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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업고의 '그늘'…현장실습 실태고발

근로조건 일방파기에 성희롱까지

"어딘지도 모르고 팔려가는 거예요"

직업교육훈련의 일환으로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6개월 정도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현장실습 과정에서 학생의 노동기본권 등 인권침해 사례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노동부가 고시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규정된 실습업체-학생-학교 등 3자간 협약을 하지 않고 인력파견 업체에 학생을 보내는 간접고용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받는 학생의 인권은 아무런 외부 보호장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10월말∼이달 초까지 실업고교생 36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를 한 결과 밝혀졌다.

간접고용 형태의 현장실습이란 인력파견업체, 용역업체, 사내하청업체에 학생이 파견되는 것으로 학생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조건 일방적 파기, 인격모독 행위 등으로 10대 청소년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묻지마'식 파견에 계약조건 위반 = 간접고용 현장실습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교생이 자신이 일하게 될 업체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인력파견업체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묻지마'식으로 업체에 파견된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졸업 전 실업고생의 현장 전문 기술 습득이라는 현장실습의 본래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은 물론 학교조차도 학생들이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하는 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지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팔려간' 학생들은 학교에서 듣고 온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파기당하는가 하면 인권을 침해당해 사춘기 청소년의 인격에 심각한 상처를 주고 있다.

"인력파견업체에서 점심시간이 1∼2시간 된다고 했는데 막상 파견업체에 가보니 점심시간이 20분밖에 안됐어요. 1시간인줄 알고 친구들과 쉬고 있는데 감독직원이 빨리 오지 않고 뭐하느냐고 소리를 마구 질러서 황당했어요"(A공고 3학년 김모군)
"협약서에 하루 8시간 근무에 야간잔업도 없다고 했는데 완전히 거짓말이었어요. 잔업도 강제고 아파트라고 했던 기숙사는 여관 같은 방 하나에 5명이 생활했고 화장실도 공동화장실, 보일러도 잘 안돼서 뜨거운 물도 못쓰고…"(B공고 3학년 강모군)
이 단체는 "일부 업체는 전국 실업고교에서 학생을 공급받아 성인 노동자와 똑같이 배치해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어 교육과정이 돼야 할 현장실습이 불법파견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인력 송출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

또 올해 9월 적용된 최저임금의 90% 밖에 받지 못하는 고교생도 있었는가 하면 인력파견업체가 이 돈에서 작업복비를 떼는 사례도 발견됐다.

C고 민모군은 "일요일은 쉬었으면 좋겠다. 휴일 특근이 매일 있었고 특근을 빠지면 '회사 못 다닐 줄 알아라'고 협박당했다"고 호소했다.

파견된 고교생에게 보자마자 욕설과 함께 반말을 쓰기 일쑤고 근무시간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메시지를 감독자가 일일이 다 검사한 사례도 있었다.

◇위험에 무방비…성희롱까지 = 한 자동차 부품공장에 인력파견방식으로 실습을 나간 D전자고 박모군은 "작업복 길이가 짧아 날카로운 부품에 팔을 많이 베인다. 한 번은 예리한 자동차 부품에 다리를 베었는데 피가 '철철'나서 놀랐는데 공장안에 있는 구급약은 '빨간약' 뿐이어서 약을 바르고 일을 했다"고 털어놨다.

화학공장에 파견된 E고 나모군은 "5개월동안 갈지 않은 썩은 물에 고무장갑도 없이 손을 넣어야 했는데 촛농이 떨어지는 것처럼 뜨거웠다"며 "피부병이 생겨 관리자에게 말했더니 '아무 문제 없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여학생의 경우 성희롱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F고 방모양은 "정전기 발생장치를 스타킹 위에 찼다고 남자 관리자가 발로 바지를 걷어올리기도 했고 한 친구는 회식 뒤 기숙사에 가보니 침대에 남자 직원이 바지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린 채 누워 자고 있었다"고 말했다.

회식을 빙자해 미성년자인 여고생에게 술을 마시도록 하는 업체도 있었다.

방모양의 '증언'에 따르면 회식시간에 여자 실습생을 쓰다듬는 일도 발생했고 뒤에서 안거나 입술을 만지는 성희롱 사례, '내가 일찍 사고 쳤으면 너만 한 애가 있다'는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남자직원도 있었다.

또 인력 파견업체의 남자 직원이 여학생의 기숙사 열쇠를 복제해 갖고 다니면서 아무때나 여학생 방에 불쑥 들어와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술에 취해 여학생을 불러내는 남자직원도 있다고 여고생들은 '고발'했다.

이 단체의 참여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배경내 상임활동가는 "실습업체를 그만두면 학교에서 퇴학 등 징계를 받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감내해야 한다"며 "정부는 간접고용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고교생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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