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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과서 파동' 해결책


최근 검정통과된 고등학생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 교육부·청와대·평가원 간의 책임공방을 바라보는 교원들은 물론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청와대는 교육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평가원은 국회 교육위에서 검정기준과 심의회 모두 교육부가 만들며 추천인사도 전혀 반영이 안됐으므로 권한도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고, 교육부는 평가원의 입장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 교육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정신은 물론 교육 본연의 모습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검정과정에 외압의 작용 여부와 검정위원 선정과정의 투명성, 그리고 현 정부에서 발생한 일을 교과서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타당성의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국정교과서의 최종 책임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에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속 시원히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조속히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교과서 검정위원의 비공개는 원칙적으로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평상시의 논리다. 교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검정위원의 공개 문제는 비공개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다 결국 국회와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말았다. 이는 교육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차제에 현 정부에 유리한 기술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행 검정통과 방식에 대한 개선책이 강구돼야 한다. 우선 검정위원 선정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교육부가 독점하는 방식으로는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학계, 국사편찬위원회, 교원단체 등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위원을 추천받아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교과서 파동의 핵심은 최근들어 교육부 내에 교과에 정통한 교육전문직이 없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교육행정, 즉 교육부의 핵심기능은 장학행정과 관리행정 두 가지다. 장학행정은 그야말로 학교현장의 교수학습기능의 개선을 지원하는 것으로 교육행정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교직의 전문성은 전문적인 장학행정에 의해 지원되고 뒷받침된다. 반면에 관리행정은 이러한 교육행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육부는 주객이 전도돼 있다. 장학행정은 점차 위축된 반면, 관리행정은 비대해지고 있다. 최근 십수년간 교육부는 몇차례 개편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관된 것은 장학행정을 주도하는 교육전문직 숫자와 기구의 축소였다. 1994년 교육부의 정원이 527명에서 506명으로 감축될 당시, 일반직은 8명 줄어든 반면에 교육전문직은 21명이 줄어들었다. 급기야 94년 12월, 장학행정의 기능을 총괄하는 장학실마저 폐지됐다.

이 때에도 일반직 공무원은 3명이 줄어든 반면 장학관은 12명이 감축됐다. 현 정부가 출범하던 해인 98년에도 교육전문직의 숫자가 무려 21명이나 축소됐고 지금까지 단 1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총 정원 447명 중 80명에 불과한 교육전문직이 중앙차원의 장학행정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교육전문직들은 본연의 장학업무나 편수업무에 전념하기보다는 행정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전문직의 축소와 함께 장학담당 부서도 쇠퇴를 거듭했다. 99년에 장학행정의 핵심부서인 학교정책심의관이 폐지됐고, 지난해에는 교육과정정책심의관마저 폐지됐다. 교육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학교정책기획팀이라는 임기응변식 기구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교과서 정책은 교육과정정책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교과서 파동은 이러한 장학행정의 홀대와 약화에 따른 필연적인 산물이다. 교육부의 핵심기능은 장학행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부 내 장학 및 편수업무와 관련된 전문직 숫자를 대폭 늘리고, 각 교과영역에 대한 전문가들이 포진, 교육부 본연의 장학기능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근원적인 해결책이다. <이 글은 8월 7일자 '조선일보 시론'에 게재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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