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팔월 초이레, 여름은 저만치 비켜서고 가을이 익어가는 아침, 햇살의 사선이 눈까풀에 투과된다. 어젯밤 쓸쓸한 긴 여운으로 남은 풀벌레 울음소리도 사선과 함께 황금빛 들녘으로 쓸려나간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고르지 못한 가을장마가 얼마간 계속되었다. 간간이 드러나는 파란 하늘 아래 올리브그린 들녘이 해풍을 맞으며 황금 물결로 번져 간다. 그 출렁임에 추석의 그리움은 진하게 유년으로 달리며 몇 번의 머뭇거림을 한다. 하지만 일상을 더듬으며 스마트폰 뉴스 앱을 여는 순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여기저기 솟아나는 정치와 경제 이야기,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진 삶의 모서리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지축은 흔들리고 카오스 상태가 되어 멀미가 날 지경이다. 그리움의 서정을 두른 자신의 감성이 겁이 난다. 그래도 추석을 앞둔 기다림의 시간은 누구도 멈추질 못한다. 추석을 앞둔 읍내 시장 주변 풍경이 분주하다. 허리 굽은 어르신은 참기름 집, 고추 방앗간에 이고 지며 드나든다. 한여름 태양 아래 말린 태양초는 고춧가루로, 푸르스름한 깨나무를 마름질하여 깻단으로 만들어 조석으로 세우고 떨고 키질하여 말린 참깨는 깨끗한 물에 헹궈 말려 불김을 입은 후, 압착…
2021-09-12 20:51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세계 최고를 향해 가고 있다. 반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귀하다는 얘기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마을의 이웃들이 함께 돌보며 마을에 있는 물적자원들을 적극 지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학교만이 아이를 책임지는 분위기에서 마을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학교 교육과정 안에 마을 교육과정이 들어와 있다. 학교 교사만교육을 짊어지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 중 자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교육에 대한 책임 주체도확대되고 있다.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키우는데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곳곳에 마을교육공동체가 확산되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 등이 많다고 본다. 마을선생님이라는 제도가 정착하고 있지만 예산에 종속되는 감이 없지 않다. 지자체에서 교육경비 명목으로 학교로 교부하는 예산은 강사비로 쓰게 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외부강사로 다양한 분들을 학교 안으로 모신다. 양적인 면으로는 프로그램 숫자가 많아져 활성화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질적인 면은 평가하기아직 모호하다.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프로그
2021-09-12 20:46감사는 감동과 사랑의 합성어 미국 켄터키 대학 병원의 데이비드 스노던 박사는 감사와 건강의 상관 관계'를 오랫동인 연구했습니다. 그는 미국 내 일곱 군데 수녀원에 있는 수녀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 동안 생활습관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를 지닌 수녀들과 불평이 많고 부정적이었던 수녀들을 비교한 결과, 긍정적인 수녀들의 수명이 평균 7년 정도 더 길었을 뿐 아니라 뇌세포의 파괴 정도도 덜했다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낙천적인 사람이 더건강하고장수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느린 듯, 게으른 듯살며 욕심을 덜 부리는 사람에게 질병도 관대한 모양입니다. 이는 몸과 마음이 하나임을 나타냅니다. 몸이 힘든데 마음이 편할 리 없고 마음이 절망적인데 몸이 건강할 리 없습니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속도를 늦추고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먀 사는 지혜를 너머 감사하는 태도가 답이 분명합니다. 반면 성미가 급하여 욱하여 화를 잘 내는버릇을 가졌거나 욕심이 과도하여 매사에 일희일비 하는 사람의 건강이 좋을 리 없습니다. 화를 내면 피가 머리로 쏠려 순식간에 혈압이 상승하니 몸에 불이 난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퇴임 몇년…
2021-09-10 15:46"지르렁 지르렁 지렁 지렁 지르렁” 작은 방울을 흔드는 것처럼 계속해서 울어대는 가을벌레들 때문일 것이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유난히 잠이 많은 나에게 이런 일은 드문 일이다. 어쩔 수 없어 책 한 권을 들고 같이 자는 사람을 방해할 수 없어 거실로 나왔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서고 그 사이로 내가 사랑하는 화단에는 무수한 꽃무릇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꽃망울을 땅으로부터 밀어 올리고 있다. 겨우내 푸른 푸른 잎으로 창창하던 모습이 사라진 자리에 그리움처럼 붉은 꽃이 피어난다. 이제 곧 '어리석자의 정원'에 붉은 꽃잔치가 열릴 것이다. 가지고 나온 책의 제목은 『인생의 황혼에서』였다. 이 책은 헬렌 니어링이 수많은 글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부분을 모아놓은 노년의 삶에 대한 명상서이다. 예전에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녀 부부의 이야기를 쓴 다른 책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와 건강한 자연 요리에 대한 책 『소박한 밥상』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사는 나는 그녀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동경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헬렌 니어링은 남편 스콧 니어링과 1932년 도시를 떠나 낡은 농가
2021-09-09 13:42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이를 두고 최근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제도 시행의 주체인 교사들의 반대와 유보 요구가 70% 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새로운 제도를 준비하는 기간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제도에 합당한 기본적인 실행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강행하기 때문이다. 날로 마찰음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는 2023학년 고1(현 중2)부터 일반고에 단계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고 일정을 못박음에 따라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육계는 대입제도 확정 없는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도입 일정만 못박는 일방행정과 이행 법률만 강행 처리하는 입법독주로 안착, 성공할 수 없다”며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칠 정규교원 확충과 도농 학생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마저 “고등학교별 역량이 균질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농산어촌학교나 소규모학교에서는 교원 1인당 담당해야 할 과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학생의 진로나 흥미를 고려한 교육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대도시 학교와 지역 학교의 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2021-09-08 12:42인생의 길잡이 책 여행길에 단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365일 동안 금언처럼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책이다. 붓다의 어록을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현대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는, 매우 세련된 책이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날, 마음이 불안한 날, 삶이 서글픈 날,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싫어지는 날에는 친구를 찾듯 이 책 속으로 숨곤 한다. 이젠 책장이 닳아서 너덜거리지만 그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책이다. 누군가 나에게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젊은 날 나는 성경을 달고 살았다. 힘든 서울 생활 속에서 주경야독의 시간을 견뎌낼 때, 내 곁에서 스승의 역할을 해준 건 성경의 잠언과 시편이었다. 나에겐 여러 권의 성경이 있다. 내 신앙생활의 길이만큼, 깊이만큼 책장 곳곳에 자리한 성경책. 그러나 목회자에 데인 상처로 성경마저 내 곁에서 밀어낸지 10년이 다 된다. 그 성경을 믿는 사람들이 보여준 다양한 형태의 눈속임에 질려서 교회를 뛰쳐나오고 말았지만 후회는 없다. 종교도 사람이 만든 것이니 어찌 완벽하랴! 그럼에도 내 인생을 지켜낸 일등공신은 성
2021-09-02 17:46북내초등학교도전분교장(교장 최용길)은 9월 1일 병설유치원을 재개원하고 입원생 6명(남아 3명, 여아 3명)을 맞이했다. 도전분교 병설유치원은 만3~5세 통합 학급으로 운영된다. 북내초 도전분교장 병설유치원은 원아가 줄어2014년 휴원됐다가 2021년 6명의 원아가 새롭게 입학해재개원했다. 지역에 병설유치원이 없어멀리 본교인 북내초 병설유치원까지 등하원해야 했던학부모들과 아이들은 환영입장을 표했다. 한 학부모는 "그동안 지역에서 아이를 보육하고 교육시키기 어려웠는데 도전분교장 병설유치원이 다시 개원해 학부모들이 무척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재개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준 학교와 지역교육지원청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도전분교장 병설유치원학구에는 전원주택단지 개발 등으로유입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어, 이번 재개원이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과 지역사회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개원식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최소 인원으로 실시돼 아이들을 입원 시킨 학부모들은원격화상회의방에 접속하여 원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지켜보았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최용길 교장은 "병설유치원이 학부모와 유아의 요구를 충분히 고려해 정규 과정과 방과 후 과정 모두…
2021-09-01 16:33조용민 구글 커스터머 솔류션 매니저의 언바운드로부터 학교 조직 내 교감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의 첫 화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얻어왔던 것도 놓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하여 어떤 조직이든 급격한 변화 속에 살아남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기존의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학교도 예외일 수 없다. 항간에는 학교 내 변화의 둔감성에 대해 21세기의 학생들을 20세기의 교실에서 19세기의 교사들이 가르치고 있다는 웃픈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서둘러서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학교 내 중간 운영자(관리자)라고 하는 교감의 포지션이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에 조용민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 매니저의 일침은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되며 MZ세대 교사들이 대거 학교 내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뼈를 깍는 노력 없이는 힘든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 내 교감선생님들께 일독을 권한다. 교감의 역할 1 : Trend Sa
2021-08-31 13:25책으로 만나는 미래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지구 상에 등장한 이후 가장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중이다. 나는 지금 휴대폰의 메모 기능을 활용하여 병원대기실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중이다. 펜도 종이도 없이 휴대폰과 손가락 두 개만으로 무한정 기록이 가능한 세상속에 살고 있으니 참으로 매력적인 세상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씨앗이다. 생각도 씨를 심어야 자란다. 빌미를 제공해주고 부지런히 물을 주는 일은 식물을 기르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생각하는 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직접 체험이 가장 좋지만 대부분의 경험은 책이라는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만으로 대체할 수 있다. 10여년 전 어떤 계기로 평생의 종교를 내려놓은 후, 미래가 불안하고 현실이 힘들 때가 더 많다. 절대신은 꼭 있어야만 된다고, 억울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보생해줄 신은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서라도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에 의지하여 기도를 하고 감사로 마무리하며 잠들던 시간들이 참 좋았다. 어쩌면 내가 믿었던 신 덕분에 나는 삶에 희망을 걸고 달릴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2021-08-31 13:21최근 국내 인터넷 교육언론 매체에 의하면 2021년 8월 말 명예퇴직하는 서울 시내 공사립 초중등 교원은 모두 260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8월 252명보다 8명 정도 늘어난 규모다. 여기엔 공립학교 175명, 사립학교 85명으로 나뉘고 세부적으로는 초등학교 79명, 중학교 54명, 고등학교 40명, 특수학교 2명 순이다. 특이한 점은 과거 자녀에게 세습하고 싶은 직업 1위를 차지했던 공립 초등교장의 경우 작년보다 2명 더 늘어난 7명이다. 고등학교 교장 명예퇴직의 경우 공립 1명, 사립은 6명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이젠 초중등의 관리직에서도 예전에 없던 명퇴자가 점차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5060 세대의 퇴장을 부추기는 사회의 현상이 넘쳐난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뤄지고 난 이후 자의식이 형성된 ‘MZ세대(1981~2010년 출생자)’의 출현이 돋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한민국 정치사 70년이 넘도록 달라질 것 같지 않던 보수 정당이 젊은 피의 30대 대표를 선택함으로써 혁신의 바람이 부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지난 4·7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청년들의…
2021-08-26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