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학교에 논밭과 연못을 만들고 살아있는 생태교육을 실천하는 교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방산고등학교 생물 교사인 정진영(40)씨는 지난해 5월 어렵사리 학교를 설득, '생태적인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정씨가 제안한 프로그램은 학교 운동장 한 쪽 귀퉁이에 1평짜리 논과 5평짜리 밭을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곡물을 직접 경작하는 이색 현장교육 이벤트다.
동료 교사 20여명과 학생 40여명이 정씨의 뜻에 동참, '생방사(생태적인 방산학교를 만드는 사람들)'라는 모임을 결성해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논에다 벼를 심고 추수와 탈곡까지 직접 해보도록 함으로써 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습토록 했고 밭에는 고구마와 무, 배추 등을 심은 뒤 이를 재료로 김치를 담근다.
처음엔 공부와 무관한 활동으로 대입 준비에 바쁜 시간을 뺐는다는 학교 안팎의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생방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일부 학생들은 정씨의 생태수업을 계기로 작년 여름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 모임'에서 주최한 '새만금 바닷길 걷기'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환경과 생명에 대한 남다른 문제 의식을 키웠다.
2학년 나미정(17.여)양은 "생방사 활동을 하면서 벼를 직접 키우며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고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요즘에는 작은 것이라도 생활에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음식물 안남기기, 쓰레기 분리수거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2주에 한 번씩 자신이 지도하는 교내 환경생태 연구반 학생들과 함께 자연환경 탐사활동을 벌이고 1년에 두 차례 희망자를 선발, 새만금이나 강원도 철원 민통선 지역 등으로 생태 기행을 떠난다.
그는 14일 "대부분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텃밭을 가꾼다고 하면 초등학생이나 할 일 쯤으로 생각하신다"며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비어있는 학교 옥상에 밭을 만들어 한 반에 1평씩 나눠 갖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