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교육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교육정책 가운데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이 있다. 초·중·고 교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증원을 자유롭게 하는 등 다른 공무원과의 차별화 내용이 그 골자이다.
말만 들어도 교원들 사기가 확 돋는 정책이지만, 어쩐지 피부로 썩 와닿지 않는다. 물론 이유가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한국교총과 교육부의 교섭 합의사항일 뿐 아니라 국민의 정부와 그 이전 정권에서도 한번쯤 '깜짝 카드'로 써먹은 대통령 선거 '공약(空約)'이었던 것이다.
교육부도 그 점을 의식한 것일까. 보수 인상이나 교원 증원 등을 하려면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 등 타부처의 사실상 통제를 받는 현행 시스템을 뛰어넘는 우수교원확보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침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은 국회 제1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입법가능성이 커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한나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당의 공통공약을 추출해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더욱 신뢰를 준다. 그러나 또다시 말잔치로 끝나버릴 것같은 우려도 있다. 기초연구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2004년까지 우수교원확보법을 제정한다는 교육부의 계획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노무현정부는 2003년 2월 25일 출범한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웬만큼 틀이 잡힌 우수교원확보법을 자그만치 1년 10개월에 걸쳐 제정한다니, 도무지 확실한 믿음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만약 다른 공무원이나 일부 부처의 반대 여론이 생기면 국민의 정부처럼 질질 시간만
끌다가 없었던 일로 해버릴 셈인가.
전국의 40만 교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2년이나 미적거리다가 내놓은 이른바 '교직발전종합방안'의 교원처우개선이란 것이 얼마나 교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처참하게 했는가를.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은 단순히 교원들 처우개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4분의 1이 학생이다. 부모 등 관련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국민의 관심사이지 과제가 바로 교육문제이다. 교육을 백년대계로 생각하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교육의 주체라 할 교원이 대한민국처럼 소홀히 대접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그렇듯 질질 시간을 끌만큼 오늘의 공교육 현실이 한가하거나 여유롭지 않다. 모두들 학교붕괴니 교육대란이니 말하면서 그것을 타파할 바법 중 하나인 우수교원확보법을 제정하는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지 전국의 40만 교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교육문제는 경제보다 더 시급한 과제이다. 우수교원확보법은 새정부 초기에 '혁명적으로' 제정되어 늦어도 2004년부터 시행되어야 한다.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이 또다시 말잔치로 끝나지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