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순 | 전남 토지초 연곡분교 교사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저 은주입니다.” “그래, 요즈음 소식이 뜸하더니 잘 지내니?” “예, 이번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지금 연수중입니다.” “그러니? 참 잘했구나. 축하한다. 그러고 보니 제자 중에서 네가 제1호구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는 말이다.” 전교생이 94명이던 작은 학교에서 6학년 제자였던 아이가 벌써 발령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시간이 화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늘 욕심도 많고, 자신을 다잡아 주는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이던 제자였습니다. 21명을 졸업시켰는데 많은 아이들이 4년제 대학을 갈 만큼 열심히 사는 제자들입니다. 졸업시킬 때, 1년에 두 번씩 동창회를 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어 주었는데 10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모임에 나오라고 조르는 전화를 건 제자의 칭얼거림에 행복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졸업한 시골 학교가 이제는 폐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제자들과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고 졸업생들끼리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이어가고 있으니, 모교는 가슴 속에 살아남아 언제든지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은주야,…
2006-04-01 09:00최효찬 | 경향신문 기자 호머가 지은 는 전쟁과 인간사를 그린 대서사이지만 여기에는 명가의 조건과 리더십의 덕목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수많은 주인공들이 있지만 이들 가운데 현명한 아버지 오딧세우스, 지혜로운 스승 멘토, 유혹을 물리치고 20년 동안 가정을 지킨 어머니 페넬로페, 아버지의 뜻을 이은 지혜로운 텔레마코스 등이 명문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명문가의 유지, 발전 비결은 교육 이타카의 왕으로 '지혜로운 자'의 대명사로 통하는 오딧세우스와 부인 페넬로페 사이에 텔레마코스가 태어난다. 불가피하게 트로이전쟁에 참여하게 되자 그는 친구 멘토(Mentor)에게 집안 일과 아들의 스승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텔레마코스는 부친 부재의 20년 동안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아버지의 지혜를 닮아간다. 오딧세우스는 아내에게 아이의 얼굴에 수염이 자랄 때까지 자신의 소식을 듣지 못하면 재혼을 하고 왕국을 아들에게 넘겨달라고 부탁한다. 이 때문에 오딧세우스가 귀국하지 않자 구혼자들이 몰려들어 페넬로페를 괴롭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20년 동안 가정과 왕국을 지킨다. 아내 페넬로프는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전형이다. 요즘 같아도 이러한 경우라면 재혼하는 여성이 대부분일…
2006-04-01 09:00
('푸리' 석약녘 풍경) 글·사진 | 박하선·사진작가, 여행칼럼니스트 행복이 넘치는 푸리행 열차 캘커타의 '하우라' 역을 빠져나간 열차는 덜거덕거리며 남쪽으로 달린다. 차창 밖으론 서서히 어둠이 깔리면서 혼돈의 세계를 잠재우고, 열어놓은 창틈으로 밀려드는 밤공기가 머리카락을 휘젓는다. 이 열차는 벵골 만의 해안가에 위치한 '푸리(Puri)'행 익스프레스다. 주변에 자리한 인도인들은 휴가를 떠나는지, 아니면 성지 순례를 가는지는 몰라도 서로를 부르면서 한껏 들떠 야단법석을 떤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가슴 부풀게 하는 것일까?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자들은 모두가 행복하다고 하잖는가. 그것이 단체로 왁자지껄하게 몰려다니는 싹쓸이 여행이든, 사장님의 지시를 받고 급히 떠나는 출장여행이든, 또 갈 곳을 모르는 아이의 무심한 여행도, 죄를 짓고 숨을 곳을 찾아다니는 도망 여행까지도. 그래서 몇 번에 걸친 인도여행에서 꼭 빠지고 말았던 '푸리'를 이번에야 찾아가는 이 몸을 포함한 열차안의 모두는 정말 행복한 것이다. 몇 군데의 역을 거치자 이제 하나 둘 잠자리 준비를 한다. 이 밤을 꼬박 새고 나면 푸른 안개에 둘러싸인 '푸리'에서 아침을 맞게 된다.…
2006-04-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