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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선생님> 이창준 선생님

삶의 '기준' 가르쳐주신 이창준 선생님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이셨던 이창준 선생님의 한 마디 말씀이 지금도 귓가를 때린다. 사범학교를 막 나오신 선생님의 교육 활동은 열정적이셨다.

햇살이 따가운 가을, 운동회 연습이 한창일 때였다. 동급생에 비해 키가 컸던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늘 '기준'을 지명 받곤 했다. 신속하게 대형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준'이 움직이지 않고 정확히 자리를 잡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다른 친구들을 따라 주춤주춤 움직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여지없이 "기준이 움직이면 어떡해!" 하면서 호통을 치셨다. 그 때 나는 '줄을 잘 맞추기 위한 말씀이지'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운동회가 끝난 얼마 뒤 선생님께서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에 입대하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정의 플라타너스가 낙엽을 다 떨궈내고 겨울 방학을 맞이할 즈음 군에 가신 선생님께서 한 줌의 백골이 되어 돌아오신 것이다. 흰눈이 쌓인 운동장으로 선생님의 영정이 나타났다. 유골을 든 두 군인 아저씨가 걸어 들어올 때 우리는 엉엉 울었다. 군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장렬히 산화하신 것이다. 나라를 위해 '기준'이 되는 삶을 남기시고…. 세월은 흘러 나도 선생님의 뒤를 따라 교사가 되었다.

지금까지 교직에 있으면서 나는 '기준'이란 말을 자주 되새긴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기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의 교육 활동이 정확한 '기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수능시험의 난이도 문제만 보더라도 일정한 '기준'이 없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키는 좀 작지만 체구가 당당하셨던 이창준 선생님, 어린 나의 가슴에 삶의 '기준'을 일러 주셨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흰눈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부디 천국에서 복락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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