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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해외연수 기고> 행복과 고행을 찾아서

- 한국교총 동계 인도 해외연수를 다녀온 단상(斷想) -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고행을 통해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2015년 1월 한국교총 동계 인도 해외연수에 선뜻 응했다.

인도하면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은 곳이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책자에 의하면 인도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로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결국에는 흩날리는 먼지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첫째 날, 델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공항 밖의 뿌연 안개가 우리들의 행복을 찾는 여정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고행을 즐기기 위해 인도를 찾았다고 하지만 둘째 날 도로의 풍경을 보는 순간 눈을 비비지 않을 수 없었다. 델리 중심가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아침에 소가 길가에 누워있거나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델리 중심가에서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자 17세기 무굴제국 황제 ‘샤 자한’이 세운 자마마스지드 이슬람사원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불을 지펴 밥을 하거나 남자들이 전신을 다 드러내고 목욕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그나마 델리는 사정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하니, 인도라는 나라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혼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여행의 목적이 행복의 의미를 찾는 것이었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곳 사람들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인도여행은 그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말하지만 처음 방문한 나로서는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자포자기한 상태로 살아가는 인간상과 삶의 허무를 인식하고 주어진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은 아닐까. 기후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자기 발전을 꾀하기보다는 주변 환경에 적절히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이든 무능한 위정자들이 국민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면 이들은 어려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인도 국민의 삶은 극과 극을 오갔다. 위대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이면서도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인도의 국부로 칭송되는 마하트마 간디 화장터인 라지가트에서 간디가 비폭력 평화를 주장한 것은 좋았지만 국민의 의식을 좀 더 깨우치는 방향으로 선회해서 잠자는 국민을 깨웠더라면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다행인 것은 인도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말 인도가 우리나라처럼 새마을 운동이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나는 이것이 성공할 것으로 본다. 인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눈에서 밝은 광채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세계를 누빌 때는 지금과 같은 인도 아닌 슈퍼 인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어 뉴델리 중앙에 있는 인도문, 대통령궁을 지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굽툽 미나르 승전탑’의 웅장함을 보고 감탄했다.

셋째 날, 자이푸르의 ‘암베르성’에서 우리 일행은 붉은 사암으로 만든 산성을 봤다. 이 산성은 무굴황제 악바르의 참모 출신인 ‘만 싱’이 짓기 시작해 그의 후대 ‘자이 싱’이 완성했다. 재미있는 것은 부인 12명의 방이 있었는데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 이렇게 많은 돌을 어떻게 날랐을까?’ ‘누가 이 돌들을 이 높은 산 위에 가져왔을까?’ ‘백성들은 위정자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불쏘시개에 불과했을까?’ ‘인도인들은 이 산성을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현재 인도는 총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티 팰리스(city palace)를 방문하면서 여전히 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이푸르는 세계 첫 번째의 계획도시로 3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시 자체가 온통 핑크빛으로 되어있어서 일명 핑크시티로 불린다. 궁전에는 현재 왕조의 41대 왕인 14살의 Padmanbh Sigh(2011-현재)이 살고 있다. 지금도 이 왕의 영향력은 이 지역에서 막대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주에 첨성대가 있는 것처럼 인도에도 300년 전에 세워진 천문대가 있었다. 당시 왕조는 궁합을 알아보고 띠를 정확하게 지정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넷째 날, 무굴제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아그라성을 둘러본 후 이번 해외연수의 가장 핵심이 되는 타지마할을 보는 순간 참가한 선생님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주요 포토라인에는 사람들로 넘쳐나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는 타지마할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사랑하는 왕비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건설한 타지마할 묘궁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이 대건축물의 아름다움에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올라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나 역시 수없이 카메라로 여러 각도에서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그러나 내부에 들어가 자세히 관찰한 후 강을 보면서 한참을 생각하다 다시 돌아보니 하얀 대리석 건축물인 타지마할이 빨간 핏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타지마할을 완성하기 위해 희생되었을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밀려왔다. 이 양면성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타지마할 건설이 동원된 백성들이 저승에서도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나는 며칠 동안 돌아봤음에도 인도인들의 행복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다섯째 날 우리 일행이 아그라에서 ‘잔시’를 거쳐 ‘카쥬라호’까지 버스로 12시간 이동하면서 인도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장면이 오히려 인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사람이 보이는 곳에 여자나 남자나 누가 보든 보지 않든지 엉덩이를 내리고 대지에 거름을 주고 있었다. 길 가장자리에는 쓰레기가 널려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또 그 쓰레기를 뒤지는 소가 있는가 하면 어떤 소는 먹다가 지치면 누워 자기도 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였다. 여기에 돼지도 덩달아 뛰어다니고 개는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갔다. 물론 인도는 종교적인 이유로 소를 죽이거나 잡아먹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인도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없는 곳이었다. 인도 전체가 가 인간도 함께 살아가는 동물원이자 박물관이었다.

인도인은 내가 보기에 누구를 의식하지도 않고 비교하지도 않으니 행복해 보였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는 아주 사소한 것도 목숨 바쳐가며 싸움을 벌이지 않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느끼지 않을까? 어쩌면 모든 비극은 남과 비교에서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자기 입장을 수용해주면 소통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극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카쥬라호 사원에서는 에로틱조각을 보면서 상상속의 장면들을 정교한 조각으로 표현한데 대해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놀라움을 느꼈다.

여섯째 날, 우리 일행은 인도인이 어머니의 강으로 여기는 갠지스강에서 그들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 일과를 끝낸 힌두교인들이 갠지스강에서 ‘아르띠뿌자’ 종교의식을 치르면서 행복을 찾고 있었다.

일곱 째날, 갠지스강에서 일출 광경을 지켜보다가 어린 아이들이 화장터의 타다 남은 시체 속에서 돈이 될 만한 무엇인가를 줍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죽음 옆에 삶이 꿈틀거림을 볼 수 있었다. 이제야 인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종교간 투쟁의 현장이자 부처님이 최초로 설법한 부처님 초전 법륜지 사르나트를 보면서 이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연수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허물어진 인도를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동안 남겨두고 싶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인도 해외연수를 기획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일정이 되도록 진행해 주신 한국교총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 삶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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