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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이유를 이해하면 책임을 묻는 방식도 달라진다

친구의 물건을 숨긴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물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걔가 저랑 안 놀아줘서요.” 서운했던 모양이다. 같이 놀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화도 났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면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조금 이해된다. 그렇다고 친구의 물건을 숨긴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지도하다 보면 이 두 가지를 함께 놓고 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사정을 들으면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면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는 것도 맞지 않고, “이유가 뭐든 잘못했잖아”하고 끝내는 것도 어딘가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과 행동은 따로 보려고 한다. 친구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아 서운할 수 있다.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친구의 물건을 숨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속상했던 건 알겠어. 그래도 친구 물건을 숨긴 건 네가 다시 바로잡아야 해.”

 

그다음에는 아이가 자신이 만든 결과를 직접 수습하게 한다. 숨긴 물건은 제자리에 돌려놓고,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필요하면 사과도 해야 한다. 다만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만 시키고 끝내지는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상대는 어떤 기분이었을지, 다음에 비슷한 마음이 들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지까지 생각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임을 가르친다는 것이 꼭 더 크게 혼내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혼났다고 자신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한 행동으로 어떤 일이 생겼고, 그 결과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직접 경험하는 편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그래서 왜 그랬는지를 묻는 일도 필요하다. 변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친구에게 거절당할까 봐 먼저 놀리는 아이가 있고, 잘못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 사실을 조금씩 바꾸는 아이도 있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장난으로 넘어가려는 아이도 있다. 자신이 어느 순간에 흔들리는지를 알게 되면 다음에는 다른 선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운하면 물건을 숨기는 대신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화가 나면 친구를 밀기보다 먼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잘못이 드러날까 두려워 사실을 바꾸기보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수습하는 연습도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행동을 차분한 대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를 심하게 모욕하거나 위협하는 행동, 누군가 다칠 수 있는 행동은 먼저 멈추게 해야 한다. 이유를 듣는 일은 그 다음이어도 된다.

 

반대로 작은 실수까지 큰 잘못처럼 다루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보다 혼나지 않는 방법부터 찾게 된다.

상황에 따라 어른의 목소리와 대응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은 이해하되 행동의 책임까지 대신 가져가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잘못을 바로잡은 뒤에는 그 행동만으로 아이를 계속 바라보지 않으려고 한다.

 

전날 친구와 큰 다툼이 있었더라도 다음 날 다시 마주치면 평소처럼 이름을 불러준다. 필요한 지적이 끝났다면 다시 관계로 돌아올 자리도 있어야 한다. 아이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아이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언제 흔들리는지 알게 하고, 그다음에는 다른 선택을 해보게 하는 과정에 가깝다.

 

아이에게 결국 남겨주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내 마음에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내가 한 행동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행동은 내가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가 처음부터 이런 기준을 스스로 세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이가 흔들릴 때마다 다시 돌아와 설 수 있도록 어른이 일정한 기준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유를 들어주는 것과 책임을 묻는 것은 반대편에 있는 일이 아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이 한 행동은 스스로 바로잡게 하는 것. 어쩌면 생활지도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기준은 그 두 가지를 끝까지 함께 놓지 않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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