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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에게도 기회를


형제자매가 최소 3명 이상이었던 50 · 60년대 둘째로 태어난 사람은 장남에게 치이고 막내에게 귀여움을 뺏겨 서러움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은 먹고 살기 바쁘셨기 때문에 집 안의 대장인 5살 위인 형은 완전 독재 군주였습니다. 사사로운 심부름은 온갖 내 몫이었고, 반발은 곧바로 주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난 참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습니다.

공부는 초등학교 때 중간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는 무식하게도 월말 평가 결과에 따라서 1등부터 꼴등까지 석차 순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중학교 입학할 때 아버지 사업 실패로 학교를 다니네 마네 하는 일이 충격이 되어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전교 20등을 벗어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대항 실험 실습 경진대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과학시간에 실험 실습 위주의 교육이 강조되고 있고, 교사들도 되도록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칠판 가득 필기하고 설명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었습니다. 아마 이것을 개선하고자 시작된 대회인지도 모릅니다. 과학교과의 필기시험에서는 내가 전교 1 · 2등 이었으나 공부시간에 발표도 못하고 무엇을 물어보아도 우물 주물 거리고, 특별히 학원도 다니지 않는 내가 물리 담당이셨던 담임선생님은 믿을 수가 없었던가 봅니다. 나대신 눈물을 머금고(?) 발표 잘하고 똑똑한 전교 회장을 비롯한 4명이 팀을 이뤄 대회에 출전하도록 결정하셨습니다.

한 달 동안 과학실에서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실험하는 친구들의 모습과 부러워 쳐다보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찡해 옵니다. 혹시 나에게 기회를 주셨더라면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지 어찌 압니까?

아이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의 심부름을 무척 좋아하며, 특권으로 여깁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자기를 시켜 주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례적으로 일에 대한 실수 걱정이 없는 반장이나 똑똑하다고 인정받은 아이의 몫으로 돌아가 늘 실망을 하게 됩니다. 심부름이든 반대표 출전 대회이든 학교 대표 대회이든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출전권을 주시는 것을 고려해 보지 않겠습니까? 이것 또한 공정성의 문제가 대두되기에 교사의 결단력이 요구되기는 합니다.

말은 안하지만 아이들은 외칩니다.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나에게도 기회를 달라!’

어찌 압니까? 선생님께서 한 번 준 기회가 그 아이의 삶을 전혀 다르게 바꿔 놓거나, 멋진 선생님으로 기억되어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하게 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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