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고 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조사에서 모두 교사를 1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593개 초․중․고 재학생 1만 59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발표에 따른 것이다.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15.8%로 1위였다.
그뿐이 아니다. 2005년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발표한 ‘청소년 종합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교사가 13.1%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직업능력 개발원 오호영 부연구위원은 “학생들이 교사와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교직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 설문조사를 접하는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노상 무릇 학생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어 있는 직업이 교사인지라 오히려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까지 한다. 비록 사표(師表)는 되지 못한다하더라도 품위를 잃지 않는 교사가 되어야 함을 일깨우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교사들의 행태는 그런 학생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린다. 먼저 10월 중순 전주의 한 고교 교사는 보충수업에 이유없이 빠졌다는 이유로 학생 2명을 죽도로 마구 때렸다. 그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됐고 지상파 방송의 전파를 탔다.
10월 말경 정읍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과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밤 10시 부안군 계화면의 한 제방 위 자신의 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뒤 8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는데, 여학생의 나이는 만 13살이다.
11월 중순경 경기도 김포외국어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신입생 입학시험 문제를 유출한 뒤 잠적해버렸다. 경찰에 따르면 그 교사의 계좌에 시험 일주일 전 1천여 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단다. 친분 있는 학부모에게 “시험문제가 내 손에 들어오면 도와주겠다”는 말도 했다고 들린다.
12월 초 울산의 한 고교 교사는 1학년 학생의 종아리를 길이 50Cm 가량의 학생지도용 몽둥이로 수 차례 때렸다. 그것도 모자라 학생의 머리와 어깨 등을 10여 차례 더 때렸다. 학생은 골절상 진단과 함께 구타에 따른 정신적 충격도 받았다. 교사의 체벌 이유는 머리가 길어서였고, 지각까지 했다는 거였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교사들의 범죄 내지 사건은, 우선 ‘너희가 선생님이냐’는 비난에 아무런 답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여중생 원조교제와 시험문제 유출사건의 경우 같은 교사라는 사실조차 부인하고 싶을 정도로 참담한 마음이 생기는 게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에 비해 체벌사건은 좀 나아 보이는 듯하지만, 그들을 옹호하거나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백번 이해해 교육자로서의 충정이라 생각하려해도 그 ‘무지’와 ‘시대불감증’이 납득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교사의 감정이 실린 체벌은 폭력이지 ‘사랑의 매’ 따위는 결코 아니다.
울산의 경우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 외 3군데는 모두 사립학교라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그들은 복지부동의 반대인 열정이 끓며 넘치는 것 같다. 혹 그러지 않을 때 자리가 위태로운 모종의 압박을 받기라도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오해는 없기 바란다. 공립학교 교사들이 복지부동으로 학생을 지도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분명한 사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행위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제발 ‘너희가 선생님이냐’는 질타를 받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하는 교사가 되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