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자치부가 교원 및 교육전문직의 신분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키로 한 결정에 관해 교육현장에서 파문이 일고 있으며, 그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내용인 즉 지난 4월 17일 행자부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행정분과위원회에서 교육공무원 신분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바꾸는 의결을 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본 위원회에서의 최종 과정은 남아 있는 듯하나 전례에 비추어 불때 추인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거의 결말이 난 것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교육계는 철저히 배제된 듯 보도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차대한 결정과정 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타당한 결론을 도출했다해도 설득력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장의 교원을 비롯하여 교직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이런 결정의 과정에는 교육계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수 있는 공청회, 토론회 등이 동원되었어야 옳다고 본다.
행자부 산하의 동 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지방단체마다 점진적으로 교원 보수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을 유발하고, 이를 교육청간 경쟁으로 승화시킨다면 결국 교육발전도 기할 수 있지 않느냐는데 있는 듯하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이라는 구도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방자치, 지방교육자치가 견실하게 실시되고 있는 국가의 경우 지방단체간 보수의 격차가 상론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용되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이와 같은 근거가 일견 타당하게 비칠 수도 있으나, 이는 교육계에서 논의되지 않은 바가 아니다. 그 동안 교육계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가 전개된바 있으며,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유보되어 왔던 사안이다. 한 마디로 현상태에서의 지방직화는 시기상조라는데 있다.
여기서의 시기상조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지방직화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지방직화를 위해서는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방단체간 재정자립을 들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지방단체간 재정자립의 격차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보수의 차별은 본 말이 전도된 형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한 논리로 지방재정력의 차이가 보수의 차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 교원의 보수는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서울, 광역시 및 경기도의 중등교원 봉급 일부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기는 하나 아주 미비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의 신분을 지방직화한다면 교원보수 지급주체에 관한 논쟁도 야기될 수 있다. 지방직화의 경우라면 당연히 보수 지급주체도 지방단체일수 밖에 없으나, 재원부족으로 인해 국고에서 교부된 재원을 일반 재원화하며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방직 신분의 교원 봉급을 국가가 부담하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원수급 주체에 관한 사항도 교원 지방직화 이전에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교원양성기관을 국가에서 관할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지방직화와 연계시킬 것인가와 관련하여 수급주체에 관한 논쟁이 야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재정의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지방단체간 경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방단체에 따라서는 교원수요 증가를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며, 정규교원보다는 기간·계약제 등으로 충원할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재정의 효율은 국가나 지방단체 모두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볼 수 있지만 지방직화의 경우는 이 가치가 지나치게 신봉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와 같은 예견되는 문제에 대한 처방 없는 지방직화는 교직사회의 안정을 저해할 것임은 분명하며 교원사기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교직사회의 안정없이 교육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리라고 본다.
그 동안 교육계에서도 교원지방직화 논의를 유보해 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의 지방직화에 대한 성급하며, 섣부른 결정을 내린 행자부의 행태는 마땅히 재검토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오히려 그것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면 그 실현을 위해 선행조건의 충족부터 교육계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나치게 당위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한 최종 모습을 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