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교원에게는 세 종류의 직위가 있다. 즉 교사, 교감, 교장이다. '교사'의 직위에는 1급 정교사(이하 1정)와 2급 정교사(이하 2정) 자격증 소지자가 해당되고, 교감, 교장의 직위에는 각각의 자격증 소지자를 요구하고 있다.
2정에서 1정으로 되는 것은 순수 상위자격 취득이므로 일정한 요건에 해당되면 모두 취득할 수 있는 반면, 교감, 교장직은 자격취득과 동시에 새로운 직위로의 승진이므로 결원이 발생하지 않으면 임용이 불가능하여 과열 승진경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교사'와 '교장, 교감'의 역할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전자는 교수중심이요 후자는 관리중심이다. 즉 교수중심의 교사직위에서 상위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1정 취득으로 끝나는 반면에 그 이후에는 별도의 직위인 관리직으로의 진출을 끊임없이 요구받게 된다.
현실적으로 40만 교육자가 관리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숫자는 정원에 묶여 1∼2만명으로 한정되어 있어 교원간의 무한 경쟁을 초래하고 나아가 관리직 중심 교직문화의 1차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총이 주장하는 선임교사와 수석교사제는 1정 자격 취득 후 관리직으로 진출하는 길 외에 교사직을 유지하면서 상위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또 선임교사와 수석교사에게는 교감, 교장에 상응하는 처우를 보장해주고 일단 선임교사·수석교사의 길을 선택하면 관리직으로의 진출을 억제함으로써 교수중심의 교직문화를 창출해 나가자는 것이다. 한국교총이 교수직과 관리직의 교류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상호교류가 가능할 경우 자칫 수석교사제가 관리직 진출을 위한 중간단계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사회의 경우에도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구분되어 있고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상위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각각의 자격에는 정원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에 해당되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으므로 승진과열 현상도 발생하지 않는다.
수석교사제의 시행에 있어 최고의 쟁점은 수석교사의 성격에 관한 문제이다. 앞서 강조한대로 수석교사제는 자격의 신설이지 새로운 직위의 신설이 아니다. 따라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직위의 신설로 인한 계급구조를 심화시키지 않는다.
또 하나의 쟁점은 임용숫자에 관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직발전 방안(시안)에 전체교원의 10%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수석교사제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정원을 제한하면 수석교사가 되기 위한 새로운 승진경쟁은 불을 보듯이 뻔하고 자격제도라는 본래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의 자격에 상응하는 요건을 엄격하게 여기에 도달하는 교원은 모두 자격을 취득하여야 한다.
수석교사의 도입으로 학교운영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기우다. 수석교사의 본연의 역할은 당연히 수업이다. 따라서 학교장의 역할과 중복되지도 않고 학교운영상의 혼란을 초래하지도 않는다. 물론 최고 상위자격자인 만큼 학교운영 등 여러측면에서 오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별도의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며 거기에 맞게 수업경감 등의 조치도 강구할 수 있다. 이때 수석교사의 수업 경감은 신규교원의 확충을 통하여 해결하면 다른 교원의 수업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다.
전문직종으로서 자격체계가 교수직과 관리직이 혼재되어 있는 것은 교직밖에 없으며 이러한 자격체계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잘못된 경쟁구조를 타파하고 교단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치는데 전념하는 교원들이 학교나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교직풍토 조성을 위해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수석교사제의 도입을 주장하여 왔다. '93년 하반기, '99년 상반기 및 2000년 상반기 등 3차례에 걸쳐 교육부와의 교섭에서 합의하였으며, 교육부는 '95년에 수석교사제 도입을 위한 관련법률을 입법예고하고 소요예산을 정부예산에 요구하였으나 교원처우개선의 효과밖에 없다는 경제부처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수석교사는 전국 70%이상의 교원들이 찬성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경제부처의 반대가 심각해 전 교육자가 힘을 합해도 실현여부가 불투명한 사항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스스로 수석교사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다. 교직의 발전을 외면하고 단체의 이익만을 앞세워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수석교사제는 영원히 물 건너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