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지난 5일 병설 보건대생의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을 요구하며 17시간 동안 보직교수 9명을 대학본관 건물 2층과 3층 계단 사이에 억류했던 학생 19명에 대해 출교(出校) 등 중징계조치를 내렸다.
출교란 다시는 학교 적을 소지할 수 없게 하는 조치로, 학생에게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재입학이 가능한 퇴학보다 무거운 최고수위의 징계이다.
고려대가 학생을 상대로 출교라는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고대 개교 이후 기록이 남아 있는 1970년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고려대는 "억류사태 이후 14일과 17일에 걸쳐 상벌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주동자 중 7명을 출교 조치하고 5명을 유기정학 1개월(수업을 포함해 모든 학교활동 금지), 7명을 견책(수업을 제외한 모든 학교활동 금지) 1주일에 처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학교 측은 총장을 포함한 교무위원 일동 명의의 담화문에서 "교수들이 감금되는 초유의 사태는 백년 전통과 역사가 한순간에 흔들리는 도저히 발생해선 안될 일이었다"며 "고려대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징계조차도 교육적 수단이 될 수밖에 없음을 확인했다"고 중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담화문은 "일부 과격학생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소명의 자리에서조차 과격한 언행과 억지논리로 학교의 질서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주장했다. 반성의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했던 학교당국의 인내심과 포용력은 완전히 무시당했다"며 "불법 폭력시위와 건전한 학생운동이 동일시될 수는 없으며 대학에서의 불법폭력행동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주동자인 7명을 출교시키는 것에 대해 상벌위원회 전원이 찬성했다"고 말했다.
성영신 학생처장은 "교수를 인신 구속한 학생은 존경과 사랑으로 맺어져야 할 사제관계를 깬 것이므로 더 이상 학생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징계 대상자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출교 등 중징계가 결정된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고대신문은 홈페이지에 징계자 실명과 소속 학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징계를 통보받은 학생들은 물론 일부 학생들조차도 '지나친 처사'라며 집단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학내분규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는 출교 조치가 통보된 직후인 이날 오후 6시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대생의 사정을 외면한 보직교수단에게 학생 진정서를 검토해 주길 요청하고 기다렸을 뿐이었으나 학교가 사건을 과장해 중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출교 조치된 한 학생은 "견책 처분 받은 총학생회장을 포함해 학생을 무더기로 징계하는 것은 학생 자치에 대한 전면적 탄압이며 야만적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학교 측의 징계결정을 비난했다.
중문과 4학년 김모(27)씨도 "해당 교수들이 일정 부분 감금을 유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앞날이 밝은 학생들에게 반성의 기회마저 빼앗는 건 너무 심한 조치"라고 말했다.
고대 홈페이지에는 "재입학도 불허하는 출교를 결정한 것은 학교가 심했다"는 의견과 "사과 기회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는 의견 등이 속속 올라오며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