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나기를 위하여 나무들의 수액이 서서히 뿌리 밑으로 내려가는 계절, 진실로 반가운 소식 들었다. 우선 내 시상의 원천이 되어준 애 사과와 호박덩굴의 학교에게 감사한다. 먼 땅에서 오는 좋은 기별 하나가 메마른 골짜기에 사는 내 심령의 뼈를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수취인 불명'이 되어 마땅한 영혼의 주소를 찾지 못한 채 이질의
거리를 떠돌아 다녔을까?
떠듦이 곧 삶이요, 호흡인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지내온 지 얼추 이십 년이 넘어버렸다. 교실에서 두더지 잡기 놀음에 지쳐버린 나의 호주머니에 그래도 해바라기 씨앗을 슬그머니 넣어주는 악동들의 순수가 있기에 그 많은 시간들을 용케도 버텨왔나 보다.
'영감은 부차적인 것, 일차적인 것은 즉흥적인 구성'이란 말에 두고두고 공감한다. 학교현장에서 건져 올린 정서와 심상들이 울타리 안에서만 통하는 온실 재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보다 넓게 입을 벌려 긍정하며 전 우주를 온 마음으로 껴안으리라! 호흡하는 것들과의 끊임없는 교감과 연민의 정을 몸소 느끼면서 규칙적인 삶의 시계보다 느림의 미학과 게으름에 대한 찬양도 아끼지 않으리라.
또한 글쓰기는 외상(trauma) 경험에 대한 애도과정이라 하였다. 감히, 시 치료를 통해 상심한 아이들과 소외된 사람들의 심령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겠다. 끝으로, 미흡한 작품을 골라주신 심사위원과 늘 곁에서 관심 있게 지켜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