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이제 더 이상 엄숙하고 권위적이며 정치적인 훈육을 중시하는 교사상을 원하지 않는다. 지난 세기 80년대 이후 시장경제 발전과 더불어 중국의 교육은 이데올로기 교육의 주요수단으로부터 사회요구에 맞은 인재양성으로 발전 목표를 바꿔왔다. 특히 교사양성과 평가에 있어서는 교육의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에 더 많은 주의를 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사상은 어떤 모습일까? 2001년 7월 북경시 교육부에서 해정구(海淀區) 관내 소학교 학생 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1∼3학년은 키가 크고 멋있는 선생님을 선호하고 안경을 낀 선생님은 싫어하는 등 외모나 키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외모에 대한 관심은 적어지고 교사의 내적 소질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사는 △학식이 풍부한 교사 △키가 크고 날씬하며 눈이 큰 교사 △옷차림이 정결한 교사 △성실하고 성격이 좋으며 학생들과 잘 놀아주는 교사 △상상력과 유머감각이 풍부한 교사 △언어 표달을 잘 하는 교사 △학생들을 공평하게 대해 주는 교사 △학급 활동을 많이 조직하는 교사 순으로 집계됐다.
중학교 학생들의 교사 `이상형'은 소학생들과 차이가 있다. 사춘기에 들어선 만큼 `자신들을 존중해주고 대화를 많이 해주는 교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북경시 제189중학교가 최근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06%의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사의 특징을 `교사의 품성'쪽에서 찾았고 `교사의 지식능력에 관한 특징'을 택한 학생은 33.56%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학생들이 교사를 단순한 `지식전수자' 보다는 편한 친구나 선배가 돼 주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수치로 분석됐다.
중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사의 품성순위(복수선택)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교사'(62.63%)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이해심이 있고 교류하기 편한 교사'(41.21%), `성격이 낙관적이고 오픈 마인드를 가진 교사'(36.36%)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교사가 갖춰야 할 지식능력에 대해서는 `창조의식과 창조능력을 겸비한 교사'를 제1순위로 꼽았고 `학식이 풍부한 교사', `지식전수와 능력양성을 동시에 중시하는 교사'가 그 다음을 이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은 지식전수자로서의 교사보다는 자신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친밀하게 교류해주는 교사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반대로 대학생들은 품성보다는 학식을 중시하고 있다.
"풍부한 전공지식과 민활한 사유능력으로 수준 높은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수업중 학생들과의 교류를 중시해 많은 토론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학식이 풍부해 수업내용 이외의 정보를 얻을 기회도 많았습니다." "교수님 수업의 의미는 수업내용 전수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신 데 있다고 봅니다."
2001년 북경 청화대학 학생들의 우수교사에 대한 교수평가 내용이다. 대학생들은 `폭넓은 지식과 민첩한 사고력을 갖고 있는 교사'를 선호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결과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교사들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있으며 어떤 자화상을 그리고 있을까. 중국 북경시 제4 중학교의 왕수여 교사는 "교사, 특히 중소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마음속으로부터 숭배하는 인물이 돼야 한다"며 "교사의 일언일행과 일거일동이 모범이 돼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인간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교육잡지 `담임교사'의 완보상 주임은 이상적인 교사상에 대해 "우수한 교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만이 아니라 교사의 인격수준, 지식구조와 능력구조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품성"이라며 "교사는 심리 도덕 심미 측면에서 모두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사를 `숭배자' `인격적 완성체' 등으로 인식하는 교육계는 `깊은 이해력과 포용력, 유머 있고 낙관적인 품성'을 기대하는 학생들과 꽤나 동떨어져 있다. 더욱이 자녀들의 요구를 민감하게 감지한 가장들도 `친구 같은' 교사상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해정구 내 중학교 자녀를 둔 鄭 모 씨는 "학생들의 친구가 되어 아이들에게 생활의 이치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교사여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한다. 학생과 교사의 서로 다른 교사상은 중국 교육현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어쩌면 유교적인 전통 아래 `사도존엄'을 지켜온 동아시아 국가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모순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