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연휴는 잘 보내 섰는지요? 지나온 한 해 동안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시던 여러 선생님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이제 좀 쉬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보충수업이 이어지네요. 이것이 우리 인문 고등학교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합니다만......,
어제 오후에는 머리도 식힐 겸 혼자서 산행을 다녀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지난해 본교로 부임한 후 오늘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최근 보름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유예를 원하시는 분이 없어 붙들려고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에 남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고 그분들이 다들 열정적이고 우리 아이들과 학교에 꼭 필요한 분들이라 모두 붙들어 두고 싶지만 현실이 그러질 못해 정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실은 이야기도 한번 꺼내 보지도 못한 분들도 계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해를 학교에서 보냈지만 이렇게 인간적인 고뇌를 해보긴 처음입니다. 이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저의 처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대신해 줄 누군가 있다면 해결을 맡기고도 싶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유예관계로 교육청에 세 번이나 건의를 했고 결정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담당자에게 우리는 특수여건이니 단 한사람만이라도 더 올리겠다고 했습니다만, 모든 것이 제 능력부족인가 봅니다.
마음에 걸리는 선생님이 참으로 많습니다. 앞으로 이분들의 얼굴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고 죄송스럽습니다. 이 죄송함은 오래오래 제 마음에 빚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자랑스러운 선생님들!
여러모로 서운하시겠지만 그런 감정은 거두어주시고 새로운 학교에서 훌륭하신 교장, 교감선생님 그리고 좋으신 선생님들과 만나길 바라며, 또 다른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그 열정을 마음껏 펼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슬기롭게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더 보람된 생활하시길 기원합니다.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날 계획 잘 세워 희망과 기쁨의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투리 방학만이라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