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덧 여름방학의 절반이 지나가고, 8월 한달만이 남았다. 길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이제 절정을 지나 조금씩 방학이라는 시간의 마무리로 향하고 있다. 조금씩 학기가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면서 교대 학생으로서의 나 자신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친구와 오랜만에 소식을 주고 받게 되었다. 친구는 사범대에서 수학 교육학을 전공하는데, 나는 그 길이 내 친구에게 퍽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친구는 방학내내 자신이 배운 것과 하려는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회의라기보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의구심같은 것이었다. 바쁜 학기 생활에서 벗어나 느린 시간 속에서 자신의 길을 돌아보니 갑자기 길을 잃은 듯 핑그르르 방향을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 친구는 교육자로서의 길을 걸으며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생각 한 가운데 놓여 있었다. 이 길이 나에게 어울리는 길인가. 어울리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가. 돌아간다면 어디로 돌아가는가.
나도 친구와 거의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아이의 마음에 공감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딱히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지는 못했다. 그것은 스스로 대답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 동안 일상이 되어버린 나의 길을 느슨하게 걸어오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씁쓸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다시 한번 친구가 한 말을 되뇌어 보았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선생님이 되기 보다 차라리 선생님이 되지 않는 것이 낫다'
나는 나의 길을 되돌아본다. 내 친구의 말을 보다 투명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그래서 언젠가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결론을 찾아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