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8일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중학교 학생 6명이 가면을 쓴 채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학교쪽으로부터 이런저런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과 함께 한 기자회견이었다.
역시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청소년 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 청명고가 학생들의 표현·집회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바 있다.
두 가지 사례의 핵심적 내용은 지나친 두발단속과 도가 넘은 체벌로 요약할 수 있다. 학생들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두 가지 문제는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긍정 또는 옹호론과 그 반대의 생각이 팽팽한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나같이 빡빡머리와 교련선생님 워커발에 ‘쪼인트’ 까지기를 예사로 알고 고교시절을 보낸 세대의 교사들로서는 지금은 양호한 편이라 생각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그렇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두발단속이나 체벌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그것보다 학생들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2명의 교사가 들어가는 시험감독이다. 수능 같은 국가시험도 아닌 교내 중간·기말고사에서 두 명의 교사가 감독을 하는 건 소리없이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연원을 따져보면 그야말로 가긍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사 2명의 시험감독은 2004년 수능시험에서의 부정사건이 터진 후부터다. 수능고사장내 휴대폰 반입금지따위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요란을 떨어대던 교육부의 강력지침이 시·도교육청에 전달되면서 생긴 일이다. 요컨대 불량한 극소수 부정행위자때문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컨닝을 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에서 비롯된 전체주의적 사고관을 감추고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컨닝을 하려면 감독교사가 2명이건 1명이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학생들 말에 귀 기울여 볼 때 ‘어른들의 한바탕 쇼’ 로 비칠 소지마저 다분하다.
물론 학생들이 시험중 부정행위를 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요컨대 학교가 학생 전체를 범죄자로 예단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설사 범죄자라하더라도 확정되기 전까진 죄인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모욕하면서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강조하고 스승의 권위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상한 것은 언론의 무관심 또는 침묵이다. 두발이나 체벌과 비교가 안될 만큼 아주 교묘하고도 조직적으로 학생들 인권침해가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는데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을 별로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할 언론마저 학생을 범죄자 취급하는 교사 2명의 시험감독을 옳다고 보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기도 관내 109개 초·중학교(중학교 13개교)에선 감독교사 없이 시험을 실시한단다. 더욱이 ‘정직성 교육 강화차원’에서 실시하는 무감독 시험 실시 학교 수가 지난 해보다 늘어났다고 하니,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컨닝 등 부정행위 학생에게는 법이나 교칙에 따라 처벌을 가하면 된다. 입시지옥의 교육여건개선을 간과한 채 그런 원시적 미봉책으로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교사로서 학생들 대하기가 너무 부끄러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