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봄으로접어든다. 우리의 혈관 속에 봄이 수혈되기 시작하였다. 봄을 맞이하여 무엇을 해야할까? 우선 묵은 마음의 때를 벗겨야할 것이다. 봄맞이 대청소를 통해 버려야할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물건들에 묻은 먼지를 벗겨내고, 작은 화분이라도 하나 사서 창가에 두어야할 것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어야 한다. 지성사의 거장들이 [돈키호테]를 주목한다. 푸코는 [돈키호테]를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경계에 있는 작푸이라 [말과 사물]에서 평했다. 이 소설은 바야흐르 기독교의 신이 세계를 떠나기 시작하는 시대의 초엽에 있다. 즉[돈키호테]는 '영원한 내용과 영원한 태도로 그 시간이 끝나 보리면 의를 잃어버린다는 사실'에 대난 깊은 멜랑콜리이다. (게오르그 루카치 '소설이론') 돈키호테는 광기에 대한 고고학적 탐색이다. 돈키호테는 어쩌면 현대인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광기 속에서 무엇인가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의 돈키호테는 스마트폰을 들고 알 수 없는 블랙홀로 빠져들어간 사람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그를 만나보자. 이 봄에 봄이 제공하는 바람에 휩쓸려 그의 행보를 따라가 보자. 《돈키호테》는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무수히 많은 작품들의 밑거름이 된
2016-03-28 10:592016년 1월 2일 첫 전파를 탄 ‘장영실’이 3월 26일 종영됐다. KBS가 직접 제작⋅방송한 대하드라마 ‘장영실’은 왕이나 세자가 아닌 신하를 내세운 24부작 드라마다. ‘대하드라마’를 표방했지만, 일단 24부작이란 점에서 보통의 미니시리즈 같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그럴망정 ‘장영실’이 새로운 아이템인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대하드라마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과학자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그런 참신함 때문이었을까. 출발은 순조로웠다. 첫 방송 시청률이 11.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두 자릿수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24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10%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대하사극에 대한 고정 팬에다가 과학 선호층 등이 그 주역일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에 대해 문외한인데다가 흥미조차 전혀 없는 나로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만만치 않은 고역이었음을 굳이 밝혀두는 이유이다. 장영실은 초등학생들까지도 이름 석 자는 알만한 역사인물이다. 노비 출신이지만, 당시로선 가히 혁명적이라 할 혼천의⋅자격루⋅측우기 등 많은 천문기구들을 발명한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성공기이기에 그 고난과 반전의 풀스토리가 제법 관
2016-03-28 09:17박하사탕 하나가 녹는 시간 조경숙 집에서 일터까지의 걸음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이 세 번 쯤 반복되는 시간 신호등을 지나고 우체국을 지나 신발주머니 흔드는 내 아홉 살 초등학교를 지나고, 중학교와 아파트 사잇길 갈래머리 멈칫멈칫 사춘기가 지나고 그 다음은 내가 이름 붙인 마이웨이, 4대악이 없는 육교 위 좌우를 한 번씩 내려다보는 건 나의 오랜 습관 양 방향을 향해 내달리는 자동차들 이곳까지 오면 얇게 입안에 남아있는 박하사탕에 혀가 베일 수 있는 시간 와지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입안에 고인 달달한 환상 오늘의 단맛은 여기까지. - 2016 계간『학산문학』봄호에서 * 조경숙: 2013『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 『절벽의 귀』가 있음. 인천에서 활동. 화자는 지금 집에서 일터까지 걸어가고 있다. 일터는 어떤 곳인가. 내 경제생활의 기반이 되는 곳, 나의 발전이 가감 없이 도모되는 곳, 내가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현장이 되는 곳이다. 그런 일터에서 내 행복의 일정한 부분이 보장되기도 할 것이다. 일터로 향하면서 화자는 박하사탕을 하나 입에 물고 출발한다. 입안에서 서서히 녹고 있는 박하사탕, 그 단맛은 바로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일 테고 생활 속
2016-03-28 09:13봄날이 되면 설렘으로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3월 하순경이면 지리산을 병품처럼 두른 섬진강 줄기에 산수유와 매화가 만발한다. 3월 21일, 지인부부와 구례군 산동면의 상위마을과 반곡마을, 광양시 다압면의 매화랜드에 다녀오며 산수유와 매화가 만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다. 알찬 여행을 만들기 위해 섬진강을 오가는 길에 전북 임실군 오수면의 오수의견공원과 구례군 문척면의 사성암에도 들렀다. 청주에서 출발한 자가용이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이 오수의견공원이다.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IC를 빠져나가면 오수면 소재지가 가깝다. 이곳 오수천 물가에 위치한 오수의견(獒樹義犬)공원은 원동산(園東山)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있어 이채롭다. 공원에 들어서면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공부했던 ‘오수의 개’ 조형물이 서있다. 공원은 의견상, 의견비각, 느티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규모가 작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비각 안의 의견비는 전라북도민속자료 제1호로 주인을 살린 개의 충성심을 후세에 기리기 위해 세웠으나 오랜 세월과 풍파로 글씨가 마모되어 알아볼 수 없다. 고려시대 최자가 지은 보한집에 의견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김개인이라
2016-03-28 09:13전에 읽었던 시집을 다시 읽곤 한다. 그러나 마음에 감동을 준 시집을 다시 읽는 것이지 아무런 감동은 없고 읽기에 피로하기만 했던 시집은 읽지 않는다. 수십 년 시를 읽고 써왔지만 아직도 시를 읽는데 서투르다. 현대의 그 복잡하고 난해한 시를 읽으면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안 읽으면 그만이지 뭣 하러 고통을 느끼면서까지 시를 읽느냐 할지 모르지만 시를 읽고 싶은 호기심, 현대시를 알고 싶은 욕구, 문학작품을 읽으며 공감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찾아 자꾸 시를 읽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지없이 나는 허탈한 마음을 안고 책장을 덮게 된다. 그러던 중에 내 마음에 그 울림이 그대로 전달되는 작품집을 만나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그런 시집들은 대개 대가들의 작품집인 경우가 많은데 젊은 시인들 중에서도 더러 그런 시집을 발견하면 기쁨이 크다. 그런 경우 시인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 그 시인은 잊지 않고 마음에 각인된다. 가끔은 나도 속게 된다고 할까, 뭐 그런 일도 있다. 단편적으로 인터넷 메일로 배달되어 오는 시 중에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있어 그 시인의 시집을 사서 보고는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 시
2016-03-24 09:29내내 불편했던 조선건국 미화 ‘육룡이 나르샤’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가 3월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0부작 대하드라마로 2015년 10월 5일 시작했으니 6개여 월 동안 안방극장을 제법 뜨겁게 달군 것이다. ‘제법 뜨겁게’라고 말한 것은 지상파 3사가 같은 날 새 드라마로 진검 승부를 펼쳤는데, ‘육룡이 나르샤’가 우승을 차지해서다. 닐슨코리아가 밝힌 3사 드라마의 10월 6일 기준 시청률은 SBS ‘육룡이 나르샤’ 12.4%, MBC ‘화려한 유혹’ 9.7%, KBS ‘발칙하게 고고’ 3.2%다. ‘육룡이 나르샤’의 초반 이런 시청률은 방송 내내 이어졌다. 방송 6회 만에 15%를 넘어섰는가 하면 길태미 역의 박혁권의 인기가 여기저기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정도전(김명민)이 방원(유아인)에게 죽음을 당하는 47회(3월 14일 방송) 시청률은 16.7%로 나타났다. ‘육룡이 나르샤’는, 이를테면 시청률 15% 내외를 유지한 제법 인기 끈 대하드라마로 기록된 셈이다. SBS가 오랜만에 대하드라마로 1건 올렸다고 할까. 사실 SBS는 대하드라마로 큰 재미를 본 적이 거의 없다. 24부작 ‘비밀의 문’(2014)⋅24부
2016-03-23 09:10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현장 100만 난민을 받는 나라, 독일교육의 모습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정치교육으로 2015년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인 나라가 독일이다. 초등학생들이 "아웅산 수치를 석방하라"고 외치고 "불법적인 인간을 없다"고 초등학생들이 행진하며 정치적 발언을 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일찍부터 시작된다. 16살(고1)부터 지방의회 선거와 교육감 선거, 18살부터 연방의회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는다. 누구나 14살부터는 정당에 소속된 청년회에 가입할 수 있고, 16실부터는 정식으로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나라다. 이처럼 독일은 학생들을 민주시민, 세계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을 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장려한다. 이러한 교육의 힘으로 그들을 세계 최고의 경제강국으로, 강한 독일 교육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학교의무교육제도와 학습 의무 4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독일 초등교육의 목표는 모든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적합한 최선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아동은 학교 수업에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정부는 학생과 양육자가 의무교육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한
2016-03-22 13:103월 15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에 위치한 달마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달마산은 산세가 아기자기한데다 산줄기에 유서 깊은 도솔암과 미황사를 품고 있는 명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남단인 땅끝에 위치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아침 6시 20분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선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발했지만 해 뜨는 시간이 빨라져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호남고속도로 이서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의 환절기 건강조심과 참여해준 회원들에 대한 감사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와 처음 참여한 회원소개가 이어졌다. 장성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국도와 지방도를 갈아타며 남쪽으로 향하는데 넓게 펼쳐진 보리밭과 영산강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신북휴게소에 들렀던 버스가 영암읍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월출산이 나타난다. 산행지가 먼 날은 차안에 있는 회원들도 달리는 버스만큼 고생한다. 바다가 나타난 후에도 한참을 더 달려 11시 5분경 마봉리약수터에 도착했다. 대부분 북쪽인 해남군 현산면 송촌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남쪽에서 북
2016-03-21 10:00나와 세상을 향한 관조의 시선 - 류인채 시집 소리의 거처를 읽고 옛날에 다 읽었던 시집을 다시 읽었다. 인천의 시인들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인천의 문학도 많이 발전했다. 소설도 수필도 십여 년 전에 비하면 눈부시게 발전했다. 시도 그렇다. 상당히 비중 있는 시집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류인채 시인도 그 중에 하나다. 인천문학의 희망이 걸린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수록 작품 전부를 다루기엔 무리고 특별히 선별하지는 않고 아무렇게나 펼쳐 읽은 작품 중에 세 편에 대해서 소감을 적어 본다. 우선 거북을 읽어보자. 거북 전동차 문이 닫히는 순간 덜컹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목과 두 팔이 문틈에 끼었다 성급히 빠져나간 두 다리만 문밖에서 버둥거린다 그러나 폐지 자루를 움켜쥔 손은 완강하다 손등에 적힌 갑골문자가 그가 헤맨 도시의 길들을 보여주고 있다 움켜쥔 자루는 꿈쩍도 않고 門이 큰칼*이 되어 깡마른 노인의 목을 겨누고 있다 절룩이며 거둔 따끈한 뉴스들 아무렇게나 접힌 아침이 너무 육중하다 방금 전까지 선반을 더듬던 손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고 쫓기듯 두리번거리던 눈빛은 단도처럼 자루에 꽂혀 있다 안도 밖도 아닌 그 노인 눈만…
2016-03-21 09:24우리나라에는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바닷길이 여러 곳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제부도에서 안산시 대부도를 거쳐 다리로 연결된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선재도와 영흥도를 여행하면 모세의 기적을 여러 번 만난다. 교통편도 좋아 짧은 시간에 멋진 바다풍경과 싱싱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는 알찬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3월 9일, 사진동호회 설레임 회원들이 제부도에서 영흥도까지 돌아보는 출사를 다녀왔다. 서신면 송교리와 제부도 사이의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는 물길이 있다. 이 물길은 썰물에 드러나기 시작해 밀물로 다시 덮일 때까지 열리는데 그 시각은 화성시문화관광 제부도 바닷길(http://tour.hscity.go.kr/Guide/jebudo_time.js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부도는 대부분의 지역이 평지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가 많다. 남쪽의 바닷가에 매들의 보금자리인 매바위가 있고 입파도 앞으로 평택항을 오가는 큰 배들도 보인다. 북쪽 바닷가의 선착장으로 가면 작은 고깃배들이 바다위에 떠있고 바다 건너편의 누에섬과 대부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제부도의 북쪽에 위치한 대부도(大阜島)는 큰 언덕을 뜻할 만큼 무척 큰 섬이다. 대부도 초입의 누에섬은 탄도항
2016-03-21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