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까지 문화일보·교육부·한국언론재단·SK네트윅스가 공동 주최한 ‘전국학교미디어콘테스트’ 가 어찌된 일인지 올해부터 한국언론재단 단독 주최의 ‘2006년도 NIE우수수업사례 및 학교신문, 교지우수작 공모’ 로 실시되었다. 이미 심사결과 발표에 이어 8일 시상식이 치러졌다. 재단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하고 엄격한 지역예심과 본선심사를 시행했” 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학교신문·교지공모에는 내가 보기에 몇 가지 의문점 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심사기준이다. 주최측이 제시한 심사기준은 5가지다. 작품내용·제작과정·편집체제·표지·인쇄제본 등이 그것이다. 그중 ‘교육적 공헌·편집내용의 창의성·학생작품의 질적 수준’ 등 3개항으로 된 작품내용이 가장 많은 배점(40점)이다.
결국 ‘교육적 공헌’ 이 당락을 좌우하는 셈인데, 이건 잘 맞지 않는 심사기준이다. 특히 ‘학생작품의 질적 수준’ 이 그렇다. 교지의 경우 일반계와 실업계 학생들의 학습량이나 면학 분위기 등 모든 것이 다른데, 어떻게 학생작품의 질적 수준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 될 수 있는가?
학교신문의 경우 학생작품의 질적 수준은 전혀 말도 안되는 심사기준이다. 학생기자들이 쓰는 사실보도의 신문기사에 무슨 질적 수준을 가지고 심사를 한다는 것인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어쩌다 실리는 일반 학생들 문예작품의 질적 수준이라면 이 역시 실업계 차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시해야 할 심사기준은 계속발행 여부이다. 교지야 어느 학교든 1년에 한 번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 말할 나위가 없지만, 신문은 다르다. 예컨대 3개월마다 정기발행하는 것과 공모에 출품하려고 1년에 한 번쯤만 내는 신문이 같을 수는 없다. 아니 1년에 한 번 내는 것도 신문이라 할 수 있는가?
계간의 경우 연중 학교신문제작에 참여하게 되지만, 1년에 한번이라면 교지처럼 한두 달 반짝하면 만들 수 있다. 이 점은 일반계 고교가 처한 입시지옥의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가볍게’ 상을 받는데 성공한다면 ‘우수작공모’ 의 명예에 먹칠이 됨은 물론이다.
다음은 시상규모다. 무슨 신춘문예도 아니고 552편(주최측 발표지만, 이것도 의문이다. 교지·신문의 경우 도교육청에서 예심통과작을 올려보낸 건 각 1편씩이니 말이다.)중 27명(3개분야 망라)만 뽑는단 말인가? 교직 23년동안 백일장이며 공모대회를 많이 참가해보았지만, 장려상이 없는건 한국언론재단의 이번 공모에서 처음 보는 것 같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심사위원의 자의적 판단이다. “외부 전문가에 의해 도움을 받아 제작된 작품(심사위원 판단)은 감점 또는 결격조치” 한다는 단서가 그것이다. 그러면 너무 잘 만든 것도 ‘죄’ 란 말인가?
그런 냄새가 풍기면 직접 확인을 거쳐 걸러내야 맞다. 만약 심사위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탈락시킨 신문이나 교지가 진짜 학생들과 지도교사의 손길로 이루어져 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
어떤 상이든 상은 수상자에 대해 누구든 공감할 수 있을 때 그 취지와 권위를 지닐 수 있는 법이다. 주최측은 이런 지적을 토대로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시·도교육청의 예심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어쩌다 한 번쯤 내는 ‘출품용’ 학교신문이 상을 받는 일은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