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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한 아버지의 자식교육

신학기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지난 한 해는 학력저하니, 교단 붕괴니, 교권침해니, 교원평가니, 교권침해니 하는 문제들로 학교현장은 자중하고 침묵하는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성실과 책임감으로 소신껏 제 할 일을 하시는 선생님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력을 쌓아 가는 우리아이들, 그리고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던 학부모님들이 있어 이 겨울이 춥지만은 않습니다. 때맞춰 들려오는 이웃학교의 어느 아버지의 아름다운 자식교육은 교육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해답을 주는 것 같아 교정이 한껏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인근 T중학교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 학생은 성적도 우수하고 교과선생님들이 보기에는 귀여운 학생이었지만 생활태도면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였습니다. 특히 신발 관리를 계속해서 잘 하지 않아 담임선생님이 방과 후 신발장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의 대답인즉 "선생님, 저 시험공부 해야 됩니다" 하고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학생의 반응이 황당하여 담임선생님은 학생과 대화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와 함께 의논해서 지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이 모든 일의 책임은 자식을 잘못 가르친 저에게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사과 드립니다" 라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일과를 마친 후 교실에 남아 자료 정리를 하시던 담임선생님은 그 아이가 학교에 다시 온 것을 보고 이상해서 "너 왜 다시 학교에 왔느냐?"고 물어보니 아이의 대답이 "선생님 덕분에 왔습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담임에게 사죄의 전화를 한 아버지는 아이에게 지금 당장 학교에 가서 청소를 깨끗이 하고 오라고 호통을 친 모양입니다.

그 다음 날 아침 담임선생님은 다시 학생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늘 제가 학교에 가서 교무실에서 제 자식을 옆에 데려다 놓고 꿇어앉아 빌겠습니다. 선생님! 허락해주십시오." 라고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선 그 정도로 큰일은 아니라고 극구 사양했지만 아버님 말씀은 제 자식을 위해서 꼭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식의 잘못을 정확하게 인정하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하신 그 아버지는 정말 용기 있는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 그 학생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청소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앞장서 학급 일을 하는 어엿한 모범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철부지 아이를 이처럼 변하게 한 것은 담임선생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헌신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학교를 믿고 신뢰하며 자식의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하신 부모님의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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