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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1] 무전공 입학, 약일까 독일까

최근 대학가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무(無)전공 입학’이다. 이는 대학가의 이슈일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학부모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이슈라고 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관련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달려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무(無)전공 입학’ 비율에 따라 재정지원 가산점을 준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각 대학은 2026학년도는 물론이고, 당장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입학 선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무(無)전공 입학’을 둘러싼 쟁점은 무엇이고, 결과적으로 ‘무(無)전공 입학’은 과연 우리 교육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한다. 

 

무(無)전공 입학
‘무(無)전공 입학’은 입학단계에서 전공이나 학과를 정하지 않고 무전공으로 입학한 후, 2학년 이후에 전공을 결정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학방식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 기본계획’에 따르면 ‘무(無)전공 입학’ 방식은 두 가지이다. ‘유형①’은 자율전공학부 또는 자유전공학부와 같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한 다음에 대학 내 모든 전공을 대상으로 자기 전공을 자율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보건의료·사범계열은 선택 가능 전공에서 제외된다. ‘유형②’는 계열 또는 단과대 모집 단위로 모집한 다음에 계열 또는 단과대 내에서 전공을 자율 선택하거나 또는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모집방식이다. 계열·단과대 내 전공·학과를 일부 분리 모집하는 경우도 인정한다. 각 대학들은 일정 비율 이상을 ‘유형①’ 또는 ‘유형①+② 혼합 방식’으로 ‘전공자율선택(무전공 입학)’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국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무(無)전공 입학’에 대해 대학 교원들은 대체로 불편하거나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정책추진과정과 정책내용에 대한 것으로 구분된다. 먼저 정책추진과정 측면에서는 현재 대입정책 4년 예고제를 시행하는데 2025학년도 전형계획을 수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순수 증원이라는 첨단학과 증원문제와는 달리, ‘무(無)전공 입학’은 정원 조정과 이에 따른 제반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정책내용 측면에서는 더 많은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먼저 개별 대학 내부의 문제와 대입과 관련한 개별 대학 외부의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개별 대학 내부의 문제로는 ‘무(無)전공 입학’은 학과·전공 간 쏠림현상과 그에 따른 기초학문 학과 붕괴 우려, 학사구조 개편에 따른 교원 간 갈등 문제, 교원 수급, 입학 이후 중도탈락률 증가에 따른 학생 관리와 재원 배분, 학생 이탈 여부에 다른 학교 재정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의대 정원 증가와도 맞물리며 대학 관계자들의 반발을 확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대입과 관련한 개별 대학 외부의 문제로는 N수생 증가 우려, 대학 전반의 기초학문 약화, 상위권 대학으로의 학생 집중 현상, 심지어 ‘무(無)전공 입학’은 진로선택 중심의 고교학점제와 배치되는 정책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학과·전공 간 쏠림현상
이러한 점들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무(無)전공 입학’의 확대는 우리 교육에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각각의 쟁점에 대해 분석과 대안 모색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분석과 대안 모색에서 필자의 판단기준은 개별대학이나 교원의 관점이 아니라 학습자의 성장과 우리 교육 전반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다.  


먼저 정책추진과정 측면에서 제기된 문제를 살펴보자. 제도적 측면에서 「고등교육법」 제34조의5에 규정된 대학입학 전형계획 4년 예고제 위반 여부다. 당연하게도 4년 예고제 위반은 아니다. 4년 예고제 규정사항도 아니며, 「고등교육법」과 시행령 모두 대학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발표 및 변경에 있어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책추진과정 측면에서 법령 위반이 아니더라도 2025학년도 전형계획을 수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은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기에 교육부는 2025학년도 전형계획에 대해서 너무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좀 더 적극적인 요구를 하려면 대학별 2026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방식이 될 것이다. 각 대학들도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반영에 대해서는 시간 부족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정책내용 측면 중 개별 대학 내부의 문제를 검토해 보자. 먼저 학과·전공 간 쏠림현상과 그에 따른 기초학문 학과 붕괴 우려를 살펴보자. 현재 교육부가 ‘무(無)전공 입학’ 100%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국립대와 주요 사립대에서는 자체 논의에 따라 국가·사회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학문 학과 정원을 최소 기준으로 확보하면 될 일이다. 다만 국가 전체의 교육발전을 고려하더라도 모든 대학에 기초학문 학과와 일정 정원이 반드시 요구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 아마도 상당히 많은 지방사립대는 기초학문 분야가 개별 학과가 아닌 여러 실용 학과·전공의 기초분야 교육과정으로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학습자와 산업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이 보다 타당하다. ‘무(無)전공 입학’은 그러한 경향을 좀 더 가속화할 것이다.   


다음으로 학사구조 개편에 따른 교원 문제, 학생 관리 문제, 재원 배분 문제이다. ‘무(無)전공 입학’제의 이전 (과도기) 버전인 학부제 모집방식(‘유형②’와 유사)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구조개편을 위한 우회방식이었던 학부제가 ‘실패’로 규정된 주된 이유는 학과·전공 간 쏠림현상과 그로 인한 교수들의 반발 그리고 학생들의 중도탈락률 증가와 대학 재정 압박 문제였다. 따라서 학부제로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 증가하여 재학생 충원율이 떨어지면 대학재정지원정책에 의해 재정지원에서 배제되며, 대학이 불이익을 보기에 개별 대학은 학부제를 ‘실패’로 규정하고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습자(학생)와 산업계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결코 ‘문제’가 아니다(문제는 상대적으로 규정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호와 미래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택할 여지가 더 커지기에 더 유리하다. 중도탈락률 증가와 재정 부족도 해당 대학에는 문제가 되지만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 재입학하거나 편입하기에 불리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문제가 아니라 또 하나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학부제 확대 시기에는 지금처럼 전과 또는 복수전공 등 유연한 학사제도가 충분하지도 않았다. 학부제로 들어온 학생들의 선택권도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학사제도가 매우 유연화되었기에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재원 배분도 이전과 달라질 뿐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배분한다는 원칙을 존중하면 된다.  


‘무(無)전공 입학’을 성공시키기 위한 과제는
그렇다면 정부가 어떻게 정책을 조율하고, 대학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무(無)전공 입학’제가 확산되면, 정부는 사실상 대학구조개편 효과를 거두게 된다. 개별 대학도 마찬가지다. 개별 대학에서는 유연학사제도와 연계하여 학과·전공별 구조개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육부로서는 대학교육 혁신이 미흡한 대학과 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자 축소, 그로 인한 구조조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무(無)전공 입학’제가 본격 도입되면, 일부 대학과 일부 학과의 중도탈락률 증가는 필연적이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재학생충원률을 핵심성과지표로 계속 요구한다면 두 정책이 충돌하여 대학과 교수들이 ‘무(無)전공 입학’제 도입을 저지하는 명분과 이유가 될 것이다. 정부가 ‘무(無)전공 입학’제를 확대하려면 재학생충원률이라는 성과지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안 된다. 재학생충원률이라는 성과지표 반영비율을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학사구조 개편에 따른 교원 간 갈등문제, 교원 수급문제는 우리 대학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대학의 학과·전공과 모집정원이 교수들의 ‘봉건영지화’된 것이 현재 우리 대학교육의 현실이다. 학사구조 개편에 따른 교원 간 갈등문제, 교원 수급문제는 우리 대학 발전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무(無)전공 입학’제로 교원문제를 극복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개별대학의 혁신역량 문제이다. 또한 정부와 개별 대학은 ‘무(無)전공 입학’을 성공시키기 위한 학과·전공 선택 및 전과 관련 학사제도 유연화를 더 확충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정책내용 측면 중 대입과 관련한 개별 대학 외부의 문제이다. 먼저 ‘무(無)전공 입학’이 진로선택 중심의 고교학점제와 배치되는 정책이라는 반론은 터무니없다. ‘무(無)전공 입학’이 100% 요구된다면 맞는 문제 제기였겠지만 ‘무(無)전공 입학’이 20% 내지 30% 요구되는 정책은 고교학점제와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사실 제도적으로 대입 단계에서 모든 입학생이 평생진로로써 학과·전공을 결정하라는 제도 자체가 사실상 폭력이나 다름없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선택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정책이지 그것을 강요한 정책이 아니다. 대학 전반의 기초학문 약화 문제는 앞서 제시한 국립대학과 주요 사립대학의 기초학문 학과 정원 유지 및 그리고 여타 지방 사립대는 기초학문 분야가 개별 학과가 아니라 여러 실용적인 학과·전공의 기초 분야 교육과정 과목으로 배치되는 학사구조 개편, 교육과정 개편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N수생 증가, 상위권 대학으로의 학생 집중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편입정책의 수정을 제안한다. 


‘무(無)전공 입학’ 제도가 입학 단계에서 전공이나 학과를 정하지 않고 무전공으로 입학 후 2학년 이후에 전공을 결정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학방식이라면, 현재 3학년 위주로 시행되는 대학생 편입제도를 2학년 편입도 허용되는 방식으로 유연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 입학 N수가 아닌 타 대학 편입이 학생 입장에서 더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위권 대학으로의 학생 집중은 ‘무(無)전공 입학’ 제도가 아니더라도 학령기 학생 감소 추세에 따라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리고 학생 입장에서는 더 합리적 선택이다.  

 

‘무(無)전공 입학’에 대한 필자의 결론은 어떤 대학에는 독이 되고, 어떤 대학에선 약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교육 전반에서는 교육부의 정책 유연성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필자의 대안 제시가 결부된다면 성공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지며 대학교육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대학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경고는 이제 대학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에 정부 정책을 비판만 하고 있어서는 소속 대학의 몰락을 더 재촉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 상위권 하위권 대학, 수도권과 지방 대학 구분이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미치더라도 ‘무(無)전공 입학’ 확대에 따른 학생 관리와 교육의 충실도에 따라 대학 간 순위 변동도 일부 가능하리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대학의 학사구조 개편과 교육과정 개편, 교육혁신을 통해 정책 관련 부작용을 줄이면서 학생을 위한 교육과 지원 행정을 내실화시켜 가는 치밀한 계획과 실천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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