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7일 밤에 방송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실-선생님들은 왜 침묵하는가’ 는 공교육 붕괴가 오늘 갑자기의 현실은 아니지만, 일단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은 오늘날 교실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잡아냈다. 1교시부터 잠자는 아이들, 그것을 깨우지 않고 자기 수업만 하다 끝종이 나니 나가버리는 교사들 모습이 그렇다. 거기에 더해 학원을 더 믿고, 강사를 더 따르는 학생 및 학부모의 반응까지.
그러나 그런 현상을 교사들의 침묵이 주범이라고 보는 접근은 꽤 불만스럽다. 결국 60분 방송이 교사가 살아 움직여야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어서다.
예컨대 ‘일그러진 교실’은 교사들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는 전반적으로 노는 분위기이다. 뭔가 해보려는 교사들은 낙인찍히고, 그래서 그냥 ‘철밥통’ 이 되어버리는 것을 택하기 일쑤이다.
물론 뭔가 해보려는 교사들의 의지가 관리자나 당국에 의해 꺾이는 것이 지금 학교의 현실이다. 공립학교야 많이 불식되었지만, 사립학교는 아직도 수직계통의 지시와 명령이 횡행하고 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러나 역시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침묵하는 선생님들을 깨워야 할 방법을 정부와 사회에 촉구하고 있지만, 방송은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선생님들은 왜 침묵하는가’ 해놓고 정작 그 이유나 배경에 대한 접근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아이들이 학교에선 잠만 자고, 하교후 학원을 가는 것이 교사들 탓인가? 학교수업만 가지고는 소위 일류고나 명문대를 못간다는 불안감때문 학원을 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당연히 거기엔 학교수업과 괴리된 ‘요상한’ 문제들로 신입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측의 ‘공교육 깔보기’가 자리잡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대학입시는 학원들의 주수입원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들은 수능시험만으로는 변별력이 없니 어쩌네 하면서 공교육과 엇박자로 나가고, 소위 일류학교를 가려는 극히 일부 학부모들이 그에 부하뇌동하며 정부 정책이나 학교 교육을 불신해대는데, 그것이 어찌 교사들 잘못의 ‘일그러진 교실’ 이란 말인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하긴 그것이 어찌 대학측만의 잘못이겠는가.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의 책임은 그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참여정부 5년째되는 동안 교육부가 한 일이라곤 사교육비경감대책이라는 방과후 학교운영뿐이니 말이다.
아이들이 잠만 자는 교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정규수업만으로도 서울대나 특목고에 갈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의 입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허리까지 휘면서 어느 학부모가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키려 하겠는가?
교사의 침묵과 무능에 대한 질책은 그 다음 일이다. ‘일그러진 교실’이니 공교육 붕괴라는 지적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것의 주원인을 교사들의 무사안일과 경쟁마인드 부재에서 찾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