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의 화양계곡에 머문다. 말 그대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계곡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곳은 일찍부터 수많은 시인과 묵객, 선비들이 찾아와 시상을 다듬던 곳이다. 나는 시인도 아니고, 그림도 손방이다. 게다가 점잖은 선비도 아니니 다듬을 생각도 마음도 없다. 그저 산에 오르고 내려오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다. 아니 경관에 흠뻑 젖어 호사를 누린다. 산은 깊은 곳에 앉아 있어서 하늘처럼 깨끗하다. 암벽은 모두 말라 있어도 틈에서는 여지없이 물을 생산한다. 계곡에 앉아 있는 암반은 흐르는 물길과 잠시나마 인연을 함께 하려고 몸 전체로 어루만진다. 하지만 물길은 뒤도 안 돌아보고 야속하게 이별의 소리를 내며 달아난다. 미지의 세계로 달리듯 한층 더 생기 있게 흐른다. 아름다운 곳에 가면 옛 선조의 일화가 남겨 있듯, 이곳에서도 우암 송시열 선생의 역사와 만난다. 우암 선생이 효종의 죽음을 애달파 하며 새벽마다 엎드려 통곡하였다는 읍궁암은 여전히 묘한 울림이 있다. 그때의 슬픔이라도 전하는 듯 반들거리는 몸으로 햇살을 튕겨 낸다. 수정처럼 맑은 물에 모래 또한 금싸라기 같아 금사담이라 했다는 풍경은 흔한 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우암이 머물렀다는 암서재의
2010-11-29 09:56학교 현장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면 별별 일을 다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담임을 맡고 있으면 한 학년에 한해서 일어나는 일을 경험하게 되지만 학생부에 있으면 3개 학년 전체 학생에게 일어나는 자잘한 일을 만나게 된다. 남자 학교에서는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은 폭력이고, 여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성관계인 것 같다. 학교 현장을 쳐다보고 있는 사회인의 인식이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하는 외침의 소리를 낸지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보편화된 일이 돼 버렸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변화는 수업 잘하는 최고 교사를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업을 잘 하려고 해도 수업에 대한 이미지가 대입시와 관련돼야만 그것이 좋은 수업이라고 문서상으로 평가할 뿐이다. 수업이 학생의 만족도만 최고이면 그것으로 좋을 것 같지만 수업이란 궁극적으로 실용적 현실적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의 만족으로만 최고라 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하면 학생이 나아갈 대학입시에 대한 중심이 소홀하게 되고 대학입시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아가고자 하면 학교 수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느 저울에 맞추어야 할
2010-11-29 09:55어떤 사람이 토론을 잘 하는 사람일까? 토론을 잘 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그 첫째가 토론 주제에 대한 내용 전문성이다. 둘째, 토론의 형식, 절차, 방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셋째, 토론의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 G20 정상회의를 끝나자마자 제4기 원탁토론 전문과정에서는 'G20 정상회의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을 가졌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교수), 김용기(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 조원희(국민대 교수), 이해영(한신대 교수)가 출연하였다. 앞의 두 토론자는 G20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뒤의 두 토론자는 G20의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주장을 펼쳤다. 과연 결과는 어떠했을까? 청중에 따라 판단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 분들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논리적 근거와 수치를 제시하며 때론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상대 주장의 모순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해영 교수는 G20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 경호안전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으로 말한다. 강제력과 구속력이 없는 국제포럼에 불과한 토크쇼라 평한다. 심지어 G20을 동네 반상회에 비유하면서 반상회 한 번 했다고 부자되는 것 아
2010-11-29 09:55매년 이맘때 쯤이면 교장승진대상자, 교장연수대상자, 교감승진대상자, 교감연수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출한다. 교원의 근무성적평정과 맞물려 같은 시기에 진행된다. 어쩌다가 좀 늦은 시간에 교육지원청을 방문하게 되었다. 학교교사들의 퇴근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교육지원청은 대낮처럼 불이 밝았다. 장학사들도 많이 남아있고 일반직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 한 곳에 일이 있어 들렀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들이 여럿 보였다. 다름아닌 관내 교감선생님 들이었다. 늦은 시간에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평정자료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날 만이 아니고 벌써 여러날 교육지원청에 퇴근후에 들러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담당 장학사도 그 자리에서 열심히 정리하고 확인하고 있었다. 일만 보고 그대로 나오기 미안해서 같이 두어시간 머물면서 도울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었다. 지금은 정보화시대이다. 모든 것이 전산으로 처리되는 시기이다.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는 기본이고, 각종 결재도 전산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사들의 복무도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다. 각종 물품 구매도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업무가 간소화된 것만은 사
2010-11-29 09:54이주호 교과부장관이 학생들이 가고싶은 '즐거운 학교'가 되어야 교권도 확립되고 학교교육이 제대로 된다고 했다고 한다. 백번 옳은 이야기이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없다. 학교가 즐겁다면 학생들은 당연히 가고싶은 학교가 될 것이다. 학생들이 가고싶은 학교라면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상적인 학교상은 당연히 가고싶은 학교일 것이다. 그래야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즐거운 학교'를 어떻게 만드냐이다.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고 수업시간에 잠만자고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 즐거운 학교는 아닐 것이다. 학생들이 억지로 학교에 오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켜 즐거운 학교로 만드느냐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학생들이 즐거워할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이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이들을 적절히 융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즐겁게 등교할 수 있는 학교가 될 것인지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학생들이 즐거워 한다면 당연히 학교에서의 체벌은 사라질 것이다. 학생이 즐거우면 교
2010-11-29 09:54대학시절 민방위 훈련으로 착각학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북한의 공군 조종사가 미그21기를 이끌고 우리나라로 내려온 사건이었다. 지금도 이(리)웅평이라는 당시 공군 조종사의 이름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갑작스런 싸이렌 소리와 함께 당시의 민방위본부에서 '이 상황은 실제상황입니다.'라고 했었다. 갑작스런 상황으로 모두가 당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북한 조종사가 귀순했다는 발표를 들었었다. 그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시대가 변했을 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필자가 학창시절에는 안보교육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었다. 필자뿐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독자들이 예전의 안보교육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반공이라고도 했고, 멸공이라는 이야기도 했었다. 중학교때 도덕관련 과목이 두개로 나누어져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과목명이 '민주생활'과 '승공통일의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와는 시대가 많이 변한 것이 사실이지만 남북이 대처하고 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군대를 갔을때 분단상황이 정확히 인지되었었다. 또한 국가안보가 정말로 왜 필요한지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지금의 현실도 남북
2010-11-29 09:54가을의 주인공 단풍. 추운 바람이 불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오색빛깔로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멋진 풍경이 유혹하는 창밖으로 자주 눈길을 보내고, 마음이 들떠 일손이 잡히지 않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이맘때면 유명한 산과 관광지는 자연과 벗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도로에 늘어선 차량과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이 즐거워야 할 단풍 길을 고생길로 만드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꼭 멀리 나가야 멋진 풍경을 만나는 것도 아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단풍물결이 산과 들을 지나 시멘트 문화로 삭막해진 도회지를 알록달록 단풍세상으로 만든다. 찬바람이 겨울을 재촉하는 계절에 차량과 사람에 시달리지 않고 도심에서 단풍을 즐겨보자. 그런 곳이 바로 인천대공원 안에 있는 인천수목원이다. 인천수목원은 도서해안과 육상의 주요 식물종을 수집ㆍ전시ㆍ보전ㆍ연구하고, 도시녹화의 다양한 정보는 물론 사람들에게 휴식과 자연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테마식물원지구, 희귀자생ㆍ비교식물원지구, 도시녹화식물원지구의 40개 전시원이 수목원을 구성한다. 1월 19일부터 12월 말까지 수목원의 자연ㆍ탐방ㆍ특강교실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사이트에서 사전예약하면 말린꽃을 이용해 책갈피를 만드는 꽃누르미교
2010-11-29 09:53원주 평원초등학교(교장 정대인)는 지난 11월 26일춘천교육대학교 3학년 15명을 대상으로 2010학년도 참관 실습을 마쳤다. 김미령(춘천교대 실과교육과 3학년) 교생은 "한 달 동안의 짧은 실습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으며 예비교사로서 더 많은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2010-11-29 08:10제자 사랑이 덧없는 일인 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예 아영일 이뻐하게 되어버렸다. 집 나이로 쉰 여섯, 1년만 있으면 규정에 따라 ‘원로교사’가 될 처지이건만 그 열정이, 정열이 스스로도 놀라울 뿐이었다. 사실 학생기자 지원서를 가지러 온 아영일 처음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벌써 2년 전 ‘총애’했던 제자 다혜를 본 듯해서였다. 딱히 어디가 닮았다 말할 만큼 도장 찍어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내게 아영인 다혜였다. 아영이 무난하게 면접을 통과했음은 물론이다. 다른 애들 5명과 함께 합격했지만 나는 다른 3학년 기자들을 제끼고 아영일 곧바로 편집장에 임명했다. 다른 기자들보다 하나라도 더 일을 가르치고 싶었다. 쉬는 토요일, 법질서 지키기 웅변대회가 은파공원 수변무대에서 열렸다. 관내 행사이고 아는 분이 두 번씩이나 학교에 찾아와 부탁했다. 나는 심사위원, 학생들은 청중으로서의 참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참가 희망한 학생은 자그만치 180여 명이나 되었다. 출석 체크 등 도우미가 필요해 아영일 불렀다. 당연히 기사 작성을 위해선 현장취재도 해야 했다. 아영인 쉬는 토요일인데도 선선히 따랐다. 하긴 아영인 지난번 르포때 갑자기 아파 빠진…
2010-11-29 08:09최근 수능시험이 끝난 고3 아이들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여 시내를 배회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진한 화장과 더불어 손톱에 매니큐어까지 하여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능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그나마 양호했던 교복까지 변형하여 입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마치 고등학교 학창 생활이 모두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의 생활지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무질서한 행동을 일삼게 될 것이고 자칫 이것은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학생의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조치가 없는 것도 학생 생활지도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3학년 기말고사 시험이 끝난 뒤, 몇 명의 아이들이 학생부로 불려 왔다. 학생부장 책상 앞에 서 있는 아이들 모두가 염색한 것으로 보아 두발 불량 때문에 온 것 같았다. 학생부 선생님의 훈화에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딴전을 피웠다. 그리고 한 아이는 3학년인데 굳이 교칙을 준수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만인 듯 입을 실룩거렸다. 교사들은 고3 아이들의 이와 같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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