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고 있습니다. 40년 전 모교 운동장에 내렸던 눈이 지금 제가 근무하는 두촌중학교 교정을 온통 하얀 세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존경하옵고 또 존경하옵는 저의 영원한 스승 민경관 선생님! 이런 눈 내리는 날이면 제가 홍천군 동면 속초초등교 5학년에 다닐 때, 한 학년을 마치시지 못 하시고 우리들 46명의 눈망울을 뒤로 한 채 국가의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하여 떠나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날도 눈발이 흩날려 선생님 발자국을 모두 지웠었습니다.
선생님! 저희들은 축구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그 해 여름, 제가 덕치천 모래 벌에서 축구를 하다가 왼발을 유리에 베어 피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힘이 장사인 호구는 혁대를 풀어 피가 나오는 곳을 묶고는 나를 업고 의원으로 달렸고 어느새 선생님께서 제 옆에 오셔서 집에 까지 업어다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군 복무를 위해 떠나신 직후 저도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집안이 어려워져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야간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12월 어느 날, 제가 선생님께 편지를 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일기장을 보내 주시고 그 표지에 이렇게 써 주셨습니다.
"오늘 서산에 해가 지더라도 태양은 내일 또 떠오르리!" 지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굳게 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지금도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이곳 두촌의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이곳 아이들은 착하고 근면 하나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거나 희미합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셨듯이 저도 이 학생들에게 미래를 꿈을 갖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졸업할 때 "나는 이곳에서 미래의 꿈을 꾸었고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를 떠난다"라고 말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제 정년을 하셔서 쉬고 계시는 선생님. 더욱 건강하시어 제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켜 주시옵소서.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