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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실업고 위기, 대책은 없나

탄력적인 교육과정·시설투자 시급
실고 줄이고 통합·특성화고 늘려야

실업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학교가 산업체의 요구와 학생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고 교재 개발, 시설확충, 교사 재교육을 위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99년 실고 실험실습비 학생 1인당 지원액이 2만1000원으로 이는 노동부 산하 직업전문학교 학생 1인당 실습비 33만원의 7%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처럼 부실한 교육이 산업체가 실고생을 꺼리는 이유가 된다. 안민홍 (주)혜인 인력개발팀장은 "학생 대부분이 공구명칭, 전공분야 기계 및 구성품에 대한 기본명칭과 작동원리조차 몰라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 형편"이라며 "현장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해 고장진단 및 수리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여전히 70년대 수준에서 배우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승 신한은행 인력개발실장도 "교육부가 다양한 기업의 직무분석과 수요파악을 통해 세분화되고 다각화된 교과과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5년제 전문학교의 도입으로 전문대학 수준 이사의 전문성과 사회적응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업고생의 진학기회를 넓히기 위해 실업계 수능시험을 분리해 실시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광호 공주대 상업정보교육과 교수는 "실업고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수능시험 실업계열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충남기계공고 이병욱 교사도 "약 3% 정도의 예체능계 학생을 위한 입시는 존재하면서 40%에 달하는 실업고생을 위한 대학입시가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영국의 GNVQ나 독일의 아비투어처럼 공과대학에 특별전형의 폭을 확대하거나 입학정원의 일정비율은 전문교과 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원교사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부, 교육청의 여러 가지 종합대책이 절실하다. 그 단기 방안으로 학급당학생수를 줄이자는 의견이 많다. 인천 경인여상 박성철 교사는 "실고의 학급당 인원을 20∼30명으로 낮추는 것은 충실한 기능교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면서 "또 예산의 조기투자로 과원 교사나 학과 개편으로 부전공을 이수해야 할 교사들을 4년이 아닌 두세 차례에 걸쳐 시급히 재교육시킴으로써 신분불안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장훈고 장원 교사는 "학급당 법정 교사 정원을 늘린 후 공사립 교류를 통해 과원교사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7차 교육과정에 입각해 교사가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교과목을 파악해 실고 교사에 대해 부전공을 실시하고 공립으로 특채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원교사 부전공 문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부기, 주산, 전자, 선반 등을 가르치던 2만여 명의 전문교과 과원교사는 단 180시간(2달)의 연수를 통해 수학, 영어, 국사, 사회 등을 가르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지만 교사의 `질'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D종고에서 인문계 학교로 전환한 인천 D고는 교사 재교육 등에 5년을 준비했지만 부전공 교사의 실력 문제가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교사들의 신분불안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내놓은 통합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실고 교사들이 `실고 말살정책'이라는 입장에 서있다. 수원농생명과학고 유부열 교감은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과 진학위주의 교육풍토로 볼 때 실업고가 인문고로 될 것이 우려되며 중고등학교 수준의 산업인력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도도입에 있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히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김학영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화과장은 "실고 지원자가 감소하고 학교운영이 어렵다고 통합고 전환을 쉽게 결정할 경우 과거 종고의 실패과정을 재현할 것"이라며 "먼저 일반계 고교를 통합고로 시행해 본 후 성공적일 경우 실고의 통합고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과장은 "직업교육의 축을 실고로 되돌리고 집중적인 재정투입을 통해 실험실습 시설을 현대화해야 하며 일반고와 실업고를 동시에 선발하는 고입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하대 신황호 교수는 "통합고 도입에 앞서 산학협동의 정책적 지원, 실습교육 강화 등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고 동일계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업고와 산업체, 지역 대학과의 연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수영 춘천농공고 교사는 "취업이 막막하고 진학이 안 된다는 것이 기피현상의 주원인"이라며 "실고와 산업체가 연계해 맞춤교육을 실시해 취업을 보장하고 실고와 전문대를 연결한 5년제 기술인 양성과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 제일정보고 이경식 교사는 "실고와 동일계열 전문대, 산업체와 연결시키는 일을 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중앙정부, 교육청 단위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업고를 적정 규모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택조리과학고, 에니메이션고 등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기획실장은 "장기적으로 일반계 고와 실업고의 비율을 줄이고 통합고와 특성화고를 늘려 나가야 한다"며 "전문분야별 특성을 고려해 3년제, 5년제로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수업연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5년 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전문학사학위를 부여하고 3년 과정만을 이수하더라도 고교 학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고 문제는 교육 문제라기보다 사회 문제로 보는 견해가 많다. 즉 실업고 출신자를 경시하고 저임금 노동구조 속에서 희생시키려는 학벌위주의 사회구조가 `붕괴'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수언 삼일공고 오종환 교사는 "실업고 출신자에 대한 처우를 향상시키고 이들이 인사상 받는 불이익도 개선하는 등의 교육외적인 환경조성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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