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시작된 공무원연금 제도는 30여 년 동안 적은 수급자에 비해 기여금이 계속 불어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던 1993년, 풍부한 공무원 연금기금에 정부와 국회는 눈독을 들이게 된다.
기금 32조원 고갈의 원인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이다. 결국 ‘공공단체나 일반단체가 소유한 연금과 기금 등을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 확충 사업 등에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이 강행돼 1994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때부터 공무원연금기금은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그 당시에도 여러 단체들은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의 모순된 점을 지적하며 시행을 격렬히 반대했다. 연금기금을 국가재정에 활용하게 되면 연금기금의 존립자체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돼 결국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사회보장제도의 설립목적을 무시하는 격이 되고, 또 모든 연금기금을 공공재원으로 강제 예탁할 수밖에 없게 돼 연금재정 파탄의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실제 이는 현재 연금개혁의 핵심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기금 고갈을 불러왔다.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은 정부가 연금, 기금 등에서 보유한 자금을 공공투자나 재정융자사업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사용토록 의무화 돼 있기에 교원이나 공무원들이 매달 납입하는 연금기여금은 명실상부한 ‘공공자금’이 됐다.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을 근거로 정부가 사용한 우리들의 연금기금은 2013년 현가기준으로 환산하면 32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것은 단지 공공대출이자율 4.59%를 적용한 금액이며 효율적인 수익사업에 투자를 했다면 수백조원의 공무원연금 기금이 구축돼 있었을 것이다.
신바람나게 연금기금을 활용하면서도 아마 걱정도 됐는지 2006년에는 ‘공공자금관리기금법’ 개정안을 내놓는다. “2007년부터 공무원연금 등 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의무적으로 맡기지 않아도 된다” 는 내용으로 기금의 공공자금화에 대한 의무는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2007년 이후에도 교원과 공무원의 사용자인 정부는 공무원연금기금의 여유분을 계속 요구해 공무원연금기금의 고갈을 주도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법개혁안을 수립할 때 최소 32조3000억원을 고갈시킨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의 문제점을 가장 큰 이슈로 삼았어야 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의한 공무원연금기금의 부실운영은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6개월 이상 거의 매일 모든 매스컴을 동원해 논리에 맞지 않는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국민과 공무원간 갈등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
연금법만 손대는 건 무책임
교원, 공무원은 결코 기득권층이 아니다. 공무원법에 명시된 ‘겸직이나 영리활동 금지’, ‘복종의 의무’, ‘청렴의 의무’, ‘정치행위 금지’, ‘노동3권 제약’ 등 각종 불이익에 대한 인사정책적 보상수단이며, 당사자들이 33년간 매달 봉급의 7%를 불입한 금액을 퇴직하며 수급 받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은 반드시 사회적 갈등이라는 후유증을 가져오게 된다. 당사자인 교원과 공무원을 배제한 채 공무원연금을 삭감하겠다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공공자금관리기금법'으로 연금기금이 고갈된 과정이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앞서 공공자금관리기금법부터 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