교가 그 관할구 내 전체 학교 수의 56%에 이르며, 전국 평균 28%의 두 배나 된다. 또한 '폐교 권고'(failing school)를 받은 학교도 3.8%에 달해 전국 평균 1.4 %의 세 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크 교육부 장관은 "현재까지 살아남은 164개의 그라마스쿨을 법을 개정해 죽이고 싶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그 결과를 2004년 교육법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월 1일 블레어 수상의 정책자문연구소(Institute of Public Policy Research)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수도와 같은 대도시에서의 부모의 학교 선택권이라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선별을 하고 있는 런던 내 19개의 그라마스쿨, 카톨릭계 공립학교, 그리고 특수법인체 공립학교들에게 지방 교육청이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현행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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