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라북도는 맞춤형인재육성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대략적 내용은 이렇다. 전주시ㆍ군산시ㆍ익산시에 거점학교를 만들어 각 고등학교의 성적우수학생(4~12%범위)을 뽑는다. 그 학생들은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초빙된 사설학원의 유명강사 등으로부터 맞춤형교육을 받는다.
전라북도의 이런 인재육성사업에는 도내 학생들의 우수대학교 진학률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또 “경쟁력 있는 교육환경 조성만이 경제 살리기에 기여한다” 는 김완주 도지사의 인재육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실려 있기도 하다.
이런 보도에 일부 학부모들의 찬성과, 교육단체의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 전라북도 담당과장은 “반대 여론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교육청과 교육주체 등과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제도의 취지를 설득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혀 추진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전라북도의 인재육성사업은 위험한 발상의 수월성 교육일 수밖에 없다. 우수한 학생들을 별도로 모아 교육하는 방식인 수월성 교육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도 일맥상통해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평준화로 대변되는 평등교육의 훼손을 우려해서만 수월성 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위험한 발상의 수월성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재원의 출처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수월성 교육에 쓰일 돈은 70억 원쯤으로 알려졌다. 그 70억 원은 어떤 돈인가? 도지나나 담당과장의 주머니 돈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낸 세금으로 마련된 전라북도의 예산이다. 공익성ㆍ보편성이 두루 담보되어야 하는 국민 혈세인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는 동문들이 출연한 돈으로 실시하는 고교의 인재육성사업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렇듯 동문들이 모교발전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십시일반 모아준 돈 가지고도 수월성 교육을 하지 못하는 학교현실이다. 하물며 지자체가 노골적으로 인재육성사업을 벌인다니 말도 안된다.
요컨대 학교의 중ㆍ하위권 학부모들이 낸 세금도 포함된 지자체의 예산을 그렇게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것은 개인 독지가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긴 할망정 지자체에서 나설 프로젝트는 아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도 적극 환영할 일이다.
전라북도의 수월성 교육은 지자체가 나서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더러 이 땅에 만연한 일류병 부추기기라는 오해도 뒤집어 쓰는 위험한 발상이다. 정녕 전라북도가 인재육성을 원한다면 도는 물론 시ㆍ군의 학교에 대한 교부금 등 법정전입금이라도 착실히 내려 보내게 해야 할 것이다. 또 조례제정을 통한 교육비 보조 등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를 예로 들긴 했지만, 비단 거기서 그칠 지적만은 아니다. 동아일보(2007. 2. 22) 보도에 따르면 충청남도ㆍ경기도ㆍ제주도ㆍ부산시ㆍ대전시 등 5개 광역자치단체와 충북 보은ㆍ경북 울진ㆍ경남 합천ㆍ전북 순창ㆍ전남 목포 등 5개 기초자치단체가 이미 수월성 교육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전국의 246개 지자체(광역16, 기초 230개)들이 인재육성이라는 미명하에 수월성 교육을 확대해나간다면 그 10% 이외의 학생 및 학부모들의 상심이나 위화감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