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은 멀어지고 진달래 향기는 초록에 스러진다. 금치산자 같은 사월은 연일 꽃 잔치로 눈을 어지럽히며 뒤돌아보게 한다. 모란꽃 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는 사월 열하룻날 오후, 훈풍에 실려 오는 진한 유채향은 황순원의 소나기 속 한 장면인 개울가에서 윤 초시네 증손녀를 기다리는 소년의 두근거림처럼 손을 내민다. 시야를 먼 밭둑 언저리로 옮긴다. 복사꽃의 화려함이 최면을 걸듯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현란한 모습은 며칠 뿐이기에 언제나 붙들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사월 한가운데 섰다. 새로 돋는 나뭇잎마다 반짝이는 연둣빛 햇살은 그리움을 발효시켜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서러운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래 가지지 못한다면 눈이 짓무르도록 봄을 느끼며, 가슴이 터지도록 봄을 즐기며, 발이 부르트도록 이 봄을 밟아보자. 당장 일 분 후도 어찌 될지 모르고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을 기약하기에는 너무 멀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구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삼킨다. 그래서일까 약속을 다 한 벚나무가 꽃비를 내리는 날 나이를 먹지 않는 숨죽인 동심은 방부 처리되지 않은 추억을 꾸역꾸역 밀어 올리며 등을 민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나선다. 산골짜기를 내달려온 봄바람은 빈
2017-04-19 17:47
제7회 순천만ECO국제걷기대회(대회장 조충훈 순천시장)가 순천시 동천을 비롯한 봉화산 둘레길에서 실시된다. 이 대회는 정원의 도시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유산의 정취를 걷기를 통하여 만끽하고, 동행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하여 2011년도에 시작하여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이번 대회는 '세계인과 함께 순천만정원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4월 22일 동천변코스(5,10,25킬로미터),23일에는 봉화산둘레길코스((5,10,25킬로미터)를 걷는 일정으로 진행한다. 이 대회는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신청은 (사)한국체육진흥회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접수와한국체육진흥회전남지부(061-742-0759)로 사전접수 가능하며, 행사 당일 접수도 한다. 대회조직위원회(위원장 장계주)는 참가자를 위해 점심으로 국수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가을에는 순천만 습지일대를 코스로 하는 '순천만 갈대길 걷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7-04-19 17:07
경기도 이천 장호원 근처는 온통 분홍빛 복사꽃 잔치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벗들과 모임이 있었던 친지의 집에서 바라보는 복숭아 과수원은 그대로 무릉도원이었습니다. 복사꽃의 눈부신 유혹에 몸이 달아 두둥실 달이 뜬 과수원을 쏘다녔습니다. 저는 언제나 복사꽃의 눈웃음에 몸도 마음도 무장해제 당합니다. 이처럼 봄은 몸이 반응하는 계절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 봄을 맞으러 벗들과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꽃핀 과수원을 쏘다녔습니다. 그랬더니 제 몸 구석마다 봄의 숨결이 배어 교실에서 교과서를 펴는데 한 녀석이 딴 짓을 해도 너그럽게 용서가 되었습니다. 호호 김훈을 향해 한 문학상의 심사위원회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고 까지 찬사했다고 합니다. 이런 김훈의 글은 유려하고 깊이 있고 사물과 주체 사이의 사유를 몸의 언어로 말합니다. '현의 노래'는 눈과 코와 살갗으로 비비며 얻는 물질적 경험의 구체성 안에서 이뤄지는 지각만을 신뢰합니다. 김훈이 생로병사의 계기적 질서로 겪는 몸의 사실들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겠지요. 몸의 생리학 중에서 특히 저는 순장시녀로 내정된 가야 가실왕의 젊은 시녀 아라가 방뇨의 순간에 도망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제
2017-04-17 15:20지금은 없어진 정통 대하드라마를 대부분 보았지만, 지금은 사극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난 1월 26일 방송을 시작한 SBS ‘사임당 빛의 일기’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지난 해 6월 촬영을 마친 200억 원대 대작일 뿐 아니라 ‘한류제한령’으로 중국 방송이 불발됐지만 일본⋅대만⋅싱가포르 등 9개국에서 동시방송되는 드라마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라 할까. 또 하나 ‘대장금’(2003~2004년) 이후 무려 13년 만에 컴백하는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에 대한 기대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서지윤과 신사임당 1인 2역의 이영애는 일단 조선시대보다 현대에서 더 빛나 보였다.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맞나 할 정도의 워킹맘(일하는 엄마)으로서 연기는 엄지척이었다. 조선시대 복색으론, 미안한 말이지만 뚱뚱하고 얼굴도 넓적해 보인다. 그런 기대감은 1, 2회 15.6%와 1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비교적 높은 초반 시청률로 화답되는 듯했다. 그런데 시청률은 3회부터 상승 아닌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체 30부작 중 22회(4월 6일)까지 방송된 지금 한 자릿 수로 시청률이 곤두박질친 상태다. 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김과장’은 물론 새로…
2017-04-17 09:43지난 1월 28일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지금 한창 방송중이다. 나는 4월 4일 20회까지 보고 강한 시청 중단 유혹에 시달렸다. 벌써 끝났나 하는 아쉬움이 들어야 맞는데, 언제나 끝나지 하는 생각이 불쑥 솟구쳐 올라서다. 그런 충동이 8회쯤에서 이미 하늘을 찔렀다. 사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거의 없던 일이다. ‘거의’라고 말한 것은 한두 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지난 해 상반기 방송되었던 SBS ‘대박’이 그랬다. 24부작 ‘대박’을 딱 3분지 1인 8회까지만 보고 미련없이 버렸다. 다름 아닌 더 봐주기 힘든 역사 비틀기의 이른바 퓨전 사극이었던 것이다. 대개 그런 사극은 아예 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얼마 전 끝난 KBS ‘화랑’과 지난 해 방송된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 그런 경우다. 지금 방송중인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예외지만, 지난해 방송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또한 아예 시청하지 않았던 퓨전사극이다. 거역스러운 역사 비틀기를 보며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 할까. 드라마가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지만(실제로 일반대중은 그런 이
2017-04-13 17:474월 8일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애시당초 50부작이 61부작으로 연장 방송됐으니 7개월 넘는, 그야말로 대장정이랄 수 있다. 연장 방송은 2016년 8월 27일 6.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소박한 시청률로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라 할만하다. 물론 변화가 있었다. 제20회에서 비로소 10%대를 돌파하는 등 시청률 상승이 이어진 것. 최고 시청률은 마지막 61회의 20.1%였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57회(2017.3.25.)에서 처음 20%를 돌파했다.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면 오히려 연장 방송이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연장 방송말고도 변칙 플레이는 또 있다. 11월 13일 결방된 24회분을 11월 19일부터 토요일 밤에 아예 2회 연속 방송하기 시작한 것. 이유는 ‘사임당 빛의 일기’ 문제와 관련, 토⋅일 밤 10시대 드라마 편성을 못한 내부사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망정 시청자 입장에선 때 아닌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 편성이 성공한 결과로 이어졌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할까.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변칙의 연속 방송엔 큰 문제가 있다. 다른 방송사, 예컨대 MBC의…
2017-04-10 17:15
남도는 우리 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은 곳이다. 섬에는 다양한 문화가 있으며 일상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많다. 4월을 맞이하여 산천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있으며 최근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순천역 앞에서 8시 25분에 여수행 직행버스를 탔다. 오랫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다. 봉화산 둘레길 모임(회장 김재은)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주 1번 봉화산 둘레길을 걷는다. 일행 15명은 김밥을 챙겨 모처럼 맛이 다른 하루 여행으로 개도사람길을 걷기 위해나선 것이다. 이 섬은 김재은 회장이 35년 전 근무했던 추억이 담긴 섬이다. 개도항에 내리자마자 미역을 말리고 있는 부부를 쉽게 접했다. 바로 이 가정이 김 회장이 개도초등학교 근무시 육성회장을 역임한 사람이었다. 친구처럼 말이 스스럼 없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도중에는 조약돌이 깔린 해변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점심을 마치고, 35년 전 김 회장이 가르친 제자가 귀촌해 어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인간극장에서 다루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걷기는 저강도 운동에 속하지만 오랫동안 하는 것은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단시간 하는 효과를 뛰어넘는다고 한다. 걷기는 한국인이 걸리기
2017-04-10 09:53
순천은 정원의 도시이다. 한국에서 정원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순천만국가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심 한 가운데 동천이 흐르고 양쪽 둑에는 지금 귀를 기울이면 벛꽃 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려 온다.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벚꽃이 동천의 물소리와 어울려 지나가는 손길의 발길을 끌어 당긴다. 살포시 내려앉는 꽃잎은 천사처럼 곱기만 하다. 꽃과 인간의 역사는 매우 깊다. 우리는 선물로, 그리고 기쁨을 나누고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꽃을 주고 받는다. 때로는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향신료로 첨가하기도 하고, 미묘한 향기들을 결합해 값비싼 향수를 만들기도 하는 재료가 된다. 씨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을 직물의 소재로 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꽃은 오래 전부터 화가, 작가, 사진가, 과학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에도 책, 그림, 조각, 광고 등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을 혼자서만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풍성한 감성이 필요한 이 시대에 학업에 열정을 쏟고 있는 학생들에게 함께 걸으면서 꽃의 향기를 선물하는 것은 어떨가? 여기에 지금 핀 꽃처럼 이 세상에 피어날 때는 언제일까를 상상하면서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꽃과
2017-04-05 09:193월 30일 오전 7시부터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순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골프, 타깃에 반응하라'는 주제의 인문학 강좌가 있었다. 강사는 전 대학부 국가대표 감독을 한 이종철 작가였다. 본인은 어려서부터 엄격한 부모 지도 아래 성장하면서 부모님은 자주공부를 게을리 한 자식에게 "무엇을 먹고 살래?"라는 말을 자주 하였으며, 자신은 공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시키니까 마지못해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성장과정에서 자신은 매우 자존감이 낮았다고 했다. 흔히 골프 선수는 "공을 자신있게 쳐라"라는 말을 듣지만 이는 매우 복잡한 성질의 것이다.공을 잘쳐야 마음에 자신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15번 도전해 프로골퍼가 됐으며, 이를배우는 과정에서는 공을 치고, 그 모습을 비디오로 보고, 분석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선수생활과 감독생활을 하면서 골프가 노래 부르는 과정과 매우 흡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노래는 감정을 멜로디에 실어 표현하는 것으로 가사, 박자, 리듬이 다 완벽해도 가장 중요한 '내 것'을 표현할 때 다른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골프는 타깃 게임이다. 대부분 선수들은 땅을 보고 공
2017-04-04 10:03
주말의 고속도로는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과 꽃이 한데 섞여서 어느 것이 꽃인지 사람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나 역시 봄나들이에 동참하여 벗들과 벚꽃나무가 많은 인근공원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그런데 여행이라고도 할 수 없는 잠시 다녀온 길인데 무척 피곤했다. 왜 우리는 기를 쓰고 꽃이 피면 꽃구경을 가야하고, 여름이면 피서행렬에 나서고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가야할까? 가끔은 나 자신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여행의 테크닉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왜 우리는 여행을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행지를 고르고 잘 여행을 하는 문제가 아닌 궁극적 목적의 여행은 무엇일까를 잘 들여다보는 좋은 책이었다.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들을 안내자로 등장시켜, 여행에 끌리게 되는 심리와 여행 도중 지나치는 장소들이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을 통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프로방스에서 반 고흐의 그림을 보고 그곳의 올리브 나무와 사이프러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내용과 존…
2017-04-03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