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한겨레신문은 ‘누가 고교생을 미치게 하는가’ 사설에서 고교생들 사이에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죽음의 트라이앵글’ 동영상을 소개하며 2008년 새 대입제도에 대한 고교생들의 비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친구를 짓밟고 적으로 만드는 것이 창의적 인재인가’라는 고교생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며 학생들의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신문은 고교생들을 미치게 하는 이유는 “교육부의 새 대입제도에 반발하는 주요 대학들의 행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고교생활의 결과물이 대학입학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새 대입제도의 내신비중 확대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을 더욱 코너로 몰아넣었다.
한겨레신문의 고교생 고통 진단과 그 해결방안은 한마디로 특정 코드 중심의 교육관에서 나오는 견강부회 논리로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작년 5월 고교생들의 광화문 촛불집회는 내신 위주의 획일적 대입제도가 주는 위기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당시 많은 학생들이 내신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태가 속출하기도 했다.
내신 위주의 새 대입제도가 발표될 즈음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고교간, 학생간 학력차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를 도외시한 교육정책은 오히려 지나친 내신과열 경쟁으로 공교육의 황폐화와 사교육비 증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동영상을 통해 나타난 고교생들의 절규는 교육자율화 추세에 역행하는 정부의 과도한 입시통제 욕구에서 기인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원화된 가치질서는 ‘성적만이 성공의 보장’이라는 등식을 허용하지 않는 추세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와 한겨레 등 특정언론이 주창하는 내신성적 중심의 입시전형은 또다른 성적중심주의로서 오히려 학교현장의 전인교육을 방해하는 독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