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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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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시 가작> 매미울음을 볶다



아침부터 매미가 제 울음을 굵은 체에 쳐서 볶는다

발가벗겨진 말복 햇살이
테팔 프라이팬에서 탁탁 튀어 따끔따끔하다
붉은 꽃 배롱나무가 고개 젖히며 몸을 털고 있다
전봇대에 납작 엎드린 털매미, 참매미, 애매미
상수리나무 어깨와 겨드랑이에 다닥다닥 붙은
쓰르라미, 깽깽매미, 두눈박이좀매미들
혼성합창경연중이다
정오쯤부터 개울 건너, 산 너머
재수생, 대학생 매미들까지
무더기로 프라이팬을 들고 몰려온다
동네 참깨, 들깨 죄다 퍼 날라 달달 볶는다
한쪽에선 기름에 지글지글 녹두지짐이,
육적굽기, 계란말이, 꼬치꿰기 야단법석 시끄럽다
앞마당 마른 솔가지 타는 화덕
국 끓는 열기에 옷이 다 젖는다
벽오동나무는 옆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큰어머님, 작은어머님, 고모님, 누님들
까부르고, 뒤집는 프라이팬에
매미울음이 한 줌씩 뛰어들어 노릇노릇 익어간다

어머니의 첫 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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