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생에게 학업성취도 시험을 치르게 한 뒤 학교별로 ‘우수·보통·기초·미달’의 4개 등급 학생 비율을 공개하기로 했다. 각 학교의 학력정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교과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관련 기관 정보 공개 특별법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학력정보공개는 지역·학교 간 경쟁을 강화시켜 학교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치라고 한다. 학교별 성적 공개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학업 성취도는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권 행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고,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 부정확한 음성적 정보에 의존해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학교에 대한 기본정보의 제공은 알권리 차원에서 기본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별 성적 공개에 대한 찬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공교육 황폐화에 있다. 공교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교육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경쟁원리가 철저히 적용되고 있으며 우수한 학생만이 좋은 학원, 우수반에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사교육에서 성적의 우열이 가려지고 있는데도 공교육에서 그런 현상을 모른 체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이것이 학교별 학력 공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 입장 역시 만만치 않다. 참교육학부모회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우선 교육정책이 1년 단위로 이리저리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학교별 성적 공개 이전에 먼저 학교별, 지역별 학력 격차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현실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학력공개에 이어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사의 수를 학교별로 공개하도록 교과부가 관련 특례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 두 가지 핵심 정보를 공개하려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해 매우 바람직하다. 어떤 영역에서든 정보를 자꾸 감추려고 하면 그만한 비용을 치르기 마련이다. 관료사회의 무사안일과 비효율, 비리와 부패의 온상도 정보 은폐와 무관치 않다.
교과부는 전교조의 반발과 한교 안팎의 충격이 있더라도 학교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효율적인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삼아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어느 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은지, 어느 학교가 노조가입교사의 비율이 높은지를 안 뒤에 더 믿을 만한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래야 학교 간 ‘교육의 질 높이기 경쟁’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전교조는 교과부의 방침에 대해 “전교조와 학부모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교조가 추구하는 교육방향이 진정 옳다고 여긴다면 모든 정보를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자신들이 하는 활동이 자랑스럽다면 정보 공개를 기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시·도교육청이 할 일은 정보 공개에 따른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학교 간 격차 요인에 대한 보완책을 다각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학생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