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육계의 화두는 `ICT 활용수업'이다. 올해부터 제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10학년(고 1) 담당 교과는 100% ICT 수업 지도안을 제출해야 했다. 그것도 지난해 학기말쯤 나눠준 교육부 제작 CD를 모범 답안으로 말이다.
CD 내용을 보면 파워포인터로 제작된 지도안인데 한 5년 전에 보급됐다면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훨씬 더 좋고 다양한 저작도구들이 개발돼 있어 안타까왔다. 마치 교육부 제작 보급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 현장을 5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꼴이었다.
우리 나라 교육의 가장 큰 맹점이 무엇인가. 바로 능력이 다른 학생을 똑 같은 틀로 가르쳐 똑 같은 수준의 학생을 대량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수준별 학습, 이동수업, 창의적 학습, 재량활동 등을 시행해 이를 극복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에서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10% 이상의 ICT 수업을 하라고 하니까 100% ICT 수업 지도안을 내라 하는 것은 뭔가 지나친 요구가 아닌가 싶다.
지금 고교 1학년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제7차 교육과정 교육을 받았고, 교단 선진화 장비를 이용한 수업을 받았다. 그런 학생들에게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마우스만 클릭하게 하고 요란한 효과음으로 고막을 뒤흔든다면 학습효과는 고사하고 학생들은 이내 효과음을 자장가로 받아들일 게 뻔하다.
ICT 활용은 효과적인 교과가 있고, 그 중에서도 효과적인 단원이 따로 있다. 그러한 곳에 유효 적절하게 변형하며 사용할 때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 각 교과마다 성격이 다르고 특성이 있는데 그것을 아예 무시하고 모든 교과를 어떤 일정한 틀에 얽어매려는 사고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수학 같은 교과는 교사가 풀이 과정을 판서하면서 직접 설명하는 것이 훨씬 능률적이며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수업이지, 마우스를 클릭한다고 능률적이고 효과적인 수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학과목도 단원에 따라서는 ICT 활용 수업이 적절한 부분이 있으며, 그러한 곳에 선별적으로 적용함이 옳다.
그러나 모든 단원에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따르고 비효율적인 수업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어느 수업이건 교사가 가장 편안하게, 가장 부담 없이 하는 수업이 학생들에게도 가장 자연스러우며 가장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수업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ICT 수업이 교육의 만능이라는 발상을 버리고 단지 ICT는 하나의 수업 도구로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되며, 또한 학생들과의 호흡에 맞는 ICT를 선택하는 것이 ICT 활용 수업이 성공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