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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능력’에 배움의 마법 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조정하는 능력 _ 질문의 힘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누구에겐가(어디엔가) 묻는다. 이것이 질문이다. 좀 건조하고 평범한 설명이지만, 질문의 원초적인 뜻은 그러하다. 그러나 이 설명 속에는 매우 중요한 함의가 숨어 있다. 질문하는 학생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학생이다. 비록 지금 아는 것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은 질문할 수 없다. 무엇을 질문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질문의 콘텐츠가 머릿속에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교과학습에서 어떤 특정 단원(unit)을 학습할 때, 그 단원의 내용 범주와 연관하여,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학생은 자신의 앎에 대해서 상당한 초인지(超認知, meta-cognition)가 발달한 학생이다. 질문의 동기가 늘 뻗쳐오르는 학생이 초인지도 더 발달한다. 이런 학생은 자신의 학습을 자기 힘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안으로 지닌 학생이다. 이를 우리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이라고 말한다. 


비록 지금 아는 것이 많아도 자기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학생은 그 앎이 확장되지 않는다. 그 앎이 다른 앎과 융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지도 못한다. 물론 질문도 죽어 있다. 그러니까 ‘죽어 있는 앎’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학습심리학에서는 자기 힘으로 자신의 ‘학습전략’을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말한다.

 

학습전략이 없다는 것은 공부계획이나 시험 준비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가 없음을 뜻한다. 설령 세웠다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러니 공부가 재미있을 리 없다. 이 악순환의 모든 단계마다, 모든 연결고리마다 질문은 어디에 있었는지를 짚어 보아야 한다. 

 

질문하기는 순기능만 있다 _ 학습을 추동하는 엔진이다
이런 악순환의 바탕에 ‘질문의 부재’가 있다. ‘질문 불능’이 있다. 질문은 학습을 밀어 올리는 중심 동력이다. 질문 없이 학습은 의미 있는 진전을 할 수 없다. 질문은 학습자의 학습의욕을 보여 주는 바깥 증거이다. 그러므로 학습과정에서 질문을 빼버리면 그 어떤 탐구도 일어나지 않는다. 질문 활동에 내재하는 그 본질과 순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질문은 학습발달의 동력이며 동인이다. 질문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학생의 경우, 학습의 엔진이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학생이 모르는 부분과 아는 부분이 무엇인지(학생의 앎의 지도)를 교사가 먼저 파악하고, 학생이 알고 있는 부분으로부터 모르는 부분을 향하는 방식으로 질문의 형성을 도와야 한다.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출발점행동진단검사나, 학습 중간 과정에서 형성평가 도구를 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교사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학생이 질문의 효능을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이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만들어 주는 질문만으로는 의미 있는 질문 능력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학습자의 질문 행동은 학습 사태에서 자기주도성이 발현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전략을 발동하고 의지를 실행하는 일이다. 즉 현재 나의 인지적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해결전략이고, 어찌해서든 학습을 앞으로 진전시키겠다는 의지의 실현이다.

 

그런 점에서 질문 행위에 들어 있는 자기주도성 학습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학습동기를 일깨우고 강화하는 매우 중요한 싹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학생의 질문 행동에 대해서 교사가 강화와 칭찬의 피드백을 충분히 건네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질문 행동을 칭찬해 주는 데에는 상당한 전문성이 녹아든 세심한 기술(skill)이 필요하다. 그 칭찬 안에 질문이 요구하는 문제해결의 단서를 내장하면서, 교수자와 학습자의 친화적 신뢰를 도울 수 있는 교수 화법 소양(instructional communication skill)도 담보되어야 한다.

 

셋째, 질문 활동을 통해서 학습자는 자신의 지식·기능을 융합하는 데로 나아갈 수 있다. 즉 질문 행위는 학습에서 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기제를 마련해 준다. 학습이 진전하고 학습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은, 현재의 지식·기능에서 새로운 지식·기능을 조금씩 발견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발견은 사고든 언어든 지식이든 이전의 것과 융합하여 학습자의 인지 지도를 질적으로 양적으로 확장하고 심화해 가도록 한다. 융합은 창의의 발생을 돕는 기제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질문이 융합적 사고를 돕는 구도를 이해할 수 있다.

 

 

질문이 수평적 대화 프로세스로 되어야 하는 이유
질문 활동의 중요한 특성으로 질문 활동이 ‘대화의 과정(dialogic process)’을 수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질문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학습의 생산성을 발휘하며, 질문을 통해서 학습전략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질문 활동이 내적·외적으로 대화의 과정 위에서 운용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질문 활동이 대화과정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은 교수·학습차원에서 다음 몇 가지를 시사해 준다. 

 

1) ‌질문이 갖는 대화의 프로세스에서 질문하는 학생을 상대하는 교사는 학생에게 질문을 하거나 학생의 질문을 응대할 때, 수평적 대화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도 그가 제자들에게 수직적 하달에 의한 직접 가르침으로 전하지 않고, 수평적 대화방식으로 묻고 답하는 방식을 취한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대화적 프로세스는 학습자를 강박하지 않고 사고와 질문을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끌어내도록 한다.


2) ‌질문 활동이 대화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질문이 단발성 질문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질문이 어떤 계열적 구성을 이루어 학습내용과 활동에 호응하여 이루어지도록 입체적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잘 설계된 질문 활동은 학습범위와 학습내용의 위계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일정한 계기와 연쇄를 내장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질문 활동에 참여하는 학습자와 교수자의 정서적 유대감도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곧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가 갖는 질서의 원리라 할 수 있다.

 

3) ‌질문 활동이 대화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질문 대화의 생성과 소통이 작위적이지 않고, 그야말로 자연스러워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질문 대화의 내용과 학습자의 경험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은 자기의 경험 기반 위에서 질문 활동할 때가 자연스럽고 편하다. 학습환경에 질문 대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고립되면 질문 활동은 대화 프로세스로 흘러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4) ‌그래서 질문 대화가 이루어지는 학습현장은 가능하면 어떤 문제의 현장이거나 학습자의 체험과 결부된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의 현장이 될 때,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의 생성과 교환이 활발해질 수 있다.

 

또 학습자의 체험과 결부된 현장이 될 때, 학습자는 자기가 몸으로 감득하고 있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고 질문을 더 다채롭고 개성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래서 교과학습이든 비교과학습이든 체험학습을 기획할 때 질문 활동을 더 다채롭고 의욕적으로 설계할 것을 권하는 편이다. 

 

질문 능력과 질문 의욕에 따른 학습자 유형
학습지도에서 질문 활동을 기획·설계할 때는 학습자를 유형에 따라 나누어 지도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질문 능력’과 ‘질문 의욕’, 이 두 조건을 활용하여 학습자를 범주화해 보면, 학습자 유형에 따라 질문을 활성화하고, 질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몇 가지 교수·학습의 아이디어를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교사에게는 ‘지금 여기’의 내 학생들에 대한 경험적 통찰이 중요하게 개입해야 한다. 


먼저 현재 학습자가 보유하고 있는 질문 능력에 따라 등급을 매겨 범주화할 수 있다. 예컨대 ‘질문할 수 있다’와 ‘질문할 수 없다’ 사이에 몇 개의 질문 능력 등급 유형을 둘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학습자가 지닌 질문 의욕에 따라 그 정도를 매겨 범주화할 수 있다. 


예컨대 ‘질문하고 싶다’와 ‘질문하고 싶지 않다’ 사이에 몇 개의 질문 의욕 수준을 둘 수 있다. 질문 의욕 여부는 질문 내용 때문인지, 질문 상대인 교사에 대한 불만족인지에 따라 다시 세분할 수 있다. 이를 크게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학습자 범주가 만들어진다. 

 

 

그 밖에 다른 조건과 방식으로 질문 활동 지도를 위한 학습자 유형을 나누어서 지도함으로써 교수전략의 다양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하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고 질문하는 자아에 대해서 긍정 의식과 자기효능감을 가지도록 하는 정의적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질문이나 발언을 많이 하는 학생을 동료 학생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려는 언어문화는 질문교육의 보이지 않는 장애이다. 질문 활동 자체를 모든 수업에서 하나의 수업 장치로 인식시킨다든지 질문 활동 자체를 교육연극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도 고려함직하다. 이 경우 역할을 부여할 때, 위에서 마련한 학습자 유형을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질문 활동과 토론 활동을 별개의 활동으로 다루지 말고, 강한 상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에서 도식화된 토론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말고, 이를 자유롭고 유연하게 변용하여 질문 활동 강화 모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의 창의를 발휘할 것을 주문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
질문하는 학생과 응답하는 교사 사이에 언어적 발화가 오가는 것으로만 질문의 형태를 상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도식이다. 질문은 학습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종류의 물음들을 다 포괄하는 걸로 봐야 한다. 그중에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질문’이 많다. 물론 그런 보이지 않는 내면의 질문들이 안에서 자라다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질문이 중요하다. 그것을 체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질문 지도의 역량도 중요하다. 


학습역량을 바람직하게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질문 활동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들이 많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 활동이 존재함으로 해서 아이들은 어느 날 선생님에게 대단히 명시적인 질문을 마침내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질문이 존재하는 데에도 세 차원이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는 내가 사물 현상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중앙박물관 전시장에서 어떤 유물에게 질문할 수 있다. 사막에 가서 밤하늘에 총총한 별에게 질문한다. 물론 이 질문은 언어화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을 품는다고 한다.
두 번째는 내가 텍스트(책)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춘향전>을 읽고 작중 인물에게 질문할 수도 있고, 여러 각도에서 책의 가치를 질문할 수도 있다. 사실 교과서를 가지고 교실에서 하는 수업의 내적 기제가 ‘텍스트에게 질문하기’일 수 있다. 수업은 그것을 공식적인 활동으로 구현하는 것일 뿐이다. 이렇듯 학습자가 텍스트에게 하는 개인적이며 내적인 질문도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세 번째는 내가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내가 질문을 하고서도 그걸 질문이라고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인간은 스스로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한다. 다만 그것이 내적인 언어조차로도 번역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인간적 성숙을 포함하여 인간이 이루어 내는 인지나 정의나 도덕성 등의 발달은 내 안에서 ‘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것이 의식의 수면 위로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데에 질문을 포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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