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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범교과 학습주제만 39개…‘창의’도 ‘체험’도 불가능



교육부에서 시․도, 지원청까지 지침…지침…지침
시‧도교육청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 폐지 제안도

창체 시간 75%이상 범교과 학습에 할애
“기존 교과 녹여내고 학교자율권 부여를”

“2009 개정교육과정 초기에는 재량활동, 특별활동을 합쳐 만든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에 교사들의 권한을 완전히 다 준 것처럼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인성교육, 역사교육, 진로교육 등 하나씩 규제가 들어와요. 이젠 차라리 창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18일 열린 ‘현장교원중심 국가교육과정포럼’ 유·초등 세션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선영 서울천동초 교사가 전한 현장 교사의 증언이다. 이처럼 학교는 사실상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빼앗긴 상태라는 것이 포럼에 참석한 초·중·고 교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조영종 천안부성중 교장은 “범교과 학습주제가 꾸준히 늘어 39개나 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찾기 어렵다”며 지침으로 내려온 범교과 학습주제들을 나열했다. ▲민주시민교육 ▲인성교육 ▲경제교육 ▲환경교육 ▲안전교육 ▲성교육 ▲통일교육 ▲진로교육 ▲국제이해교육 ▲미디어교육 등 대부분 교과교육과정에 포함된다.

정보화 및 정보윤리교육·미디어교육·지적재산권교육, 국제이해교육·다문화교육, 녹색교육·환경교육·에너지교육 등과 같이 상당 부분의 내용이 겹치는 주제들이나 진로교육이나 보건교육처럼 선택과목인 경우도 있다.

게다가 시․도교육청별 지침을 통해 학습주제 당 교육시간을 정해놔 사실상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여지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시·도마다 차이는 있지만 ▲각종 안전교육 44시간 ▲보건수업 17시간 ▲독도교육 10시간 ▲진로체험 6시간 등 주제별로 많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중 상당 부분이 여기에 할당되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스포츠클럽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하고 있어 더 여유가 없다.

박재준 강원 둔내중 교사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자율영역은 교육청 공문으로 지시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 교장의 지적에 공감했다.

고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준형 서울 신목고 교감은 “법에 명시된 필수 단위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며 “명시된 시간만 계산해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의 50~75%를 범교과 학습에 할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드시 운영하라고 지시한 시간까지 하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범교과 학습의 범람 원인에 대해 김선영 교사는 “사회적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병폐를 고치지 않고 특정 주제 교육을 강화해 해결하려는 편의주의 때문”이라며 “교육이 교육 이외의 논리에 침식당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자 학교스포츠클럽을 도입하고, 수학여행 사고가 나자 안전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서 교감도 “사회적 중요성이 갑자기 부각됐다고 해 무조건 교과목화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의 관련 교과 교육과정에 포함해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범교과의 3분의 1 정도가 일반사회 교과서에 다 들어가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교과에서 대부분 소화 가능하다”며 “범교과 학습주제는 축소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교과 학습주제 사례처럼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과 교육지원청의 장학지침을 폐지하고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호제 서울버들초 수석교사는 “지침들이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리기보다는 학교현장에 국가교육과정을 세분화하는 각종 업무 관련 공문으로 환산된다”며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학교현장에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과 책무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명갑 서울 은평메디텍고 교사도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시·도 지침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지침에 매여 현실적으로 자율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학교현실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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