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대 등 주요 국ㆍ사립대가 200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일선 교사와 학부모 등은 근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고교의 2학년 담임 교사는 "학생부 비율을 높이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 학원보다 학교에 충실해야 한다고 장려하는 것이니까 공교육 내실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사는 "문제는 실질반영율이 얼마가 되느냐다. 사실 정부가 시켜서 발표는 그렇게 했지만 대학이 고교를 믿지 않을테니 실질반영률은 별 차이가 없지 않겠는가"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서울고 진학담당 박기명 교사도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는 것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전제조건으로 내신의 공정성과 질을 확보해야 실효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대부속고교의 한 교사도 "내신이 강화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무리 소신껏 내신을 측정한다고 해도 대학에서 과연 인정하겠나. 지금도 특목고 위주로 선발하고 있지 않나"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논술의 비중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특목고인 서울과학고 2학년 학년부장을 맡고 있는 배재권 교사는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고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과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뽑는 특기자 전형(카이스트 등)이 있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있어 서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입시 대상자인 고교 2학년생 딸을 둔 이모(45.여)씨는 "본고사 반영 비율을 낮춘다고 하는데 실질반영비율까지 낮춰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수능 준비 따로, 내신준비 따로, 논술 준비 따로 해야 하는 게 현실인데 본고사 반영 비율 좀 낮춘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 2학년생 학부모인 박모(48.여)씨는 "내신 부풀리기는 예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그걸 막는 제도를 만든다 해도 얼마나 효과를 볼지 의심스럽다. 고교 수업의 질적인 면이나 학생들의 활동, 인성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통해 좀더 안정적인 평가 기준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1학년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네티즌 'jun1311'은 "전국에 있는 학교 수준이 똑같나. 차라리 전국에서 똑같이 시험치도록 해라"며 학교등급제 시행을 촉구했다.
또다른 네티즌 'susoj'도 "학생부 비중을 늘리려면 이를 평가하는 장치가 먼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잘못된 제도의 시행으로 득이나 손해를 보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