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열 응시자가 98년 42%에서 2002년 27%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른 다양한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과학 내용이 너무 어려워 쉽게 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편안, 교차지원을 억제하기 위하여 감점제를 도입하거나 교차지원을 하는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안, 이공계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 과학 기술 관련 연구소의 복지 확대 등 다양한 유인책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유인책이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 그런가? 비근한 예로 의학계와 법학계의 경우를 보자. 의학과 법학 분야는 그러한 유인책을 전혀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의과대학은 학비가 비싸고 수학연한도 길다. 그렇다고 장학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법학과는 어떠한가? 판검사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언제나 높은 경쟁률을 유지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많이 지원하는 이유는 졸업 후에 경제적인 부가 보장이 되어 있기 때문이며 법학과의 경우는 고시에 합격만 하면 최고의 명예는 물론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공계 대학을 기피하는 까닭이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 이공계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거나 장학금이 적어서 지원자가 적은 것도 아니며 중고등학교의 과학 교과 내용이 너무 어려워 이공계 지원을 기피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졸업 후의 신분보장에 있다.
이공계 위기의 최대원인은 처우의 푸대접이다. 박정희대통령 시대에 가장 파격적인 대우를 받던 이공계 고급전문인력이 IMF이후 직장으로부터 대거 내몰렸을 뿐 아니라 남은 사람의 처우도 대단히 열악해졌다. 의사가 년평균 소득액이 2억원, 변호사가 1억8천만원인 반면 국립대학교 자연대의 교수 연봉은 4천만원을 밑돈다. 비교도 안될만큼 이공계 출신 전문인력의 대우는 열악하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공계 출신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 지식에 비해서 사회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으며, 이공계 출신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 경영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의 정책 결정이 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도록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 정책은 경제 전문가, 예술 정책은 예술가, 교육 정책은 교육자, 과학 정책은 과학자에 의해서 이루어질 때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될 것이며, 이공계 기피 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출신자는 연구·개발만 하면 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들도 연구개발 영역에서 뛰어넘어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길만이 왜소해진 이공계 전문인력의 사기는 물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수 있다고 본다. 현대 사회의 각 분야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이 매우 필요하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로 듣는 것에서 탈피하여 전문가인 과학자가 직접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창의력 신장을 최우선으로 하며 합리적인 사고 진작을 장려하고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주로 하는 과학의 마인드가 국가 경영에 도입된다면 그것보다 바람직한 것은 없으리라 본다. 그 예로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 리펑 전인대 상무위원, 주룽지총리 등 최고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중 6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프랑스 역시 이공계 출신이 정부나 기업의 핵심 멤버로 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GE의 잭웰치, IBM의 루거스너 등 대표적인 CEO들도 이공계 출신이다.
요즈음 대학 캠퍼스의 이공계 학생들 사이에는 "그랜져 타는 나이가 한의대 출신은 30세, 의대는 35세, 공대는 45세지만 자연대 나오면 영원히 못탄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회자되기도 한다. 좀 서글픈 감이든다. 교육과정의 개편, 수능시험에서 교차지원 방지, 이공계 지원자에 대한 혜택의 확대, 과학 기술 연구소의 근무 여건 개선 등 단기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치유책은 국가 경영의 전반에 있어서 각 영역에 전문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정책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