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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뜨거운 감자된 '경제수업 강화'

금융 위기 떠오르자 경제단체 독립과목 도입 주장
일반과목서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전공교사도 부족
'실용이냐 기초학문 중시냐' 학부모 의견도 엇갈려

파생상품, 인덱스 옵션, 투자 은행 등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경제용어가 일상용어가 되고 있다. 최근들어 금융위기가 연일 매스컴에 다뤄지며 생긴 현상이다. 이러한 세계 금융위기 소용돌이 속에 독일 국민들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와 더불어 경제 기본지식의 중요성 또한 대두되면서 공교육의 경제과목 수업 강화에 대해 논쟁까지 일고 있다.

독일 고등학교의 한 경제교사는 요즘 일간지에서 경제기사를 스크랩해 수업자료로 쓰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최근 집에서 가족이나 친척이 노후대책으로 모아 둔 자산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목격해 온 학생들이 자연스레 수업시간에 현재 금융위기에 대한 원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슈투트가르트 근교의 소도시 되핑엔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는 10학년부터 ‘경제’과목을 배우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되핑엔 시민의 예금, 연금,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그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다. 경제과목 교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외부강사를 초빙해오는 경우도 있다. 슈파르카세(독일의 대표적 은행)의 직원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주식과 그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위의 예처럼 경제 과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인문계학교가 독일에는 얼마 되지 않는다. 독일 인문계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경제과목이 독립된 과목으로 인정받는 지역은 전체 16개 주 중 바이에른 주와 니더작센 주 뿐이다. 다른 주에서는 경제에 관한 내용은 역사, 지리, 정치 과목에서 다루는 것이 고작이다. 따라서 경제에 관한 내용은 경제를 전공하지 않아서 실제로 경제 전반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교사가 수업을 하기 일쑤다. 특히 이번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다뤄지기보다는 쉬는 시간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슈가 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독일 경제인 단체들이 독일 교육계에 경제과목을 따로 독립시켜 배우게 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미 초등학교 1학년부터 ‘경제’ 과목을 배우게 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경제 과목 경제 단체나 기업에서 제공하는 경제학 연수를 교사들에게 의무화 시킬 것도 요구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독일 학생들이 경제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자료를 내놓았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10명 중 4명만이 인플레이션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었고 3분의 1이 수요와 공급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기업, 경제 단체가 주관하는 연수에 대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해당 기업이나 단체에 대한 광고, 선전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 학교 경제 수업에 사용될 수업자료는 학생들에게 알게 모르게 수업을 주관하는 경제 단체나 기업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비판의 이유다. 그렇지만 교육 정책관계자들은 거의 모두 경제 단체의 도움을 빌어 학교에 경제수업을 도입하는 것에 찬성한다.

학부모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제계 인사를 학교로 초빙해 경제 과목을 전문적 집중적으로 가르쳐야한다는 주장과 어차피 사회에 나가 배울 복잡한 경제구조보다는 경제는 기본적인 것만 배우고 다른 기본적 학력을 기르는데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학교에서는 실용적인 지식보다는 인간적 소양을 갖추도록 인문, 사회 등 폭넓은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풍토가 짙은 독일에서 실용적인 ‘경제’과목이 독립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직까지 확실치 않다. 이러한 풍토는 독일 교육이념의 선구자 프리드리히 훔볼트의 사상에 뿌리를 둔다. 계몽 시대였던 18세기, 프러시아 왕국의 문화부장관이었던 그는 ‘교육이 곧 직업교육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모토 하에 계몽 교육에 힘썼다. 그는 대학과 대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치며 계몽된 시민문화를 정착시켰다.

그래서 현재 경제 과목에 대한 논쟁에서는 ‘경제’과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즉 경제학이 인간적 소양을 갖추는 데 필요한 기본 과목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그냥 ‘연극’ 이나 ‘중국어’처럼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목’인지, 수학, 역사, 생물학, 독일어처럼 ‘필수과목’에 속할 것인지의 경제학 위상의 문제가 됐다. 그러나 현재 경제의 위기에서 보듯 경제는 우리 삶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교육에서의 경제 교육 강화를 주장해 오던 경제 단체의 요구가 관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올덴부르크 대학의 교육경제 연구소의 한스 카민스키 연구원은 “우리는 경제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출 권리가 있으므로 경제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정해야 한다. 또 기초를 갖춘 경제 수업을 위해서는 경제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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