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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표절 따라 하기



표절 따라 하기

  2007년은 표절에서 시작해 표절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초 연세대 마광수 교수의 제자 시 표절기사가 신문을 ‘화려하게’ 장식하더니 12월말 서양화가 이두식 홍익대 교수와 극작가 이선미의 표절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소설 ‘즐거운 사라’로 외설논란을 불러 일으킨 마광수 교수의 유명세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지만 두 사람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부연해야 될 것 같다.

   먼저 이두식 교수는 2008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그는 국내 화단을 대표하는 서양화가이다. 제17대 한국미술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개각때마다 문화관광부 장관 물망에 오를 만큼 꽤 유명한 미술인이다. 그런 그가 2005년 취득한 박사학위논문에서 국내 석ㆍ박사 학위논문 11편을 짜깁기했다는 것이다. 

   이선미는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TV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쓴 극작가이자 로맨스 소설가이다. 그의 또 다른 소설 작품 ‘경성애사’가 TV드라마로 방송된 바 있다. 그 소설 일부분이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흡사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긴 2006년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교수시절 발표한 논문의 표절의혹으로 낙마하기도 했다. 그들 모두 표절 사실을 시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았거나 받을테지만, 소위 지도층 인사들의 그런 행태는 단순히 거기서만 그치지 않아 심각한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어린 학생들의 표절 따라 하기가 극성을 부리는데도 그들을 훈계하기가 어렵다. 윗물이 맑지 않으니 아무리 훈계를 해도 먹혀들지 않는다. 표절이 학생들에게 그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국어교사인 나는 교내백일장과 독후감쓰기에서 표절한 작품을 심심치 않게 걸러내고 있다. 어느 때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다. 해마다 겪는 연중행사이다. 적게는 3~4명 많게는 10여 명씩 표절학생을 발견한다.

  참으로 딱한 것은 표절사실을 잡아내기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딱한 일은 해당 학생을 불러 표절은 범죄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뭐라 혼내도 그들의 표정에서 죄의식 따위를 읽어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로선 나름대로 축적된 노하우로 다 걸러냈다고 판단될 때 수상자 발표와 함께 학교신문이나 교지에 게재하곤 한다. 그런데 그후에 표절로 드러난 경우가 있었다. 그 당혹감과 혼란을 어떻게 필설로 다할 수 있겠는가. 수상을 취소하고 생활기록부 등재기록을 삭제시키고….

   아마도 학생들의 글쓰기 표절사실은 언론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지 싶지만 사실은 모든 학교가 썩 자유롭지 못할 터이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죄짓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만, 제발 표절 따라 하기만큼은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문화관광부가 이와 관련, 피해자 신고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논문의 표절 여부를 미리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를 구축한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관건은 ‘양심’이다. 표절은 범죄라는 법적 사실을 떠나 우리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겠는지를 생각하는 어른들의 양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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