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너무도 올바른 이야기’는 문학이나 영화가 될 수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도 문학이나 영화가 될 수 없다. 아무런 흠결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그렇다. 좋은 문학이나 영화 이전에 일단 재미가 없다. 인물들은 훼손되지 않고, 인물이 겪어가는 사건은 아무런 모순이 없는, 그런 이야기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이런 소재로는 아무리 위대한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도 이야기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 없는 이야기는 소통되지 않는다. 소통되지 않는 이야기는 죽은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도덕적 규범을 너무 강하게 담으려 하면 그렇게 되기 쉽다. 주인공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여 교훈을 주려고 하는 데만 치중한 위인전 이야기는 솔직히 재미가 없지 않은가. 가령 여기 잘 생기고, 착하고, 예절 바르고, 정의감 강하고, 규범을 잘 지키고, 이성을 사귀면 일편단심 변하지 않는 어떤 청년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청년 못지않게 착하고, 인물 좋고, 마음씨 곱고, 지혜롭고, 곧은 절개의 심성을 지닌, 참으로 바람직한 아가씨가 있다고 해 보자. 이 두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여서,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여 사귐을 이어갔다. 사랑을 방해하는 경쟁자도 없
2019-04-03 13:30‘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고 배웠다. 그만큼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내용을 규정한 것이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살인이나 절도·폭행 등과 같은 죄를 짓지 않아야 한다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저작자에게 발생되는 저작권이라는 권리 또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저작권’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나(또는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알고 보면 저작권은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여 읽는 도서도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이어폰이나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저작물에 해당하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촬영하는 사진도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는 쉽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저작권이란 우리 실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이하 ‘법’)에서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저작물의 예시는 법 제4조에서 어문저작물·음악저작물·연극저작물·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사진저작물·영상저작물·도형저작물·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2019-04-03 13:30지정학 : 지금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최린 옮김, 가디언 펴냄, 292쪽, 1만6000원) 세계 각국의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러나 들어 보기만 했을 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단순한 소식으로만 접했던 지정학적 주요 문제들의 이면에 어떠한 사실이 숨어 있는지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2019-04-03 13:30박범신의 장편소설 은교를 읽다가 여주인공을 쇠별꽃에 비유한 것을 보고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은 이 소설은 예순아홉 노시인이 열일곱 소녀 은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큰 읽을거리다. 그중에서도 은교를 쇠별꽃에 비유한 대목이 하이라이트다. 한 소녀가 데크의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소나무 그늘이 소녀의 턱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 사위는 물속처럼 고요했다. 나는 곤히 잠든 소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열대 엿 살이나 됐을까. 명털이 뽀시시 한 소녀였다. 턱 언저리부터 허리께까지, 하오의 햇빛을 받고 있는 상반신은 하앴다. 쇠별꽃처럼. 고향집 뒤란의 개울가에 무리 져 피던 쇠별꽃이 내 머릿속에 두서없이 흘러갔다. 브이라인 반팔 티셔츠가 흰 빛깔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고요히 그 애의 머리칼을 만져보았다. 그 애의 젊은 머리칼에선 적멸((寂滅·사라져 없어짐) 없는 빛이 흘러나왔고, 쇠별꽃 같은 향기가 풍겨 나왔다. 셔츠를 가만히 당겨 그 애의 어깨를 가려주었다. 투명하고 싱그러운 어깨였다. 첫 번째 대목은 시인이 자기 집 데크 의자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고 있는 은교를 목격하는 순간으로, 시인이 은교를 처음…
2019-04-03 13:301. 들어가는 말 학교현장은 수업 외 과도한 업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들은 반복적인 고의성 민원과 고소, 소송 및 학생생활지도 등 어려운 업무에 시달린다. 그래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새 학기 동료교사와 업무 분장 갈등도 흔히 발생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런 맥락의 일환으로 조직문화 10대 혁신과제를 지난 1월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수평적 호칭제, 복장 자율화, 직원참여 플랫폼·자유토론방 운영, 관행적인 의전 폐지 3대 과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근무여건 개선 5대 과제, 서울교육 조직도 개선, 협력학습공동체 운영 제도화, 보고서 표준서식 제정 활용, 스마트한 회의, 행정업무 간소화 5대 실천과제 등이다. 빠른 시대적 변화와 다양한 요구로 학교현장의 업무 부담에 대한 교원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과 회복적 생활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원업무정상화 실행 계획을 마련하여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자 한다.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정착시키고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조직을 재구조화하고 교무행정지원팀 운영 내실화,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의 공문책임관제 운영 및 학교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교사가 수업과…
2019-04-03 13:30새 학년이 시작하는 3월, 학교는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바쁘다. 물론 봄방학기간 교사들은 학교에 출근해 새 학년 준비를 시작한다. 그래도 3월에는 입학식・임원선거・학부모상담과 총회・공개수업 그리고 1년간 운영할 교육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학년 초 진행하는 공개수업은 학부모의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적인 학교 정보 제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진다. 또한 교사의 수업에 대한 열정과 자질을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학교에서는 공개수업에 참관하는 학부모에게 교수・학습과정안을 제공하는데, 사서교사를 포함한 학교의 모든 교사가 서로의 수업을 나누기 위한 사전 회의를 한다. 얼마 전 수업나눔 회의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사서교사는 매년 같은 내용으로 모든 수업과 공개수업을 준비할 테니 그만큼 수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담임교사가 같은 학년을 2년 연속한다고 해서 수업이 같지 않듯이, 사서교사의 수업 역시 매년 변화하고 발전한다. 교육과정과 각 시・도교육청의 특색교육, 중점 교육에 맞추어 도서관 수업과정을 연구하고 고민한다. 현재 학교도서관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2019-04-03 13:30문제 ○ 교육은 홍익인간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함.(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 “우리 아이들이 공평하고 평등하게 인성을 함양하고 서열 없는 능력 개발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도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학생자치·학교공동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략)… 자신의 삶과 직결된 그런 살아있는 지식, 삶과 생활에 결부된 지식, 스스로 자신 몸에 대한 의사가 되고, 스스로 주체적 법률가가 되며,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동식물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며 생태적으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교육과정을 최대한 만들어가겠습니다(2018 서울시교육감 신년사 중에서).” ○ 초·중등교육과정 총론(교육부 고시 제2015-80호) -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2019-04-03 13:30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
2019-04-03 13:30# 1 무작정 떠난 인도 배낭여행 인도는 배낭여행객 사이에서 여행하기 어렵기로 손에 꼽히는 국가이다. 그런 인도를 아무런 계획 없이 여행했었다. 대학 졸업 전에 잠시 공장에서 근무했었다. 그때 함께 일하던 한 동료가 쉬는 시간이면 인도의 자이살메르에서 담아온 낙타 사파리 사진을 보여 주며 인도 여행기를 들려줬었다. 덕분에 그때 번 돈으로 카메라를 장만하고 인아웃 항공권만 결제하고 인도를 한 달 남짓 다녀왔다. # 2 가이드북 두 권에 모든 것을 의지한 여행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2009년이었다. 인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이드북을 두 권 챙겼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많은 정보를 저장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그때는 종이에 대한 의존이 높던 시기였다. 가이드북을 통해 교통편, 숙박업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첫날 하루는 숙박업소를 돌아다니며 빈방을 찾고, 다음 도시로 향하는 교통편을 예약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이게 당연한 절차였기에 여행의 일부라 생각했고 재미있게 즐겼다. 물론 지금도 이런 방법으로 여행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시간은 금보다 귀하기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사전에…
2019-04-03 13:30성균관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재학생 수에 관한 것이다. 흔히 조선시대의 최고 학부로서 당시 수재들의 집합소이자 모든 학생들의 로망이었던 곳, 그래서 성균관은 언제나 학생들로 미어터졌던 공간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성균관의 실제 재학생 수는 가히 충격적이다. 성균관의 재학생 정원이 200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재학했던 학생 수는 많게는 수십 명, 적게는 한두 명에 불과하였다는 내용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재학생이 하나도 없다는 한탄들도 발견된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일까?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당시 성균관은 어떤 곳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죽어 나가다 조선시대 성균관에 관한 기록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학생들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의 기록은 그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대략적이나마 가늠하게 한다. 성균관 학생들이 여러 번 부종병으로 죽게 되어 저희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 (중략)…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글 읽기만 힘쓰므로, 정신이 피로하고 기운이 떨
2019-04-03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