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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련한 기억 속의 까마귀

요즘 고향 생각이 잦다.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회귀본능인가. 친구들과 뛰어 놀며, 한걸음에 내달리던 그 산길, 그 골목길이 그립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렸다. 따뜻한 마음의 안식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7살까지 시골 외가에서 자란 탓인지 어린 시절 외가의 추억이 더 아련할 때가 있다. 그때 외갓집 뒤에는 논 50마지기에 해당하는 큰 대밭이 있었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대밭의 풍경과 그 속에서의 놀이, 그리고 정서가 그리워진다. 그 때 그 대밭엔 까마귀가 참 많았다. 겨울철이면 먹이를 찾아나서는 낮 동안을 제외하고는 까마귀의 무리 항상 대밭 주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뒤에도 대나무와 까마귀는 항상 어린시절 상상화 속에서 동반 등장했다. 외롭게 서있는 대나무보다 까마귀가 대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풍경이 훨씬 더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먹을 것과 단백질 공급이 부족했던 그 당시에는 밤이면 외가 아저씨와 친구들이 어울려 까마귀 포획작전에 나선다. 전등과 긴 마당 빗자루를 들고 대밭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대나무 밑의 배설물을 촉감으로 확인한다. 배설물이 말랑 말랑하면 분명 까마귀가 한, 두 마리가 바로 그 대나무에 앉아 있다. 갑자기 대나무를 힘껏 흔들면 까마귀가 '푸드득'거리며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진다. 다음엔 빗자루로 덮어 잡는다. 무와 파, 쌀을 넣어 까마귀온밥을 끓여 야식을 배불리 즐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의 그 온밥 맛은 지금의 어느 음식 맛에도 비교할 수 없는 별미 중의 별미다. 언제 다시 이런 추억을 재현할 수 있을지? 정말 다시 한 번 꼭 해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대부분은 까마귀하면 불길한 철새로 생각하지만 어릴 적 추억 때문인지 까마귀가 정겹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 강변 한 테니스코트에서 야간 경기를 하면서 까마귀 무리들이 대밭에 잠자러 내려앉기 전의 야간 군무를 보고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환한 라이트 경기장 주위에서 오합지졸의 군무가 이어질 때 마다 떨어지는 배설물에서 지독한 비린내가 났다. 그때의 까마귀는 전혀 비린내를 풍기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정말 이상했다. 먹이와 자연환경 탓일까? '까욱까욱' 울어대는 울음소리도 예전 같지 않았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우리 인간을 자극하고 원망하는 소리 같았다. 서툰 경기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까마귀는 썩은 동물이나 물고기, 쥐, 과일 등을 먹는다. 번식이 끝나면 집단을 만들어 대나무가 있는 휴식처와 채식지역을 정하여 조석으로 왕복한다.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며, 더욱이 영리한 새이어서, 그 방제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철새인 까마귀 청둥오리 등의 배설물에서 나왔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대자연이 우리에게 큰 재앙을 준비하고 있지나 않는지 좀 불안한 생각이다. 부디 우리 울산의 철새에서는 이러한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기를 바란다. 시 당국과 우리 시민 모두는 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먼저 십리대밭을 중심으로 한 생태환경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환경오염 등의 영향으로 어릴 적 아름다운 낭만과 향수가 하나씩 사라질까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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