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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견리사의(見利思義)를 꿈꾸며

2024년 갑진년 1월이 지나고 있다. 겨울의 대지는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지만 찬 바람에 하늘거리는 마늘밭을 보며 자연은 조화롭게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2023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 2위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 3위는 남우충수(藍芋充數-무능한 사람이 재능 있는 척한다)였다. 견리망리를 선정한 이유는 각양각색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와 가치가 상실되어 각자의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는 각자도생 사회를, 적반하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남 탓을 하며 기만을 일삼고 반성을 모르는 모습을, 남우충수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속임수는 결국 자신을 해롭게 함을 꼬집고 있다. 참고로 2022년 1위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교수 신문이 선정한 1위부터 3위까지 사자성어의 공통점은 독선과 고집, 아집으로 가득 찬 지금의 정치 현실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독선은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이며, 고집은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틴다는 의미로 전국시대 조나라 때 장수 조괄이 병법서만 맹목적으로 익혀 임기응변을 발휘하지 못하여 전쟁을 치르다 패한 고사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아집은 자기중심의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을 내세움을 일컫는다. 이런 모습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당화되어 분양사기, 전세 사기, 보이스 피싱, 고위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 폭력 대응, 학부모의 교육 활동 침해 사건 등 개인의 이익을 핑계로 가족도 친구도 버리는 경우로 우리 사회 민낯이다.

 

독선, 고집, 아집을 좇는 근원에는 자아가 있다. 자아(ego)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행위 및 기대와 상상 속에 나타나는 미래의 행위와 관련된 개인적 준거를 제공함으로써 행동에 지속성과 항상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참다운 자아를 갖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똑똑함만 확신하는 독선으로 흐른다. 이익을 찾아 목소리 높이는 지금의 우리 사회 모습이다. 이 독선이 팽배해지는 것은 과거의 학습들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성적표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동질성으로 이어져 왔다. 그렇게 다양성을 멀리하며 획일성을 외쳤기 때문에 '단일민족, 백의민족이다'를 앞세워 한국전쟁 이후 '잘 살아보세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이란 압축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압축 비약적인 경제성장은 공과 실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아와 민주주의는 허물어졌고 오직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내면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가 다름을 불인정하는 정신으로 솟아나 소통과 타협, 화합하는 삶을 멀리하는 내로남불의 독선사회로 되고 있다.

 

개개인은 모두 이익을 추구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독선적이다. 이는 견리사의보다 견리망리가 자아에서 우선 요구하며 잘못된 것도 인지를 못 하고 자신의 똑똑함을 확신하는 독선이 원인이다.

 

다른 예이지만 꼰대도 독선에 비기는 말이다. 원래 꼰대는 노인,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로 사전에 따르면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꼰대라는 단어가 연령대와 상관없이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비하하는 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꼰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능력은 없으면서 대접받기를 원한다, 굳이 안 해도 될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 요즘 젊은 애들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등의 모습이다. 이 꼰대 기질도 바로 자신이 똑똑하다는 독선과 고집, 아집으로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이나 신념을 밝히는 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내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버릇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내 생각만이 최고이고 진리라는 독선과 아집은 서로를 피곤하게 할 뿐이다. 똑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판단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존중하는 마음은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 예의다.

 

갑진년 한 해가 문을 열었다. 올해는 견리망리란 이익 추구로 상실의 시대에서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진 실상을 용의 기운을 받아 견리사의의 마음으로 새로운 우리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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