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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공교육 붕괴는 합작품


사범대학에 다니던 이십여 년 전, 라이머(E. Reimer)가 저술한 '학교는 죽었다'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금서목록에 포함된 운동권의 필독서였는데,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인상에 끌리기도 했고 사대생으로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어떤 의무감 비슷한 생각에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학교 교육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매우 급진적인 내용이었는데 부분적으로 공감이 가기도 했으나 세상에 어디 완전무결하고 지고지순한 것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당시에 거부감을 주었던 그 책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까닭은 요즘 '학교붕괴'니 '교실붕괴'니 하는 용어가 일상화될 정도로 공교육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학교무용론'이 나올 판이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다 함께 공감하고 있으나 해결
방안은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또,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책임 소재를 먼저 밝혀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느 누구도 이 책임 문제에서 홀가분하게 비켜갈 수 없기에 그렇다.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 문제는 어느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우며, 정부,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국민들은 모두 교육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교육에 관해서도 탁월한 식견을 지닌 전문가 수준들이고, 그들이 내는 모든 의견은 나름대로 근거를 지니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 직접 관련 없는 교육 문제를 논할 때는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수가 없는데 교사든 학부형이든 자신이나 가족의 이해가 달린 문제에 이르면 돌변하곤 한다. 이렇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문제가 되었던 '성적 부풀리기'는 좋은 사례다. 평준화 지역 여러 고등학교에서 수학이나 물리 과목 성적이 90점 이상이라고 하는데, 과문한 탓인지 그런 학교에 과학 영재들만 다닌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이는 교육 정책 당국의 무책임과 학부모들의 잘못된 자식 사랑에 바탕을 둔 추한 이기심과 교사들의 무소신과 비양심이 절묘하게 손발을 맞춰 만들어낸 완벽한 '예술작품'이다.

교육부, 학부모, 교사가 합작한,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이런 일들이 신성해야 할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어떻게 학생들에게 원칙과 질서를 지키라고 가르칠 수 있으며 무슨 수로 학교가 신뢰를 받고 권위를 세우겠는가.

이렇듯 공교육 붕괴의 책임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죽어 가는 학교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 교육 정책 당국은 이제 더 이상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바뀌는 '정권지대계'나, 장관이 교체될 때마다 오락가락 하는 '장관지대계'가 아니라, 원칙과 일관성을 갖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수립하고 차근차근 실천해 잃었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교사들은 안일과 타성, 그리고 냉소주의와 무력감을 극복해 존재의 의미를 되찾아야 하고, 학부형은 자녀 교육을 '한풀이' 수단으로 삼지 말고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심과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결과지상주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죽인 학교를, 우리 손으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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