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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최근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무엇을 많이 알기 전에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만 인성교육은 그렇게 좁은 개념이 아니다. 그냥 착해서만도 잘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뮤지컬 ‘빅터’가 주는 감동 작년 7월부터 인성교육이 학교 등에서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교육부와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은 인성교육 확산을 위해 2013년부터 ‘우수 인성교육 실천사업 공모전’을 시작했다. 작년 제2회 우수 인성교육 실천사업 공모에서는 세계 수재들의 모임 ‘멘사’ 회장 빅터 세리브리아코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빅터’가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 ‘바보 빅터’에 나오는 주인공 빅터는 아이큐가 173인 천재다. 그런데 그는 청년기까지 무려 17년 동안 그 사실을 모르고 자신을 바보라 여기며 살아간다. 나중에 자신의 아이큐를 알고는 본인이 더 놀란다.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던 시기 동안 그는 그저 바보일 뿐이었다. 아이큐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상징하는 도구일 뿐이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느냐, 무시하느냐에 따라 발현될 수도 있고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빅터는 학창시절 아이큐 검사에서 ‘73’을 받았다. 돌고래와 같은 수치라 같은 반 아이들과 주변 사람 모두에게 엄청난 놀림을 당했다. 그때 빅터의 가능성을 본 친구가 바로 로라다. 자신도 늘 별 볼 일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던 로라는 빅터의 공책에 적힌 발명품 아이디어를 보고 ‘넌, 대단하다’며 그의 특별함을 일깨워줬다. 빅터 역시 작가를 꿈꾸는 로라의 습작 노트를 보고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그 순간 놀라운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빅터는 타고난 아이큐가 173이어서가 아니라 그를 알아봐준 로라라는 친구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무시당할 때, 한결같이 빅터를 감싸준 아버지도 감동적이다. 빅터를 위해 특별한 행동을 한게 아니라 ‘오늘 무슨 일 있었니?’ 관심 가져주고 ‘빅터는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야’ 믿음을 보내준 것 뿐이다. 격려와 인정이 ‘기적’을 만든다 이렇게 아이를 변함없이 믿어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받아온 시험 점수 하나에, 사소한 잘못에도 아이를 야단치고 주눅들게 만드는 게 현실이다. 물론 학교 공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가 세상을 향해 풀어낼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너무 많다. 그 누구도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고 틀에 가둬서는 안 된다. 제 몫의 인생을 살아 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우리들 누구나 친구, 선생님, 부모로부터 격려 받을 자격이 있다. 주변의 손가락질에 기죽은 청소년들을 보면 ‘너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뮤지컬 빅터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필 평가 점수가 아닌,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바라봐주는 눈과 기다림, 사랑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힘들어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들아, 딸아, 넌 잘 할 수 있어" 격려해보자. ‘작은 기적’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학부모 신청’ 3개 학교 불구 11개교 목표에 10개교만 지원 서울교육청이 올해 하반기 추가 지정을 위해 서울형혁신학교를 공모한 결과, 신청학교가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을 배제하고 학부모 동의만으로 신청할 수 있게 문턱을 낮췄지만 현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규 혁신학교 지정 목표는 11개였지만 신청학교는 10개에 그쳤다. 이 중 학부모 동의만으로 신청한 학교는 3개교였다. 시교육청은 현재 10개교에 대한 현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빠르면 8일쯤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1개교를 신규 지정해 총 130개교 운영을 목표로 했는데 신청학교가 10개교에 그쳤다”며 “연 단위로 움직이는 학교 특성상 하반기 응모가 어려운 점이 있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공모 때도 12개 목표에 10개 학교만 신청해 미달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시교육청이 단위학교 전체 학부모의 25% 동의만으로 신청이 가능하게 요건을 완화했음에도 미달된 것이라 혁신학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혁신학교를 경험한 교원들 사이에서 ‘학생 기초학력 저하’, ‘주도교사와 일반교사와의 갈등’ 등 부작용이 거론되며 "돈으로 하는 혁신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늘고 있다. A중 교사는 “일부 혁신학교 교원들은 교육보다 예산 사용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다 주도 교사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빚어지는 마찰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학교 최고 책임자인 관리자의 의견이 무시되는 의사결정 구조에 회의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현장의 우려다. 학부모 동의만으로 신규 지정 되는 학교의 경우 교원들과 학부모 간 갈등의 소지가 다분하고, 실제로 신청과정에서 몇몇 학교는 잡음을 빚었다. 또한 신규 지정 혁신학교에서 근무를 원하지 않는 교사에 한해 전보를 허용했던 인사방침을 내년 3월 1일부터 폐지하기로 한 것도 교원들의 불만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B초 교사는 “시행 5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지만 대다수 학교가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일부에서만 환영받는 제도라면 중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어제 저녁에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언제나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만족을 준다. 시원함을 준다. 그래서 단비라 했던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우리는 제대로 살 수가 없다. 행복한 삶, 풍족한 삶을 살 수가 없다. 고마운 비가 때를 따라 내려오니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감사하다. 어제 인천을 가니 학교 담에 담쟁이가 엄청 많이 자랐다. 왕성함을 보았다. 그들의 인내를 보았다. 담쟁이가 우리 선생님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쟁이 줄기는 너무 가늘다. 힘이 없다. 우리 선생님이 그렇다. 너무 약하다. 아무 힘이 없다. 권력도 없다. 아무도 선생님을 강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엄청 강하고 질기다. 담쟁이는 조금도 약함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다. 그러면서도 왕성함을 보여준다. 우리 선생님이 그러하다. 담쟁이는 인내가 필요하다. 담을 의지하며 자라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담에서 떨어지면 생명이 끝난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정성을 쏟는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온갖 어려움과 역경이 닥쳐온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는다. 인내하고 또 인내한다. 끝까지 인내한다. 학생들을 향한 열과 성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그리하여 많은 학생들을 왕성하게 한다. 담쟁이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담을 의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하루도 몇 번이고 몇 백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날 것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면 죽는다. 포기하면 이루지 못한다. 포기하면 얻는 것이 없다. 그래서 포기라는 것이 없다. 우리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하루에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래도 학생들을 향한 열정 때문에, 사랑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게 성공의 비결이다. 이런 글을 읽었다. 19세기의 영국의 위대한 문학가인 찰스 디킨즈가 하루는 성공의 비결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고 “내 인생에서 하려고 했던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일들까지도 모두 열과 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결인 것 같습니다.” 담쟁이는 쭉쭉 뻗어나간다. 담이나 나무만 있으면 타고 나간다. 열악한 환경을 오히려 좋아한다. 평평한 땅에는 담쟁이가 자라지 못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연구하고 연구해서 날마다 지식을 더해간다. 실력이 향상된다. 교육의 환경이 열악해도 그것 탓하지 않고 오히려 잘 적응하며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을 쭉쭉 성장하도록 가르치고 지도한다. 좋은 선생님은 언제나 자신을 내면적으로 살찌운다.
경기도교육감이 9시 등교에 이어 취임 2주년에 맞이하여 내년부터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은 “입시위주, 성적위주, 성과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적, 비교육적 제도를 만들었다”며 “더 이상 학생들을 ‘야자’라는 비교육적 틀 속에 가두지 않겠다”고 말하고 그 대신 대학과 연계한 ‘예비대학 교육과정’을 도입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찬반의 논란 뜨겁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대체로 환영을 하고 있지만 중상위권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반발이 거세다. 그들은 야간자율학습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없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정책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나섰고, 또한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하향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사실 경기도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고 고교 2학년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비율도 높은 지역이다. 지난 2월 교육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3년 대비 2015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4.6%·1만2000원)이 전국 1위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2.1%·5000원)을 크게 초과한다. 뿐만 아니라 야간자율학습 폐지에 대해 학생에 대한 학교의 책무감을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는 매년 실시하는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경기 고2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5.4%로 서울(7.1%)에 이어 2위였다.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이 교육감 취임 이후 더 높아졌다. 국어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2013년 3.8%에서 2014년 1.5%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2.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수학은 6.6%, 7.2%, 7.4%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대안 없이, 학생, 교원, 학부모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수렴이나 공청회 하나 없이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9시 등교와 같이 취임 2주년의 이밴트식 교육정책이라는 비난은 면할 수 없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 대신 ‘예비대학 교육과정’은 아직은 우리 교육현실에 맞지 않고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비대학과정은 외국처럼 고교와 대학이 연계하는 교육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당장 어느 대학은 입학하느냐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경기도만 시행한다는 점에서 실현성이 낮다. 현행 야간자율학습권은 단위학교의 학교장에게 있다. 야간자율학습의 폐지는 교육감이 일률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 교육감이 학교운영의 세부까지 하나하나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창의적인 학교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경영은 지역,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원들의 공동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학교가 처해 있는 여건이나 환경은 이들이 자세히 알고 있다. 바로 학교환경에 알맞은 교육정책이 가장 좋은 정책인 것이고 높은 교육성과를 걷을 수 있는 전략도 이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이번 야간자율학습 폐지에 대해 사설 학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반면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걱정과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9시 등교 이후 또 다른 교육실험에 학교는 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 서산시 석림동에 있는 천년된 은행나무(위쪽)와 표지석 충남 서산시 ‘남원’이란 마을에 수령이 무려 1000년이나 된 은행나무가 있다. 이곳 남원은 행정구역상 서산시 석남동에 속하는 마을이며 예전 사람들은 ‘남안’이라 부르기도 했다. 남원이란 옛날 원(院)제도에서 연유된 명칭으로 고려시대에 역과 역 사이에 두었던 관원(官員)들을 위한 국영여관이 있던 곳을 말한다. 실제로 남원마을은 이 지방의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이러한 남원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엄청나게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천년쯤 된 것으로 나무 높이는 30미터를 훨씬 넘으며 그 둘레만도 약 8미터나 되는 거목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 나무는 서산 정씨(瑞山 鄭氏)의 시조인 원외랑 정신보가 송나라가 망하자 고려에 귀화하여 이곳에 살 때 심은 것이라 한다. 서산의 위인으로 잘 알려진 양렬공 정인경 장군은 그의 아들인데 이곳에서 각종 무술을 익혀 고종 말엽에 침입한 몽고군을 크게 물리치는 전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라에서는 그의 공로를 높이 사서 고려 명종 때 민란으로 인해 폐군시켰던 부성현(富城懸)을 서산군(瑞山郡)으로 개칭하여 복군시켜주기도 했다. 지금도 은행나무 밑 너럭바위에는 말발굽자국이 선명한데, 정인경 장군이 말을 타고 훈련하던 흔적이라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예부터 이 바위나 은행나무를 훼손하면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마을사람들은 매년 칠월칠석에 경건하게 제사를 올리고 마을의 안녕과 각자의 소원성취를 빌고 있다. 한편 남원마을 뒷산에는 원외랑 정신보가 산에 올라 멀리 고국인 송나라를 바라보며 그리워했다는 망운대(望雲臺)가 토성으로 축조되어 있고 건너편에는 그의 외손이며 호산록(湖山錄-서산읍지)의 저자인 한여현의 조부 한영희의 묘소도 있다. 남원마을 앞에는 ‘남안들’이라 불리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어 겨울이 되면 북쪽에서 수백 마리의 두루미가 무리를 이루어 날아왔으므로 ‘학도래지’라는 천연기념물 지정 표지석이 세워져있었으나 지금은 학이 찾아오지 않아 표석마저 없어져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쓸쓸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 길, 천년수 은행나무 옆에는 채 1년도 살지 못하는 한해살이 풀인 벌개미취가 한여름을 재촉하는 바람에 가녀리게 흔들리고 있었다. 찾아가는 방법 서산세무서 건물 앞마당에서 바라보면 바로 맞은쪽으로 천년된 은행나무가 웅장하게 서 있다. 리포터 김동수
슬프게도 이제 우리는 술과 담배, 컴퓨터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야동 등에 중독된 아이들을 쉽게 만납니다. 중독은 나약한 의존적 성격 때문일까요? 유전자 또는 잘못 들인 습관 탓일까요? 도대체 왜 거의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걸까요? 강제로 끊게 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중독,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 미국의 경우 고교생의 24%가 마약을 포함한 불법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고, 약 9%가 물질 남용이나 의존현상을 보입니다. 한국에는 마약과 술 같은 물질보다는 컴퓨터 게임과 도박 등 행동에 중독된 경우가 흔합니다. 행동중독에도 물질중독처럼 뇌 보상 중추에서 도파민이 활성화되며 충동성과 인지적 오류가 개입됩니다. 통제 불능의 욕구도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물질중독만큼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약이 아니니 다행’이라는 식으로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중독매개는 중독자의 의식과 의지를 지배하며 결코 자연스럽게 소멸하지 않습니다. 중독을 끊도록 야단도 치고, 격려해주거나 보상을 약속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무서운 문제입니다. 중독자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사람이 산길에 잘못 들어가서 헤매고 있다면 회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단초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중독 회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어떤 과정으로 중독 상태에 도달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중독치료자 클레멘스 박사는 중독을 “생존, 특히 정신적인 생존을 위한 시도”이며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약물과 행동으로 의미 공백을 메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호기심이 작동되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불안함과 슬픔 등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현실을 맞이하기 힘들 때,중독매개를 통해 피하거나 극복하기 위해서 시작합니다. 중독 회복을 위한 3단계 처음에는 중독매개 자체에서 얻는 쾌락을 좋아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의 아픔을 피할 수 있음이 더 중요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독자의 시야가 좁혀지고, 자신의 세계로만 더 집중되며, 타인과 세상은 멀어집니다. 중독매개는 중독자를 지배하며 중독자에게 유일하게 중요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중독자는 점차 중독매개와 의존적 관계를 형성하고 이 외의 모든 것과 단절하여 유일하게 관계를 맺는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결국 중독매개가 삶의 우선순위 맨 위로 떠오르게 되며 세상에 대해 무기력하고, 환경을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다룰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며 궁극적 붕괴 상태가 됩니다. 즉, 중독에 빠져드는 단계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회복 역시 매우 구체적이고 순차적이며, 체계적인 단계와 절차를 거쳐야 가능합니다. 간단하거나 빠르거나 쉽지 않습니다. 크게 삼 단계를 거치며 장기전을 치러야 합니다. 1단계 _ 자신과 만남 먼저 중독자가 중독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약물로부터 차단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회피했던 감정과 감각이 홍수처럼 밀려와서 절박하고 감각을 마비시키고 싶은 강한 욕구가 밀려오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매우 큰 고통이 따릅니다. 그래서 혼자 회복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2단계 _ 자신과 타인 지지를 해줘서 타인과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중독자가 타인으로부터 안전성과 안정성,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 3단계 _ 자신을 넘어 환경단체, 봉사단체 등 다양한 단체 활동에 참여해서 자신을 확장시키고 정체성을 성장시켜 나가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삶에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세 단계는 제가 칼럼에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인성교육의 핵심인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즉, 인성교육은 효과적인 중독 회복 방법인 동시에 중독 예방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 전문가의 도움이 요원하니 모두가 다 함께 인성교육에 힘쓰면 좋겠습니다.
문학이라는 말은 항상 나를 살짝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어쩌다가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지만, 정식으로 문학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듯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치약이나 약 상자에 씌어 있는 사용법에서부터 광고 문구에 이르기까지 글자로 씌어 있는 모든 것을 허겁지겁 읽었으며, 특히 소설책이나 시집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은 아니지만, 지속해서 일기 비슷한 것을 썼다. 내가 문학교육이라는 걸 받았다고 우기자면 아마도 이것이 전부일 것이다. ‘무엇이든 읽기’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쓰기’. 무엇이든 읽기 무슨 책이든 다 재미있다고 말했던가? 당연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랬다. 책이든 포장지든 가게 앞에 붙어 있는 간판이든, 글자로 씌여 있는 모든 것이 재밌었다. 처음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은 아마도 교과서일 것이다. 수업시간 내내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들여다봐야 하고, 선생님이 읽으라는 부분을 읽어야 하고, 읽으면서 외워야 하고, 외운 것을 시험까지 봐야 하니까.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독서는 자발적이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물론 기계적으로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재미나 그밖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흡수하기는 힘들다. 문학적 독서는 더더욱 그렇다. 학문을 연구하고 익히기 위한 독서는 아마도 체계적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서 읽는 게 더 효과적이고 유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시를 읽는 방식은 순간적인 흥미나 직관, 혹은 우연을 따라가야 한다. 그게 더 좋은 방식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설이나 시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가오지 않는다니 무슨 말인가? 오래전 카피캣(1995, 존 아미엘 감독)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 장면 대부분을 잊었지만, 오직 한 장면은 또렷이 기억한다. 주인공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문 밖으로 단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해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범죄심리학자이며 자신이 분석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 중이고, 실제로 피습을 당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일종의 광장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범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마침 열려 있던 현관문 밖으로 서류가 날아가 버린다. 그녀는 서류를 쫓아가다가 문 앞에서 멈춰 선다. 한 발자국만 나가면 그 서류를 주울 수 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두려움 때문에 문밖으로 나갈 수 없다. 문턱을 잡고 몸을 구부려 손을 최대한으로 뻗어 보지만 복도에 떨어져 있는 서류에 닿을락 말락 할 뿐이다. 마침내 서류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그녀는 무기력하게 그것을 바라본다. 앞뒤 상황을 훤히 이해할 수 있는 영화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그 장면을 보았다면,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단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하는 그녀를 의지 박약한 무능력자, 패배자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현관문 밖으로 한 발자국 내딛으려고 할 때 마주하는 어려움은 보통 사람이 4~5m쯤 되는 벽을 기어 올라가서 뛰어내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막막함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의지가 아무 소용도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광장공포증 같은 비합리적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면, 보통 사람이 현관 밖으로 나가고자 할 때 필요한 의지보다 수십, 수백 배 정도 강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문학이나 예술이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의미를 이해했다. 말은 어렵지만 의미는 단순하다. 내가 아닌 남이 되어 보도록 하는 것. 내가 경험한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하는 것. 그것을 근거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현실에서는 ‘나의 입장과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친밀해진 관계, 그래서 너와 내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인 사이가 아니라면 우리는 쉽게 타인의 입장이 되지 못한다. 타인이 ‘되어보려 하기’보다는 재빨리 어떤 범주 속으로 집어넣어 타인을 ‘파악하려 하기’ 마련이다. 문학이나 예술은 나에게 타인이 되어 보는 경험, 낯선 존재가 되어 보는 경험을 허락한다. 소설이나 시가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음악이나 미술, 영화 같은 형식은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적 도구를 사용해서 더 직접적이고, 문학은 언어라는 지적인 도구를 사용하므로 더 간접적일 수 있다. 그 대신 언어는 매우 일상적인 것이라서 접근하기 쉬운 도구이기도 하다. [PART VIEW]생각나는 대로 쓰기 요즘처럼 볕과 바람이 좋은 때는 늘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낸다. 내 방 창문 바로 옆에는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동네 할머니들이 자주 나무 그늘 아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화제는 다양하고 날마다 만나도 할 말은 늘 많다. 서로 남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자기 이야기 하기 바쁘다. 특별히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다. 주로 이웃의 흉을 보거나, 그마저도 바닥나면 어제 저녁에는 뭘 먹었고, 오늘은 뭘 먹을 예정이며, 그것은 어떻게 해 먹어야 맛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몇 시간이 흘러간다. 그런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사람은 늘 하고 싶은 말로 가득 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문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인가를 쓰려고 하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말랑말랑하고 동그랗기도 하고 길쭉하기도 하고 끈적끈적하기도 한 이야기들이 단단하고 네모진 형태로 위축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국 튀어나오는 것은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그럴듯하지만 밋밋한 글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정해진 대로 쓰게 된다. 불타는 사랑에 바쳐지는 것은 언제나 붉은 장미이고, 세상을 등진 순수한 영혼은 늘 하얀 나비로 날아간다. 언어 자체가 보편성을 표상하는 도구이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문학은 보편적인 도구로 개별적이고 특별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숙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어쨌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누구나 다 경험하는 이야기 그래서 하나 마나 한 이야기는 별로 문학적이지 않다. 나만의 경험,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감정, 나만의 감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아마도 문학에 가까운 작업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내가 아닌 타인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 내가 경험한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문학의 목적이라면, ‘나에게서 비롯된 나만의 이야기’ 외에는 굳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과격한 결론도 가능하다. 나에게서 비롯된 이야기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의 기준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나의 기준에서 가장 재밌는 글은 몰래 훔쳐보는 남의 일기이다. 요즘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소셜네트워크에 너무 사적인 이야기를 쓰면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비난의 말을 듣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가장 독창적인 글쓰기는 내밀한 사유와 감정을 고백하는 부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글을 쓰려면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필요하다. 모순된 이야기 같지만,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자유가 억압당할 때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앞뒤가 맞지 않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이 문학이 되어 버리면, 문학은 이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동·청소년법, 여성보호법, 노동법 등…. 마찬가지로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권보호법)’도 우리 사회에서 교권과 교육활동이 자연스럽게 보장되기보다 법으로 규정되고 보호받아야 할 만큼 약화되었고, 쟁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를 존경한다’ 응답 학생 비율 11% 물론 학습자·소비자 중심 시대인 오늘날 교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철밥통’으로 표현되는 교직에 대한 인식은 ‘선호’와 ‘불만’, ‘비판’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공존하고 있다. OECD 교수·학습 국제 조사(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 TALIS) 결과, ‘교사 위상 지수(Teacher Status Index 2013)’는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교직을 희망한다’는 학생의 응답률도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직 교사의 자기효능감과 직무만족도는 현저히 낮다(김갑성 외, 2011:OECD, 2014).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교사의 응답률은 1위를 차지했으며, 교사를 존경한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 역시 11%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김이경, 2014). 이러한 불일치의 원인은 무엇일까? 현직 교원 입장에서 ‘교사 위상 지수’는 상위권이지만 ‘교직 불만’이나 ‘교수 효능감’이 낮은 요인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교직에 대한 사회와 언론의 부정적 시각, 학부모나 학생의 교사에 대한 물리적·언어적 폭력 증가, 사교육 확대에 따른 공교육에 대한 기대?의존의 상대적 약화, 교수·학습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침해하는 학교 업무의 지속적인 증가와 시간 부족(정바울 외, 2014)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교실에서 학부모나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학생인권조례 및 교육공동체 헌장 제정(중앙일보, 2016.6.1.) 과정에서 학생인권과 학습권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교육자로서 교사의 권위와 권리는 더욱 약화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교육 생태계 관점에서 교권 재정립 하지만 교권과 인권, 학습권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즉, ‘교권 문제’를 교육 생태계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교권’은 학술적 주제로도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교육저널 ‘교육정책포럼’은 지난 3월호를 국내외 교권 문제에 할애했다. 또한 유·초·중등 및 특수교육 분야의 다양한 전문 연구자와 실천가들이 참여하는 한국교원교육학회는 지난 5월 말 ‘교육 생태계 관점에서 교권 재정립의 방향 탐색’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는 오늘날 제기되고 있는 교권 문제를 교육 생태계 관점에서 좀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학생의 인권과 교권, 학습권의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토론을 시도했다. 이 글은 이러한 사회적 상황과 학술적 논의를 배경으로 하여, 특히 한국교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제안된 내용을 중심으로 교권·인권·학습권의 의미를 검토하고 이의 보장과 한계, 과제를 정리한다. 교권·인권·학습권의 의미와 상호작용 ● 교권 교권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교육권(敎育權)을 말하는 것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을 할 권리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학생의 학습권, 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 학교 설립자의 교육 관리권, 국가의 교육 감독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주삼환, 2016 : 5). 그러나 ‘교권이 침해 또는 실추되었다’고 할 때의 교권은 좁은 의미에서 ‘교원이 갖는 모종의 힘’을 말하며, 여기에는 권위(authority), 권리(right), 권력(power) 등의 개념이 모두 포함된다(이차영, 2016b). ‘권력으로서 교권’은 교원이 자신의 영향력을 관철할 수 있는 힘으로 정치적 성격이 강한 개념이다. ‘권위로서의 교권’은 교원이 학생의 교육에 대해 가지는 전문적인 능력(전문적 권위)과 이를 인정하여 부여한 제도적인 힘(제도적 권위)을 말한다. ‘권리로서의 교권’은 교원이 자신의 지위나 이익을 주장하거나 누릴 수 있는 법규상의 힘(법규상의 각종 권리)을 말한다. 이러한 교권 개념을 종합해보면, 교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전문적 능력과 품성에 기초한 전문적 권위이며,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 권위로서의 교권, 권리로서의 교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이차영, 2016b). ● 학습권 학습권은 교육받을 권리, 수학권(修學權)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하여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와 자신의 학습에 필요한 조건의 정비를 공동체에 요구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이차영, 2016b), 자유롭게 학습하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양희인 외, 2015)를 말한다. 이러한 학습권은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와 교육기본법 제3조(학습권)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에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 인권 인권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갖는 권리로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 교육 또는 사회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교육기본법 제12조). 이러한 교육활동에서 인권문제는 학생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교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알려진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사에 대한 폭행·폭언 등은 교권 침해, 나아가 교사 인권 침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교권·학습권·인권은 교육활동이나 교육장면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행사된다기보다는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이차영, 2016b). ‘교사의 교육권, 학부모의 교육권, 학생의 학습권’의 관계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상호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교권·인권·학습권의 보장과 한계, 그리고 과제 2012년 이후 교권 침해 건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2012∼2015년) 동안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가 연 4,000여 건 이상 발생하였고, 교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교육부, 2016.3.31.). 정부는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권을 정립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몇 가지 대응 방안을 마련하였다. 2012년 8월 교권보호 종합대책 발표에 이어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 개정?시행(2013.5),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국회 제출(2013.4) 등이 추진되었고, 2016년부터 대전·부산·대구·제주 등 전국 4개 시·도교육청에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선정하여 시범운영 중에 있다(교육부, 2016.3.31.). [PART VIEW] 교원의 교육활동 보장과 교권 확립을 위한 방안 및 과제는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서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교권·인권·학습권 보장을 위한 방향과 과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주삼환, 2016; 이차영, 2016a·b). 첫째, 모든 교육활동은 학생, 학습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학생의 학습을 증진하기 위한 교권, 학생의 유익을 위한 교권 개념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 교사의 교육권을 학생의 교육권을 보호하거나 신장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때,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상충하거나 대립하기보다 상호 협력적 관계로 발전될 수 있다. 둘째, 교권, 학습권 보장을 위해 더욱 엄격한 교육과 훈련, 교사 학습(teacher learning), 전문적 학습(professional learning), 전문적 능력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이 요구된다. 셋째, 교직이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권위로서의 교권, 권리로서의 교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단체로서 교직단체의 역할이 보다 확대되고 강해져야 할 것이다. 전문직은 동료와의 협력, 자기관리(self-governing)를 통해 상호 학습한다. 교직단체는 회원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회원의 자질이 없거나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회원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교권·인권·학습권은 교사교육의 핵심 내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교사교육을 통해 예비교원과 현직 교원들의 교권·학습권·인권교육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도 교권·인권·학습권의 상호협력적 관계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권 보장을 위한 과제들은 교권·인권·학습권을 상호협력적 관계로 보고, 교권을 보호·보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최대한 실현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교권 보장의 의미와 과제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 법의 목적, 즉, ‘교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과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교육 발전을 도모하는 것’에 함축되어 있다.
교실 안에 괴물이 있다. 학생의 모습으로 아이들 속에 앉아 있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눈치를 본다. 아이가 언제 괴물의 본색을 드러내고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장된 이야기 같지만 과장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어떤 아이는 분명 괴물처럼 보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뭇사람을 괴롭히고 상처 입히곤 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처음부터 그랬을까? 아닐 것이다. 그 아이들의 처음 또한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누구보다 소중한 한 가정의 아이였을 것이다. 해맑은 미소로 엄마와 아빠를 행복하게 했던 평범하고 귀여운 아이였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 그 귀엽던 아이가 왜 지금과 같은 괴물로 변할 걸까. 아무도 모르게, 아이가 괴물이 되기까지 승민(가명)이 아버지는 매우 엄격한 교육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모든 걸 해내길 원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승민이에게 숙제를 내주었고, 퇴근 후에는 검사하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술에 취해 새벽에 귀한 날에도 어김이 없었다. 승민이는 숙제 검사를 통과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준에 맞게 숙제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의 성에 차지 않는 승민이의 숙제는 무자비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승민이는 노력했다. 아버지의 기준에 맞춰 잘 해보려고.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그러나 아이의 노력은 번번이 허사였다. 그럴싸한 거짓말도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은 아이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턱뼈가 부러졌다. 폭력 앞에서 아이는 몸을 웅크리는 거 외에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이의 몸은 자랐고, 6학년이 된 승민이의 덩치는 아주 커졌다. 승민이의 가출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다. 하지만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승민이에게는 더 심한 폭력이 가해졌고, 그 폭력을 피하기 위한 승민이의 가출 또한 더욱 잦아졌다. 그렇게 거리로 나온 승민이는 더 이상 앳된 모습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분노로 가득 찬 학교폭력의 주범, 악의 축이 되어 있었다. 집과 학교 대신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다니던 학교에서는 강제전학이 되는 등 언론에서 보도하는 괴물 같은 청소년으로 자라 있었다. 현태(가명)가 어릴 적, 엄마는 집을 나갔다. 술에 절어 허구한 날 주먹을 휘두르는 아빠를 견디다 못해 나갔다. 그렇게 집에는 아빠와 누나, 어린 현태가 남았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버지의 폭력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서 현태도 집을 나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출을 했고, 자연스레 비행청소년 형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소년원에 가게 됐다. 남의 집 옥상에서 자다가 너무 추운 나머지 빨랫줄에 걸려 있는 옷을 태워 불을 쬐었고, 현태는 방화범이 되었다. 어린 현태는 그게 그리도 큰 죄라고 생각지 않았다. 아이들과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현태의 재판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현태는 자신이 재판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그래서 재판정에서조차 평소대로 막말을 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법원은 현태의 행동을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방화로 판단했고, 현태는 결국 치료감호 소년원에 최연소 위탁생으로 보내졌다. 소년원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아는 동네 형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고, 형들로부터 보호도 받았다. 하지만 현태의 마음속에는 억울함이 차올랐다. ‘엄마는 왜 나를 버리고 도망갔는가?’, ‘아빠는 왜 술을 먹고 누나와 자신을 그리도 때렸는가?’ 현태는 분노로 똘똘 뭉친 아이가 되어 소년원을 나왔다. 눈에 거슬리면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싸웠다. 억울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선 더욱더 잔인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또 한 명의 아이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 괴물이 되어갔다. 부모에게 학대받았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괴물이 되는 건 아니다. 모든 비행청소년과 위기의 아이들이 직접적인 폭력으로 인해 괴물이 된 것 역시 아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괴물인 아이는 없다. 단 한 명도 원래 ‘그런’ 아이는 없다. 괴물이 된 아이들의 삶 속에는 아이를 괴물로 만든 환경이 자리해 있고, 아이는 다만 처해질 뿐 스스로 선택하고 바꾸어갈 만한 힘을 지니지 못했다. 그 힘이 어른인 우리에게 있다. 괴물의 죄를 묻고, 그리된 아이를 탓하며, 괴물이라 낙인찍고 묶어두는 대신 괴물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묻고, 상처를 다독이며, 아이가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우리가 도울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의 시작, 어떻게 이 아이들을 바라볼 것인가 ● 나쁜 아이 VS 아픈 아이 이 아이들을 나쁜 아이로 바라본다면 버릇을 고치려 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격리 혹은 추방(?) 조치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아프고 상처받은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치료와 회복의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아픔과 상처 속에서 몸부림치며, 그 표현을 비행으로 하는 거라고 여기며 아이를 보듬어 안을 것이다. [PART VIEW]● 가출한 것인가? VS 탈출한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는 가정이어야 한다.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정서적인 안정과 더불어 인성 대부분이 형성되는 토대가 바로 가정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인가? 쉼과 평안을 주는 곳인가? 지지와 격려, 미래를 위한 지원이 있는 곳인가? 학교는 또 어떠한가? 아이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는 곳인가? 꿈과 희망이 자라는 터전이 되고 있는가? 아이들의 시행착오를 끝까지 기다려주고 인내해주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곧 이유다. 수많은 아이가 거리로 뛰쳐나오는 오늘의 이유. 편한 집 놔두고 생고생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이들에게 집은 편안한 곳도 안전한 곳도 아니다. 고통과 아픔과 상처로 가득한 지옥일 수 있다는 말이다. ● 쓰레기 VS 자원 쓰레기는 치워야 하고 자원은 개발해야 한다. 위기청소년들을 쓰레기로 바라보면 할 수 있는 건 눈앞에서 깨끗이 치우는 것, 격리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존귀한 가치와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라고, 그저 지금은 일그러진 모습에 가려져 있는 것뿐이라고 믿는다면 아이들을 돌보고 자원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 변하지 않는다 VS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비행이 습관화된 아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이 아이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아니면 지금의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면, 그렇게 혼돈과 방황을 잘 겪어내면 멋진 어른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네가 그렇지’라고 포기해 버릴 것이고, 변하지 않는 건 아이의 과거이지 그 아이가 아니라고 믿는다면 끝까지 기다려 주고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바라보기의 다음, 한 걸음 다가서기 마이 페어 레이디(1964)라는 오래된 영화 속의 대사가 위기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는 절친한 친구인 피커링 대령과 묘한 내기를 한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하층계급 여인을 한 명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그녀를 교육시켜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드는 내기다. 이 내기의 대상으로 선택된 여인은 빈민가 출신의 꽃 파는 부랑녀 일라이자 토리틀이다. 그녀는 히긴스 교수의 끈질긴 교육으로 이상적인 여인상이 되고,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놀라운 귀부인의 매너와 품위를 보이는 그녀가 유독 자신을 교육시킨 히긴스 교수 앞에서는 막돼먹은 여자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히긴스 교수가 이유를 묻자 일라이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숙녀와 길거리의 꽃 파는 여자와의 차이점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그것은 어떤 대접을 받느냐의 차이입니다. 당신의 친구 피커링 대령은 나를 숙녀로 대해주지만 당신은 나를 언제나 꽃 파는 무식한 소녀로만 바라보고 있지요.” 위기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청소년은 이 땅의 미래라고 한다. 그렇게 보고 아이를 대한다. 그런데 위기청소년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위기청소년도 이 땅의 청소년이다. 인생의 한때, 위기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이 땅의 미래다. 바라보는 이의 생각과 시선과 태도에 아이들은 반응할 것이고, 그렇게 아이들이 변할 것이다. 비록 많은 시간을 들여 느리게 변할지라도. 그렇기에 ‘위기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진짜 호칭은 ‘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고 더 많이 기다려주어야 할 아이들’인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미워 보일 때가 가장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사람의 대뇌는 태어난 지 36개월 정도가 지나면 출생 당시 용적의 3배 정도로 확대돼 성인과 비슷한 크기를 보인다. 이후 대뇌의 양적 증가는 둔화되고, 기능과 효율성은 급격하게 발달한다. 특히 청소년의 뇌 발달은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급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들의 뇌 구조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2병’의 뇌구조 첫 번째는 신경세포의 신경돌기가 급속히 발전하여 뇌세포 간의 시냅스(synapse) 연결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시냅스의 연결 증가는 특히 대뇌피질에서 급격하게 증식되고 발전된다. 이는 신경 전달의 효율성과 세포 간의 밀접한 연결로 인해 신경 정보가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전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로 뇌세포의 시냅스는 증식하기도 하지만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시냅스는 가지치기(pruning) 과정을 통해 없애버리기도 한다. 이는 뇌의 기능이 특정 부분과 특정 기능을 더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신경세포의 수초화(myelin) 과정을 통해 신경 정보의 전달속도가 빠르게 향상된다. 위에서 말한 변화들은 인지적인 측면의 변화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청소년기 뇌 구조가 실행 기능의 발달과 함께 구체적인 사고(concrete thinking)에서 추상적인 사고(abstract thinking)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 추론과 논리적인 사고가 발달하고, 자기관찰과 자기조절능력이 향상되며, 미래의 목표에 대해 현실적인 생각이 가능해지는 시기이다. 이러한 인지 기능의 발달은 만 13세에서 만 21세 사이에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감정이나 욕구를 관장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발전이 사고나 성찰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대뇌피질(prefrontal cortex)을 앞서게 됨으로써 이성보다는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를 우리는 흔히 사춘기적 반항이나 ‘중2병’ 등으로 통칭하고 있다. 자살·우울증의 신경생물학적 요인 이렇듯 청소년기는 뇌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환경적인 위해(危害) 요인에 취약성을 보이는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주요 정신질환이 이러한 뇌의 취약성과 연관되어 청소년기에 발생하는데, 자살과 연관되는 우울성 질환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자살한 청소년의 90%가 죽음 당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70%는 두 가지 이상의 공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살 및 우울증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가설이 가장 주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첫째,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다. 이 가설은 감정 조절 및 우울증과 관련되는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 이하 5-HT)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시냅스 내에서 고갈될 때 우울성 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울과 공격성을 보인 환자들에게서 5-HT 대사물질이 저하되고 5-HT 수용체의 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가족 및 쌍생아 연구를 통해 우울증이 유전적인 소인을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우울증에서 특정 5-HT 유전자의 다형성(polymorphism)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고 우울증의 발병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셋째, 신경내분비계의 이상이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관련되는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축의 변화는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와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뇌의 신경조직 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에 대한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억제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기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어 우울성 질환을 발생시킨다는 이론이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에 대한 뇌의 취약성은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임산부와 태아의 경우 더욱 두드러져 시간이 지난 뒤 우울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이 밖에도 뇌 영상학적 기법을 동원하여 인지 및 감정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얻고 있다. [PART VIEW]자살·청소년 우울증 치료에 유효한 ‘세로토닌’ 약물 치료 이러한 신경생물학적 연구는 우울증의 생물학적 치료로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과 관련되는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시냅스 내 농도를 조절해 주는 약물 치료이다. 자살시도의 경우 치료 한 달 이내 60%의 증상 소실을, 6개월간 치료를 지속할 때는 90% 이상의 증상 소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우울증의 1차 선택제로 처방되고 있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우수한 내약성과 복용 후 1주일 이내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어 부작용에 민감한 청소년 우울증 환자 치료에 유효하다. 이러한 효과적인 치료법의 발전과 함께 청소년 자살과 우울증에 대한 사회 인식의 개선 및 적극적인 학교 정신보건사업의 영향 등으로 매년 치료 건수는 8%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위이지만 우울증 약물 처방률은 OECD 평균의 1/3에 머무르고 있다(2015년 기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병원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독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약물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의 뿌리 깊은 낙인(stigma) 효과와 우울성 질환을 개인적 나태와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 역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정신과적 질병도 육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완쾌될 수 있다. 정신과적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하루빨리 변화되기를 바란다.
‘4초 마다 한명이 자살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는 더 이상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비전과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살예방’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학교’를 중심으로 자살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도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 기반 자살예방교육은 ‘자살 공중보건 모델(public health model)’의 위험 단계별 전략에 해당하는 보편적(universal)·선택적(selective)·지시적(indicative) 예방 전략에 근거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학교의 보편적 예방 프로그램은 선별검사?게이트키퍼(gatekeeper) 교육, 커리큘럼 기반 교육, 보호 인자 증진교육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학교 문화에 가장 적합한 교육은 교육과정과 접목할 수 있는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은 윤리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2012년)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정규 교육과정과 특별활동 시간에 학생 자살예방교육을 하도록 의무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예방교육의 핵심 내용과 전달 체계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은 없는 상태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학생 자살예방교육의 해외 사례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국내 자살예방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미국 미국은 자살예방사업과 관련 연구가 활발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자살예방사업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주에 자살예방센터 설립과 국가정신건강기구(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내에 자살예방연구센터 활동으로 본격화됐다. 학교에서의 자살예방교육은 198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주 교육법에 자살인식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여, 옐로우 리본 자살예방 프로그램 등 학생과 학부모 대상 자살예방인식 증진 교육이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현재의 학교 기반 자살예방체계는 2000년대 초 약물방지와 정신건강 서비스를 관장하는 연방행정기구(The federal 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 SAMHSA)와 각 주정부 단위에서 학교 자살예방교육을 위한 법률제정 등 기반이 마련되면서, 학교와 체계적인 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학교 자살예방교육은 주로 자살에 대한 정확한 인식·자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도움 청하기 같은 자살에 초점을 둔 실천적인 행동 대처방법 제시와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심리학자, 보건교사, 상담교사, 학교 사회복지사 등 보건 전문가들에 의해 개별적인 시간을 배정하거나, 주간 보건 수업에서 교사가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 여부는 주정부와 학교 환경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위스콘신 주의 자살예방교육은 중·고등학생에게는 자살초점 교육을 적용하고, 초등학생은 집단괴롭힘 예방, 학교 및 교실환경 적응, 생활 기술(life skill) 등의 문제해결능력 강화와 정신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잘 알려진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살징후와 위험요소 교육(Adolescent Suicide Awareness Program), 우울과 자살선별검사, 징후 및 대처방법 교육(Sign of Suicide)과 라이프라인(Lifelines), 미국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그램(Washington’s Youth Suicide Prevention Program) 및 보호 요인 증진 프로그램인 자살위험 대처 및 교육지원 프로그램(Coping and Support Training Program, CAST) 등이 있다. ● 유럽 및 호주 호주의 학생 자살예방사업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학교와 지역사회 기반의 포괄적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젝트 ‘마음 문제(Mind Matters)’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인드매터스 프로그램은 긍정적 학교환경 강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국가와 지역사회, 외부 전문가 및 학교 교사가 연계한 통합적인 사업수행을 지향하고 있다. 이중 정신건강에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은 삶의 교육(Educating for life), 탄력성, 괴롭힘, 상실과 애도, 정신질환의 이해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자료집을 기반으로 교육하고 있다. 학생 자살예방교육은 삶의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으며, 주로 자살에 대한 오해, 인식증진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2000년 이후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청소년이 자살위기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도록 돕는 전략으로 학교 기반 청소년 자살예방 인식증진 프로그램인 SEYLE(Saving and Empowering Young Lives in Europe)를 공동 개발하였다. 프랑스, 독일 등 10개 유럽연합 국가들이 청소년에게 적용한 결과를 보면,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정신건강 증진 교육(Youth Aware Mental Health Program, YAM) 모듈은 교실 단위로 학생들에게 정신건강·우울증·스트레스·친구 돕기 및 도움 청하기 등 자살과 관련된 위험 및 보호 요인들에 대한 인식향상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자료집과 역할극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고, 스트레스 관리와 대처기술 증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표준화된 매뉴얼을 활용함으로써 학교에 확산·적용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어 학교기반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전략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일본과 대만 일본은 높은 자살률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살대책기본법(2006년)과 ‘자살종합대책대강(2007년)’을 통하여 자살정책에 대한 국가 주도의 사회적 인식 증진과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은 학생 교육과정 지침인 ‘학습 지도요령’을 통해 학교 자살예방교육을 제시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교육과 도덕교육 종합 지원 사업을 강화하였다. 일본의 자살예방교육은 자살 위험성에 직접 초점을 두거나 이에 관한 교육시간을 따로 배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생명과 삶의 소중함·안전 및 인권의 포괄적인 주제를 정하여 도덕·국어 등 정규 교과목 수업과 체험활동 연계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바현의 경우 초·중·고등학교의 생명존중 프로그램으로 생명·인권·이지메와 폭력 방지·자신을 감싸기·생명의 소중함·배려하기·학교 사회 및 지역과 융합·사회공헌·지역봉사 등 교육내용을 제시하고, 교사가 수업을 통하여 적용 가능한 활동과 각각 교과목에 해당하는 부분을 교육하고 있다. [PART VIEW]대만은 청소년 자살 및 자해에 대한 근본적 예방정책으로 ‘생명 교육(life educ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학교에서 생명 교육을 교과과정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9년 동안 교육과정에 생명교육을 포함시키고 자아·타인·자연환경과 인간·사회와 인간·우주와 인간이라는 5가지 영역으로 교육내용을 구성하였다. 또한 2006년부터 고등학교에 공개강좌로 생명교육관련 8개 교과목(생명 교육·생명과 철학·생명과 종교·죽음교육·도덕 성찰·성과 결혼 윤리학·생명과학 윤리학·인성 발달)을 교육하고, 초·중등학교는 다른 교과목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통합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양권은 인성교육으로 자살예방 나서 학교기반 자살예방 교육에 관한 외국 사례를 본 바와 같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학생 자살예방에 외부 전문가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실제적인 자살 위기 대처와 정신건강 증진 전략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학생의 자살대응역량 강화와 학교의 정신건강 친화적인 분위기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대만과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학교 교과 교육과정을 통해 생명과 삶·사회적응·윤리 등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어 지역 국가별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마다 여러 학교 기반 자살예방교육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교육내용과 전달 방식이 궁극적으로 학생 자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지에 대한 일치된 근거는 부족한 상태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학교환경에 맞는 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다학제적인 연계와 노력이 필요하다.
교과전문성으로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소 올해로 교직 3년 차인 A 교사, 누구나 선망하는 선생님이 됐지만 마음 한구석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수직적 학교 문화 속에 학부모에 치이고 학생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임용 시험 때의 패기와 열정은 오간데 없이 무력감에 빠져있다. 교과 수업은 갈수록 어렵고, 각종 교수법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어떤 것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A 교사처럼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찾고 싶은 교사들이 ‘광주 초등수석교사회’로 몰려들고 있다. 창의적인 수업방법과 다양한 수업기술, 그리고 교직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갈 멘토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은 새내기부터 40대 후반의 고경력 교사까지 다양하다. 회장을 맡고 있는 송미나 수석교사(광주 수문초)는 “교직생활의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전문성 향상을 통해 보람과 만족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수석교사들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광주초등수석교사회 주최로 열린 수업혁신 위크숍에서 그대로 그러났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광주지역 초등교사 2백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역량 중심 2015 교육과정 개정 설명’부터 ‘하브루타를 적용한 초등영어수업’, ‘아카펠라를 활용한 음악수업’, ‘액션리서치로 수업 전문가 되기’, ‘사회 이슈를 활용한 배움 중심 도덕수업’ 등 요즘 각광받는 수업기법들이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이뿐 아니다. 6월에는 수석교사와 일반 평교사가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고 함께 수업 개선을 모색하는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고 이어 목요연수회, 요청수업, 수업나눔 행사 등이 줄줄이 예약돼 있다. 특히 ‘수석교사 멘토링’은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수석교사가 영어나 수학 등 멘토 과목을 공개하면 일반 교사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를 수강 신청하는 방식이다. 수업내용은 교과 수업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학급 경영과 교직생활 전반까지 폭넓게 다룬다. 일회성에 그치는 컨설팅 장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폐쇄적인 학교 문화에 ‘소통’이라는 활력소를 불어 넣기 위해 마련됐다. 그래서일까? 멘토링 신청서에는 ‘올해 교과전담을 처음 맡았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는 교사부터 수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연구활동을 하고 싶다는 교사, 새로 옮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걱정이라는 교사들까지’ 속 깊은 사연들이 담겨있다. 김동군 수석교사(광주 치평초)는 “교과 전문성 뿐 아니라 학생지도와 학부모 응대법 등 학교생활의 모든 영역을 조언하게 된다”며 “쉽게 드러내기 힘든 교사들만의 고충을 함께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별로 선후배 교사들 간 멘토링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부담을 느끼는 탓에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착안했다면서 “직접 면담은 물론 전화나 문자로 피드백을 해주다 보니 교사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실력으로 최고 전문가 집단 자리매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일반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목요연수회’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수석교사들의 자기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유익한 정보를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일반교사들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요청수업’은 광주초등수석교사회의 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이 원하면 수석교사들이 학교를 방문,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거나 담당교사와 팀티칭도 하는 일종의 ‘출장 수업’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수석교사가 일선 교사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데는 ‘실력’이라는 확실한 보증수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뛰어난 교과 전문성과 풍부한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세미나와 공개수업, 문제 해결 리서치 등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광주초등수석교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부하기 좋아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이라는 점이다. 교재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좋아 수석교사가 됐다는 정유경 수석교사(광주 하백초)는 “후배 교사들에게 유익한 ‘수업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석교사가 교직사회의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얼마 전만 해도 교장, 교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교직사회에 팽배했지만 이제는 수업 전문가로서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대우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송 수석교사는 “관리 직렬과 교수 직렬이 학교에서 서로 윈윈하며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교육현장이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수석교사 절대 부족”… 정부가 정원 확보 나서야 ‘선생님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수석교사들. 이들은 요즘 우리 실정에 맞는 수업기법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외국의 교육이론들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다 ‘열린교육’ 열풍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좋은 수업’이란 본질적인 고민은 뒤로 한 채 각론만 쫓아다니는 ‘연수 쇼핑’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수석교사들이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석교사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정원 문제를 꼽았다. 현행 제도상 교감과는 달리 수석교사는 정원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데다 시·도교육청의 재량에 따라 선발토록 해 놓다 보니 정책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 특히 부족한 수석교사 정원은 이들의 역할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 초등학교는 154개이지만 수석교사는 22명에 불과하다. 송 수석교사는 “직급은 있는데 정원은 없는 기형적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 교육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석교사 정원 확보가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라고 호소했다. 수석교사제는 유·초·중·고교의 교사가 교감이나 교장 등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않고도 일정한 대우를 받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시범 운영을 거쳐 2012년 법제화됐다.
친구들과 어울려 딱지치기를 하거나, 함께 몸을 부대끼고 뒹굴며 놀던 ‘놀이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서울가동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학교 공간마다 아이들의 건강한 호흡과 티 없는 웃음소리로 온 학교가 들썩거린다. 이 아이들을 웃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서울가동초등학교의 가장 대표적인 감성교육프로그램은 ‘즐겁게 함께 놀기’이다. ‘우리’라는 말보다 ‘나’라는 말이 익숙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심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서울가동초 학생들은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교실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전통놀이를 하며 옛 멋을 즐기는가 하면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야구·농구·축구·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 활동에 구슬땀을 흘린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운동장 걷기’이다. 땀 흘리기 싫어하는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산책하듯 운동장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역시 풍요롭고 따뜻한 감성은 ‘좋은 친구와 어울려 놀 때’ 가장 왕성하게 싹튼다. 36.5℃ 따스한 감성으로 ‘365일 행복한 감성 학교’ 서울가동초등학교의 교육목표는 ‘365일 행복한 감성 학교’이다. 조병래 교장은 학생을 행복하게 하는 힘은 ‘감성 교육’이라고 믿는다. 어려서부터 문학·음악·미술·바둑·운동 등 예술적 감성을 익히면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또 풍부한 상상력을 비롯해 자유자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의력을 길러주며, 자신의 삶을 탐구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 진다. 그래서 ‘감성 교육’은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위로해주며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 역할을 해준다. 조 교장이 ‘감성 교육’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이다. 방과후학교 역시 감성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 마술·논술·요리·주산암산·큐브·바둑·체스·건축교실·창의과학 등 창의영역, 우쿨렐레·플룻·클라리넷·첼로·방송댄스·음악줄넘기·농구·디자인미술 등 예술영역은 물론 해법수학·한자급수·생명과학 등 교과영역까지 70여 개의 부서가 운영 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다보니 학생들의 참여율은 무려 92.3%. 전교생 953명 중 880명이 참여하고 있다. ‘즐기고 체험하는 수학’으로 학업성취도 ‘쑥쑥’ 서울가동초등학교의 복도와 운동장에는 ‘양감(量感) 체험코너’가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안목을 높이고 수학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교육부 지정 수학교육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의 수학교육 목표역시 ‘즐기는 수학’이다. 학생들은 수학 학습에 성공 경험을 제공하는 수학클리닉, 수학 이론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수학 동아리, 방학 동안 열리는 수학캠프 등 수학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수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물론 수학에 대한 자신감마저 끌어 올리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즐기고 체험하는 과정중심교육을 하다 보니 학업성과가 오르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니 당연히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마련한 ‘가동 가족사랑 음악회’, ‘가동 가족 걷기대회’, ‘가동 가족 산행대회’ 등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 ‘마시멜로 실험’의 교훈, 진정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감성지수(EQ : Emotional Quotient)’를 연구한 미국 스탠퍼드대학 윌터 미셀(Walter Mischel) 교수의 이른바 ‘마시멜로 실험*’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줄 아는 아이가 성장 후에도 학업성취도는 물론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성지수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계발할 수 있다. 다만 일찍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의 습관이 커서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꽉 짜인 일정에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든 우리 아이들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36.5℃ 따스한 감성으로 365일 행복한 교육’을 실천하는 서울가동초등학교는 우리 교육의 해법을 찾는 첨병(尖兵)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 Edward Hallett Carr)’이며,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바이런, Baron Byron)’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더 잘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지혜를 얻는다. 또한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단재 신채호)’라는 말처럼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해 가는 밑거름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가 역사교육 강화 사업을 추진한 것은 2011년부터이다. 독도 문제 및 주변국의 역사 왜곡이 심각해짐에 따라, 학생들이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하며,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토대로 국가 정체성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필수화* 및 역사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선, 역사교육 지원체제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역사인식 부족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었다. 더불어 독도 및 동북공정 등 현안 중심 대응의 한계점 역시 부각되었다. 교육부는 한국사 수능 필수화, 한국사 수업 시수 확대, 체험중심 역사교육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재차 발표하였다(2013년). 지금까지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이 ‘틀’ 중심이었다면, 2016년부터 ‘교실 변화가 최우선이다’라는 인식하에 ‘역사 교원 역량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에서는 역사교육 담당 교원의 역량강화와 교수·학습방법의 개발 및 우수사례 확산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2016학년도 역사 교원 역량강화 방안은 역사교육 우수 수업사례 개발·확산을 위한 역사교육 우수 수업사례 공모전, 국·내외 현장답사 및 생생한 교육자료 수집을 위한 현장답사단 운영, 역사 교과연구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교원연구활동 지원, 역사 교원 역량강화 연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현장밀착형으로 추진한다. 역사교육 우수 수업사례 공모전 2017년부터 ‘2015 역사과 교육과정’이 적용됨에 따라 새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을 개발·보급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그동안 각종 수업자료는 주로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개발·보급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현장 적합성 및 교사들의 활용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현장 적합성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해 현장 교원이 직접 현장 속에서 개발·적용한 사례를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보완·발전시키고, 이를 학교 현장에 보급하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추진한다. 즉, 단순히 우수 수업사례를 추천받아 심사·시상하는 과거의 선정 위주 방식에서 벗어나,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연수 및 전문가 컨설팅 등을 실시하여 우수 수업사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역사 현장답사단 운영 그동안 다양한 역사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해 왔으나, 유물·유적 등 생생한 현장의 자료가 부족하여 현장성 있는 수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교육부는 국내·외 현장답사를 통해 생생한 교육자료를 수집하여 현장성 있는 수업을 지원하고, 한편으로는 유적지 답사, 역사 전문가 교류, 체험 등 팀별 활동을 통해 역사교육 전문가 및 교원 상호 간 소통·협력을 활성화하여 교원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의 경우 국내 현장답사단은 지역 중심으로 향토 사학자와 소통하고 협력하여 유적지의 심층 이해와 함께 수업에 흥미와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자료 및 이야기 발굴에 역점을 두고 운영하며, 국외의 경우 국권수호운동 및 항일독립운동에 중점을 두고, 중국 하얼빈과 상하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등을 답사하면서 치열했던 애국선열 및 지사들의 삶과 정신을 체험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이는 우수한 역사 교과연구회를 선정하고 지원하여 연구활동을 활성화하고, 연구·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교과연구회는 2015 역사과 교육과정 도입 및 고교 한국사 수능 필수화 등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합한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을 연구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활동사업은 단순한 예산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연수 및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연구회의 운영 방향 및 방법, 자료 개발에 있어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그리고 연구결과물 등 우수사례는 발표회와 자료집 개발?보급 등을 통해 공유하고 확산시킬 예정이다. [PART VIEW]역사 교원 역량강화 연수 역사 담당 교원에 대한 역량강화 연수도 실시된다. 역사 교원들에게 최근의 역사 연구 성과와 다양한 수업 및 평가방법을 전문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2015 역사과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새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교과내용과 함께 수업 및 평가방법 등 교과교육 영역을 강화하여 운영한다. 그리고 연수과정은 15시간부터 210시간까지 단기 및 심화 연수 등 다양한 과정을 개설함으로써 역사 교원들의 선택 폭을 넓혀 교원들의 수요에 맞춤형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연수과정을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역사전문기관이 직접 운영하도록 하여 역사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다. 그리고 연수활동에 토론·발표 및 체험?답사 등 참여형 활동을 포함하여 역사에 대한 심층논의와 함께 역사수업을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운영한다. 2016년 3월 독도 관련 역사 왜곡이 여전히 심각한 일본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는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역사교육을 보다 내실화해야 한다는 국가·사회적 요구는 역시 높아가고 있다. 나아가 더욱 궁극적인 목표인 역사교육을 통해 현재를 더 잘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역사교육은 계속해서 내실화되어 가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 및 현장 교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역사 교원 역량강화 사업’이 재미있고 생동감 있는 실질적인 교실수업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모순 행정’ 13 대 4. 지난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는 소위 진보 성향 교육감 13명에게 화려한(?) 시대를 열어줬다. 유창한 언변으로 포장된 그들의 교육혁신 공약이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틀 안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半信半疑)의 심정으로 지켜본 지 2년이 흘렀다. “학교자율성을 확대하고, 학교 내 갈등을 해소하며,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교육재정을 확대하겠다”는 그들의 약속은 처음엔 환영받았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정한 교원정책과 학교자율성에 대한 이중성 진보 교육감들은 선거에서 투명한 교원인사와 교육비리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비리에 불관용 원칙을 세우고 인사제도개혁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지난 3월 1일 자 서울·경기 등 일부 진보 교육감들이 보여준 교원인사는 ‘낙하산 보은(報恩) 인사’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를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진보 교육감들이 비서, 보좌관을 공모교장에 임명하고 승진시키는 등 측근 중심 파격 인사를 단행해 교육공무원임용령 및 교육청 인사 관리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무원칙한 보은 인사는 또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혁신특위 집행위원장 출신 평교사를 서울시교육연구원 연구관으로 2단계 승진시켰고, 광주시교육청은 교육감 핵심 측근을 교육국장에 임명했으며, 경기도교육청과 충청북도교육청 역시 교육감 비서와 보좌관을 공모교장으로 임명했다. 겉으로는 인사 비리 척결을 주장하면서 안으로는 무원칙·불공정 인사의 전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직문화 개선과 학교 내 갈등 해소에 대한 문제점 두 번째 모순 행정은 ‘모든 교원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직문화를 개선하고 학교 내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호소한다. 지난 4월 경기도교육감과 현직 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2016 학교장과 함께하는 현장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된 이 날 간담회는 현장 교원들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문화 정책은 현실과 괴리감이 크고 학교 내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H 초등학교장은 “도교육청이 행정실무사 인원을 줄여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일선 교원들의 행정업무가 많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행정실무사 감축으로 교사 본연의 업무인 교재 연구에 집중하지 못한 채 공문 처리 및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원과 교육공무직 간 업무 배정을 둘러싼 갈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J 초등학교장은 “학교 구성원 간 업무 분장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교육공무직원의 역할을 노조와의 단체 협약 등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학교장의 재량권은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교직원 간 충돌이 빈발하는 등 학교 내 갈등이 감소하기는커녕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행정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학교에서는 아직도 외부 손님이 오면 교사들이 차 심부름을 해야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규모학교가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어촌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 및 평생교육의 중심지로 그 존재가 단순한 학교의 범주를 넘어서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은 교육의 효율성이 낮고, 인력지원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교육을 경제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약자(弱者) 우선 정책을 강조하는 진보 교육감의 철학과 정면 배치되는 행정에 농어촌지역 학부모와 교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 문화의 피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B 초등학교장은 학교 민주주의 정도를 평가한다면서 교육청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 점수가 낮게 나온 학교는 중점 컨설팅을 실시하고 감사 대상 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다. 학교는 지역 여건이나 및 교직원 구성 등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설문으로 민주주의 지수를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감사를 시행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학교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가 왜곡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직원이 자신의 직무에 태만의 모습을 보였다면 학교장은 초·중등교육법에 입각해 엄격하게 문책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공무원 행동 강령에 따라 원칙대로 교직원을 관리한다면 민주주의 점수는어떻게 나올까? 결국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야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교 민주주의 평가가 학교장에 대한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PART VIEW]교육환경개선과 교육재정확충에 대한 허울 진보 교육감의 교육정책 중 빠질 수 없는 공약 중 하나가 교육환경개선과 교육재정확충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허울 좋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소규모학교의 무상급식 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상당수 소규모학교는 부족한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식재료비 60%대의 질 낮은 급식이 운영되고 있다. 조리실무사 인건비를 학교가 책임지다 보니 매년 5% 이상의 학교기본운영비가 지출되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 살림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행처럼 무상급식비를 식재료비, 운영비, 인건비를 구분하지 않고 총액 교부한다면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양질의 급식을 제공한다’는 무상급식의 기본 취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급식 인원이 적은 소규모학교일수록 매년 조리실무사 인건비 보전으로 학교기본운영비 부담액이 증가, 학교 규모에 따른 ‘급식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C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당국에 수차례 시정을 호소했지만 묵살당하기 일쑤였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통령을 향해 유치원 누리과정에 예산 편성은 정부책임이라며 1인 시위를 펼친 경기도교육감이 정작 자신이 책임져야 할 조리실무사 인건비는 학교에 떠넘기는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경기도교육감은 ‘세월호 교육감’이다. 세월호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준엄한 책무를 띄고 있다. 하지만 학교안전에 대한 재정지원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학교는 수많은 외부인이 드나드는 장소로서 언제든 범죄자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각별한 관심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주일에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배움터지킴이를 학교에 배치한 것이 고작이다. 부족한 인력은 ‘학부모 어머니 폴리스’ 등 자체 봉사 인력을 구성하여 운영하라는 것이다. 학급수가 적고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인 학교는 학부모에게 자원봉사를 구걸해야 할 판이다. 이뿐 아니다. 교육 당국이 무상급식 등 포퓰리즘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다 보니 정작 학교의 교육환경개선은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기관에 손을 벌려야 할 형편이 됐다. 그런데 여기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자체의 예산지원은 이미 혁신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이미 그 지원의 테두리가 한정되어 있고 그 틀에서 벗어난 학교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결국 경기도 지역 상당수 학교가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원을 받아 교수·학습 환경개선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학교가 어쩌다 지자체의 입맛과 눈치를 살피게 됐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물론 진보 교육감들의 모든 행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정하고 투명하고 교육을 위한 행정을 해 달라는 마음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교육감의 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얼마나 교육을 위해 희생하고 열과 성을 다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남은 2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교육감이 되기를 바라면서 대오각성을 촉구해 본다.
‘사이버인성이 뭐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인성’과 ‘사이버인성’은 하나라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인성이 함양된다면 온라인에서도 인성이 함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학교폭력은 현실 공간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이버공간에서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교육부, 2016). 사이버블링(cyber bullying)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이버폭력은 ▲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어 24시간 학교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 익명성으로 인해 과격한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다는 점 ▲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 ▲ 온라인상에 일단 한 번 게시된 욕설과 비방은 많은 사람이 복제를 하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가 2차, 3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 등으로 인해 그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에서도 인성교육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을 통해 사이버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다음은 사이버공간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올바른 정보를 선택·분석·활용하는 리터러시(literacy)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본교에서 실시한 사이버인성 교육프로그램이다. 너와 나, 우리가 함께하는 사이버인성교육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한 것은 교사들이었다. 자발적으로 교사 T/F팀 및 교과협의회를 조직하여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교과별 주제 요소를 추출하여 학생 참여 중심의 ‘사이버인성교육 프로그램 수업모형’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도덕 시간에는 ‘사이버 인성신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사이버공간의 특성과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고, 영어수업에서는 짧은 만화 그리기를 통해 지적재산권의 의미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학생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교과 간 연계성을 살려 언어폭력, 사이버블링을 주제로 한 융합수업모델도 개발해 적용하였다. 미술과 역사 교과의 융합 수업시간에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풍속화를 패러디하여, 현대사회의 익명성이 갖는 위험성을 인식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이같은 실천위주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와 학생 모두는 사이버 예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와 함께 전교생을 대상으로 사이버인성교육과 연관성이 깊은 교과인 정보와 도덕, 그리고 사이버상의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과 사회 교과 등을 자유학기제와 연계하여 ‘인터넷 리터러시반’을 운영하였고, ‘창작미술반’, ‘뮤지컬반’을 개설하여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모형을 적용하였다. 특히 올해부터 자유학기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교과 연계형 수업을 통해 사이버인성교육이 쉽고, 심도 있는 내용으로 다뤄질 수 있게하였다. 또한 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선택할 수 있는 동아리형태로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여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눔·성찰·실천 통해실현 아름다운 인터넷·스마트폰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학생동아리인 ‘아름누리지킴이’와 함께 정보화 역기능 예방 및 홍보활동, 지역사회 나눔 캠페인 활동, 선플달기 운동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이버폭력없는 행복한 학교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또한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사이버인성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활동과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 및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학부모동아리’를 구성·운영하였다. 스마트 기기 사용시간을 줄여 가족 간의 대화시간을 늘일 수 있도록 학습 활동지를 제작하여 각 가정에 배부하였고, 가족끼리 약속을 정해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을 계획·점검·실천하면서 올바르게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밖에도 ‘고운 카톡 주고받기’, ‘선배에게 선물하는 사랑의 책갈피 만들기’, ‘노래 개사하기’를 통한 사이버상의 문제점 알리기, ‘사이버인성 5행시 대회’, ‘힐링캠프’ 등 전교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정보화의 역기능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화 순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로 퍼져나가 ‘건전하고 건강한 정보 문화’를 조성하게 되었고, 2015년에는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6월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학부모로부터 학교폭력신고가 접수되었다. 사안 조사와 상담을 위해 만난 서영(가명)이는 한눈에 봐도 내성적 성향의 ‘모범생’처럼 보였다. 서영이는 작은 목소리로 체육 시간에 가희(가명)가 자신의 발을 고의로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발톱이 빠질 정도로 피멍이 들었고, 지금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여 전부터 가희가 몇몇 아이들과 함께 쳐다보며 키득거리고, 자신이 교실에 들어서면 하던 말을 멈추고 째려보곤 했다는 것이다. 피해학생 조사를 마치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가희와 상담을 했다. 큰 키에 마른 체구, 서영이와 마찬가지로 목소리가 작고 얌전한 여학생이었다. 가희는 서영이의 발을 밟은 적이 없다며 사실을 부인했다. 체육 시간엔 달리기만 했을 뿐, 서영이와는 같이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목격자조차 없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다 보면 대부분 자신의 행동은 합리화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은 도드라지게 어필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폭력 사실 자체를 부인할뿐더러 관련 학생의 언행으로 미루어 볼 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 난감했다. ● 목격자 확보를 위한 설문조사 일단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담임교사의 협조를 얻어 해당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도 아무런 정황이나 목격자가 나오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체육 교사의 지시 아래 서너 명씩 달리기를 하였고, 나머지 학생들은 달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달리기를 마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쉬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발을 밟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가 아무도 없다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PART VIEW] ● 1차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가희의 할머니는 “우리 손녀가 밥도 못 먹고, 두통과 복통에 잠도 잘 못 잔다”고 항의했다. 가희 아버지 역시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황을 전해 들은 피해학생 부모는 분노에 펄펄 뛰었다. “서영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해학생과 부모가 반성하기는커녕 뻔뻔하게 누굴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는 것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은 발톱이 빠질 정도로 피멍이 들어 치료 중인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사건 자체를 부인하며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목격자까지 없는 상황이어서 사건은 점점 꼬여만 갔다. 일단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기로 했다. ● 가·피해학생 보호조치 학폭위에 서영이는 불참했다. “가해학부모와 학폭위에서 만나지 않겠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학부모가 의견을 진술하고 귀가한 후에 가해학부모를 회의실로 불러 각각 별도로 조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담당교사는 학폭위 위원들에게 현재 벌어진 상황과 각자가 주장하는 폭력 사실을 그대로 설명하였다. 또한 가·피해학생이 같은 반이라 보호조치를 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가희와 서영이 모두에게 치료 명목으로 출석인정결석을 우선 부여하고 목격자나 증거가 없으므로 조치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한 달 후에 학폭위를 다시 열기로 하고 1차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 사안 추가 조사 및 학급 대상 ‘신고의 중요성’ 교육 학교 근처의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43kg의 여학생이 운동화를 신고 상대 발을 한차례 밟아서 피멍이 들고 발톱이 빠질 수도 있는지”를 물었다. 의사는 “희박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고민 끝에 해당 학급의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신고와 고자질의 차이’,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 및 대처법’에 대하여 교육했다. 목격자가 없는 상황이라 특히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놀라운 반전 … “네가 목격했다고 말해줘”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드디어 신고자가 나타났다. 피해학생 서영이의 ‘절친’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던 서영이가 친구들과 수시로 가희를 험담하곤 했으며 자신에게 “가희가 발을 세게 밟는 것을 봤다고 담임선생님께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절친’의 요청대로 가해 현장을 목격했다는 거짓말을 할 수도, ‘가희가 발을 밟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며 울먹였다. 다시 피해학생을 상담했다. 서영이는 “수업시간에 가희가 선생님들의 관심과 칭찬을 받는 것이 미워서 그랬다”며 “부모님께는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며 울었다. 피멍이 든 발톱은 집에서 실수로 문턱에 심하게 부딪혀 그런 것이라 대답하였다. 그 학생의 어린 마음을 다독이며 공부는 경쟁이 아님을, 세상은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며 사는 곳임을 얘기했지만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교사로서 죄책감을 어쩔 수가 없었다. 교육을 바라보는 경쟁이라는 색안경을 벗는 그 날을 꿈꿔본다.
얼마 전 ‘선생님…. 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요’(스브스뉴스, 2016.05.28.)라는 기사를 읽으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생리대 하나만 빌려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을 너무 매몰차게 거절한 건 아닌지, 내가 거절했던 아이 중에 이런 아이가 속해있었던 것은 아닌지 미안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건 생리대를 자주 갈지 못해서 주위 아이들로부터 냄새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아이였어요”라는 어느 자원봉사자의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우리 학교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혹시나’하는 마음과 함께. 유난히 냄새가 나는 아이들이 있다. 적어도 한 반에 1~2명은 있다. 더운 날 밖에서 운동을 해서 나는 땀 냄새가 아니다. 머리를 안 감고, 잘 씻지 않고, 옷을 자주 빨아 입지 않아서 나는 냄새이다. 교복은 꼬질꼬질하고, 거친 손과 얼굴엔 각질이 피어올라 와 있다. 1평 남짓의 개인상담실 문을 열자마자 ‘불편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어휴, 선생님이 갱년기인가. 왜 이렇게 덥다니. 문 좀 열고 하자”며 창문을 열어야만 상담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이다. ‘냄새 난다’는 말을 하자니 아이가 상처받을 것 같고, 말을 안 하고 넘어가자니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찜찜했다. 좀 더 세련되게 아이가 직접 자기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기위생관리가 안 되는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고 있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이며, 왕따이고, 부모로부터 폭행 혹은 방치 등의 아동학대를 받는다. 또한 우울하다기보다 무기력과 패배의식이 몸에 배어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고 있는 중이다. 슬픈 사실은 이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의 복지비가 정말 쓰일 곳에 쓰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이들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더러운 냄새가 난다’…유치원 때부터 왕따 올해 학교에 입학한 민지(가명)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아버지는 매일 소주 3병 정도를 마시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alcoholic)이고, 집안 살림은 어렸을 때부터 민지가 했다. 그 작은 손으로 살림을 했으면 얼마나 했을까. 씻으라는 사람도, 씻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늘 지저분한 모습으로 어린이집에 갔다. 그때부터였다, 왕따가 시작된 것이. 자기 주변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초등학교 때 아이들이 ‘더러운 냄새가 난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민지는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입 냄새가 심했고, 몸에서 나는 체취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감은 높았지만, ‘진로계획’만큼은 똑 부러졌다. 늘 취해있는 아버지 옆에서 민지가 할 수 있는 것은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노는 것이었고,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한 번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본 적은 없고,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적도 없다고 했다. “나도 웹툰을 좋아하니까 기회가 되면 보여 달라”고 하자 단칼에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학교와 와 보니 그림 잘 그리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아마 제 그림은 웃음거리밖에 안 될 거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PART VIEW]● 상담전략 _ 머리부터 단정하게, 교복은 깔끔하게 3~4차례 만남이 이루어진 후, 헤어지면서 “민지야, 머리 안 답답해? 앞머리만 이렇게 다듬어도 훨씬 귀여울 것 같아”라는 말을 건넸다. 다음 상담시간에 민지는 앞머리를 눈썹 위까지 자르고 왔다. 민지가 마음을 열었구나 싶어 이번엔 교복에 도전했다. “빨래도 민지가 하니?”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교복 상의 안에 늘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민지는 이 옷 엄청 좋아하나봐?” 물었더니, “입을 만한 반팔 티셔츠는 이것 밖에 없다”고 했다. 세탁물이 많지 않고 귀찮기도 해서 한 달에 1~2번 정도 밖에 빨지 않는다고 했다. 꽃에 향기가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특유의 체취가 있으며, 음식을 오래 두면 상하는 것처럼 매일 입는 옷은 더러운 것이 묻지 않았어도 일주일 이상 되면 퀴퀴한 냄새가 난다고, 그러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세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 교사에게 부탁하여 양치하는 요령도 교육했다. 민지는 항상 혼자만 생활해서 친구 관계 맺는 것이 서툴렀다.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도 몰라 했다. 개인상담보다는 집단상담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방과 후에 진행하는 집단상담에 민지를 포함시켰다. 3~4차례의 집단상담이 진행된 후, “민지가 웹툰을 잘 그리니까 집단상담에서 나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면 어때?”라고 제안했다. 처음엔 자신의 그림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던 민지는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학교 급식이 유일한 끼니인 지선이 올해 2학년인 지선(가명)이는 부모님과 한집에서 살 뿐이다. 어머니는 살림은 물론 아이들 양육에 전혀 관심이 없고,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법적으로 양육을 책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호하지는 않는 듯 했다. 지선이는 얼굴엔 늘 각질이 가득하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모를 정도로 기름져 있다. 교복엔 곰팡이 핀 자국이 선명하고, 빨아 입기는 하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묵은 때가 찌들어 변색까지 되어 있다. 지선이네 집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선이의 유일한 끼니는 학교 급식이었고, 집에 가면 그냥 누워서 스마트폰만 한다고 했다. 최근엔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가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과 함께 내쫓기기도 했다. 지선이는 지금까지 뭔가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자신이 뭘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왔다가 간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대답도 한두 박자 느리며, 논점에서 어긋나 있을 때가 많았다. ● 상담전략 _ ‘방임’이 의심된다면 아동보호센터와 연계 지선이의 경우 아동학대 중 ‘방임’이 의심되었다. 아동보호센터와 연계하여 가정방문을 했더니,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벼운 지적장애가 있었다. 일단 아동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를 연결해줬고, 경제적·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다. 민지와 마찬가지로 자기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속적인 지도와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과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인 착실했던 세라 3학년이 된 세라(가명)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 대신 지적장애 오빠를 돌보는 학생이다. 물론 집안일도 도맡아서 한다. 부모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며 착실하게 취업준비를 하던 학생이다. 하지만 올해 세라는 작년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2학년 때까지는 깔끔했던 학생이었는데 복장이나 외모가 점점 지저분해져 갔다. 학업성적도 떨어졌고, 대화 도중 간간히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말을 했으며, 멍하니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학급 친구들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상하다 싶어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면 “몰라요. 생각이 안 나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 상담전략 _ 갑자기 생활 모습이 변했다면 병원과 연계 몇 번의 설득 끝에 학부모 동의를 얻어 의료지원서비스를 받았다. 세라는 조현증(schizophrenia) 초기 증상이었다. 다행히 빨리 발견하여 꾸준히 치료할 경우 완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세라는 현재 대인관계에서 조금 어려움을 느낄 뿐 큰 문제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물론 학교관리자, 보건교사, 담임교사, 상담교사 이외에는 세라의 상태에 대해서 모른다. 혹시 갑자기 상태가 나빠질 경우를 대비하여 ‘상태 악화 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다’는 학부모 서면 약속도 받아 놓았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돕기 언젠가부터 내 책상엔 핸드크림이 2~3개씩 놓여 있다. 보건실도 아닌데 캐릭터 밴드도 책상 서랍에 수북하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다가 손이 거칠면 핸드크림을 발라주고, 손톱을 물어뜯거나 쥐어뜯어 피가 맺혀있으면 밴드를 붙여준다. “손은 또 다른 얼굴이야. 손이 예뻐야 자신감도 더 생긴단다” 하면서. 올해는 꼬리빗과 헤어밴드도 사다 놓았다.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는 ‘머리스타일’부터 시작하니까. 간혹 담임교사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볼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냄새난다고 말하면 상처가 될까 봐서…. 말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정답은 없다. 어떤 아이는 이야기를 해줘서 개선이 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아이는 화를 내면서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아이는 ‘병’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부모의 ‘방임’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아이와 속사정 이야기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학생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다. ● “이번 주에 교복 못 빨았어? 때가 그대로네. 바빴어?” ● “얼굴이랑 손에 로션 꼭 발라야 해. 늙어서 주름 생긴단 말이야. 로션 다 썼어?” ● “여기 왜 이래? 화장이 들떴나? 아니면 다쳤니?” ● “너 오늘 머리 안 감았구나. 늦잠 잤어? 사춘기 때는 호르몬 때문에 하루만 안 감아도 기름이 좔좔 흐른다니까. 나처럼 아줌마가 되면 머리에 기름도 안 생겨. 매일 머리 감기 귀찮지?” 그다음의 대화는 아이들이 이끌어 줄 것이다. 민지처럼 “바쁜 게 아니라, 제가 빨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안 빨아요”라는 답변을 할 수도 있고, 세라처럼 “로션을 발라본 적이 없어요”라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보호를 받지 못해 자기위생관리가 안 되는 아이들을 돕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쟤는 왜 저렇게 자기위생관리가 안 되지?”라는 질문을 따뜻한 관심으로 바꾸면 된다. 또한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배웠어야 할 자기위생관리를 지금이라도 교사가 하나씩 알려주면 된다. 학생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받은 치유자’, 교사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학생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중심에는 늘 담임교사가 있다. 학교를 다니는 중 한번이라도 담임교사가 적절하게 도움을 주거나, 지지를 보낸 경우 아이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간다. 하지만 좌절을 경험한 아이는 말해봤자 소용없고, 모두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며 성장을 멈춘다. 심리학 용어에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healer)’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키론(Khiron)이 영원히 치유하지 못할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뛰어난 의술로 다른 사람을 치료하고 제자들을 키워낸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개념을 도입한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산다는 것 자체가 늘 상처와 함께하는 일’이라고 했다. 교사 역시 상처를 안고 다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자가 아닐까? 아이의 ‘성장’ 없는 교사의 ‘성공’은 없으니까 말이다.
‘구교육’, 혹은 ‘헌교육’에 대한 ‘새교육의 반란’은 미군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3년간 지속되었던 ‘새교육의 반란’을 진압하고 ‘구교육의 복원’을 꾀하려 했던 최초의 인물은 정부수립과 함께 초대 문교부 장관에 임명된 안호상이었다. 그는 백과사전에서 민족사학자, 철학자, 대종교인, 정치가, 그리고 파시스트라는 다양한 명칭을 부여할 만큼 경력이 화려했다. 그는 1920년대 초에 일본에서 영어학교를 졸업한 후 중국을 거쳐 독일에서 유학하였다.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1929년이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일본 교토제국대학교, 독일 훔볼트대학교, 경성제국대학교에서 연구생으로 경력을 쌓은 후 1933년에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이듬해에 이광수의 소개로 시인 모윤숙과 결혼하였으나 후일 헤어졌다.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조사를 받기도 하였다. 해방과 함께 민족주의 계열의 다양한 학술단체, 문화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중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자 초대 문교부 장관이 되었다.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의 일민주의 안호상은 단군을 숭상하는 민족종교 ‘대종교(大倧敎)’의 열렬한 신도였다. 단군의 피를 이어받은 ‘하나의 백성’이란 의미의 ‘일민주의’를 이론화하여 제시함으로써 이승만이 외치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정치 구호를 학술적으로 공고히했으며,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삼기 시작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안호상은 민주주의 출발점이 서양이 아니라 우리나라라는 파격적 주장을 함으로써 새교육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 수립 직후 행한 한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신라식 민주주의요, 신라에서 발달한 것이 구라파로 넘어가 이것이 또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신라의 화랑도 이야기에 나오는 화백회의를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해석한 것이 분명하다. 안호상을 따라 많은 교육자가 새교육에 대한 비판에 참여하였다. 예컨대 서울청계공립국민학교장 최윤수는 새교육의 정신적 지주인 듀이가 한국인이 아니고 미국인이기에 개인주의에 기초한 교육이론을 발전시켰고, 우리나라는 미군정 3년 동안 이를 학습하였는데 이는 흡사 ‘유아에게 철학을 강의하는 꼴’이라고 비유하였다. 결국 새교육은 엄청난 피해를 이 강산, 이 민족에게 입혔다는 점에서 이것은 ‘민주주의 교육’이 아니고 ‘미친주의 교육’이었다고 평가절하 했다.(새교육 2권 2·3호) 민족주의 진영의 새교육 비판은 미국 유학파 출신 백낙준 2대 문교부 장관의 등장으로 중단되었다. 그리고 전쟁으로 잠시 주춤했던 새교육 운동은 이른바 커리큘럼 개조운동의 형태로 전쟁 중이던 1951년에 부활한다. 이후 1955년 8월 1일 제1차 국가교육과정의 공포에 이르기까지 현장 교사 중심의 커리큘럼 개조운동은 아동중심, 생활중심, 그리고 경험중심 철학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봉건적 색채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든 노력을 기울인다(이 시기 커리큘럼 개조운동의 교육사적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요청된다). 국가교육과정 공포가 주는 의미 1955년 8월 1일의 국가교육과정 공포는 한국 교육의 발전 과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국가권력에 의한 교육독점의 제도화 선언이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후 국가권력에 밀착된 지식인들이 교육을 지배하고 현장교사들은 국가의 교육 아젠다(agenda)를 맥없이 실천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기 시작하였다. 교육자치제, 학원의 자유 등 1950년대에 추진되고 있던 교육의 민주화를 위한 현장의 다양한 시도들이 하나둘씩 소멸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새교육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새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비판, 그리고 새교육 이후의 미래 교육에 대한 탐색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잡지 새교육이었다. 그 시작은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진보주의 교육의 퇴조에 대한 관심과 소개였다. 새교육은 1957년 6월호에서 ‘3R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에 게재되었던 기사 ‘Back to the 3Rs : Change in the Schools’를 번역 소개하였다. 이는 진보주의 교육의 퇴조를 가져온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 4개월 전이었다. 이 기사는 미국의 공립학교들이 진보적 관념에서 벗어나 기초적인 교과 과정으로 돌아가려는 경향, 그리고 훈육을 강조하는 경향을 조사한 일종의 보고서였다. 학력에 대한 관심의 부활, 숙련된 과학자와 기술자 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우려, 그리고 학생들의 풍기문란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이 점차 확대되면서 읽기·쓰기·셈하기 등의 중요성이 다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PART VIEW]195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새교육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새교육 실천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부산사범부속국민학교장 김두성의 말처럼 1950년대 후반에 이르자 새교육의 상징이었던 생활커리큘럼·경험커리큘럼·코어커리큘럼 등의 용어들이 사라져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미군정기 후반부터 시작된 비판은 1950년대 후반에 이르자 극에 달하였다. 대표적인 존 듀이(John Dewey) 비판가였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이해남은 “미국에서는 이미 1938년경부터 듀이즘(Deweysm)은 철학도 아니요, 교육도 아니다”는 주장과 함께 듀이즘을 미국 사상의 왕좌 자리에서 몰아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듀이즘이 끝났다고 선언하였다. 이해남은 듀이즘이 과거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새교육을 지도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명을 이미 다하였고 이제는 우리의 자연·지리적 배경과 사회적 유산을 고려하면서 세계 문화의 주류 위에 우리식 교육이론을 세울 때임을 주장하였다(새교육, 1958년 11월호). 듀이즘에 대한 비판과 새교육의 고민 이러한 의식은 새교육의 가치와 한계에 대한 종합적 검토,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교육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고민을 이끈 것 또한 새교육이었다. 새교육은 새로운 10년, 1960년대의 시작을 앞둔 1959년 9월호에서 ‘새교육 운동의 반성’을 특집으로 구성하였다. 이 특집은 다른 어떤 분야와도 달리 우리나라 교육계가 정부수립 이후 10년간의 교육경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비판,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우리식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1950년대의 새교육 운동이 그랬듯이 1960년대의 교육운동 또한 서구식 교육이론의 무비판적·맹목적 모방에 그칠 수 없다는 우리 교육자들의 자의식이 매우 철저하고 진지하였음을 보여준다. ‘무엇이 소위 새교육이었나? 새교육의 본질과 이제까지의 새교육’이란 글에서 김두성은 “많은 비판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새교육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이 민주주의 교육을 향해 비약적인 변화를 이루었고, 비록 열기는 사라졌지만 그 정신이나 생명은 살아 있으며, 새교육의 매력은 잊혀진 것이 아니다”고 보았다(새교육, 1959년 9월호). 새교육 운동은 첫째, 학력 또는 실력 저하에 대한 우려, 둘째, 입학시험이 요구하는 것과의 상충, 셋째, 도덕적 성장에 대한 관심의 미흡, 넷째, 정서 또는 기능 교과의 불철저 등으로 인해 암초를 만나게 된 것으로 김두성은 해석하였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새교육의 잘못으로는 첫째, 우리나라의 역사·사회적 현실의 무시, 둘째, 경험과 문화의 균형 유지 실패, 셋째, 교사들의 능력 부족과 시설 환경의 미흡, 넷째, 학습에서 차지하는 계통성과 연습의 중요성 간과, 다섯째, 전인교육의 어려움,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국가·사회적 지원의 결여 등을 언급하였다. 결론적으로 새교육 주장자들이 보여주었던 경험주의의 과잉의식이나 보수주의 교육자들이 드러낸 아동 경험에 대한 과소평가 모두 한국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들은 1960년대 한국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면서 “교과 형식과 경험 형식은 빙탄불용(氷炭不容)하는 모순관계가 아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것을 주문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안인희 교수는 중등교육 분야에서 새교육의 영향을 다루었다. 그는 1950년대 후반의 새교육을 “뿌리가 잘린 꽃처럼 아름다우나 불안스런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안 교수는 새교육이 비록 “새것인 동시에 남의 것”이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았다. 특히 과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 공적이라고 해석하였다. 반면 새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도의교육의 실패를 꼽았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서 도의 과목의 신설을 주장했지만 일제강점기 수신(修身) 교육을 회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장기적 안목에서 과학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진보교육의 퇴조와 본질주의 교육 등장 이와 관련 창덕여자고등학교 교사 심재형은 ‘교육학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해방 10년 만에 권태기를 맞이한 우리 교육이 과거의 지식중심교육으로 환원하지 않고 다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교육계획을 주도하는 교육학자들이 책이나 이론에 그치지 말고 현장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였다(새교육, 1959년 9월호). 서울 충무국민학교 교사 심경석은 ‘교장을 위한 학교냐, 아동을 위한 학교냐’라는 글을 통해 “새교육은 복잡한 그 무엇이 아니고 시대사조에 따라 교육의 계획, 조직, 내용, 방법, 시설 등을 개선해 나가는 움직임이며 이런 성과가 부진한 것은 교육학자, 교육행정가, 교사 등이 공동으로 져야 하지만 특히 학교행정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심 교사는 특히 교장의 민주적 학교경영을 촉구하였다. 이 특집에서 1950년대 새교육의 경험과 의미를 정리하고, 1960년대 한국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은 수원 매산초등학교 교장 황기익이었다. 황기익은 진보주의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어 온 새교육의 장점과 한계, 그리고 193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본질주의(문화유산의 전승을 중시하는) 교육의 장점을 통합하는 방향에서 당시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개인의 욕구를 중요시하되 이기적 방향에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욕구로 방호해야 하며,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인간의 문화적 전통 중에서 인간생활에 기여하는 근본적인 것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 요소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진보주의 교육의 결함을 보충하여 개인과 사회를 같이 중요시하며 자유와 통제, 흥미와 노력을 강조하고, 기본 지식과 이해를 동등한 자리에 놓도록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날 교육계의 지배적인 생각입니다” (새교육, 1959년 9월호) 지금의 시점에서도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황기익은 새교육을 비방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새교육으로 인해 기초 학력의 저하됐다”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교육에는 거기에 맞는 새로운 학력관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학력관은 “주지주의에서 벗어나 태도, 습관, 기능 등의 정의적 방면에도 중점을 둬 하나의 완전한 전인적 인격체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교육에 의한 새교육 비판, 그리고 새로운 학력관이 제안된 지 어언 57년, 그 동안 우리 교육은 여전히 낡은 학력관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 법적근거 국가공무원법 제64조 /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5조, 제26조 / 교육공무원법 제19조, 제19조의2 ◆ ‘금지되는 업무’와 ‘허가를 요하는 업무’ (중략) ● 금지되는 업무 공무원이 ① 상업·공업·금융업 기타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하여 영리를 추구함이 현저한 업무, 공무원이 상업·공업·금융업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이사·감사 업무를 집행하는 무한책임사원·지배인·발기인 기타의 임원이 되는 것, 그 외 직무와 관련이 있는 타인의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 기타 계속적으로 재산상의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행하는 것 등으로 인하여 ② 공무원의 직무상의 능률의 저해, 공무에 대한 부당한 영향,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의 취득 또는 정부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금지됩니다. 즉, 위 ①의 업무가 무조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②의 하나라도 해당되어야 금지됩니다. 통상 영리 업무의 한계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안에 따라서 특성이 다양하므로 직무상 능률저해, 공무에 대한 영향, 영리행위의 지속성, 영리추구의 정도 등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복무감독자가 판단하여야 합니다. ● 금지되는 업무의 예 · 사설학원 강의, 인터넷교육 및 방송 참여와 관련하여 영리업체에 대한 출강하는 경우 · 교육정보자료의 제공, 제작참여, 사이버강사 활동 등 사기업 경영 및 운영에 종사하는 경우 ·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상 다단계판매등록을 하는 경우 · 퇴근 이후 음주자의 차량을 대리 운전하는 경우 ● 허가를 요하는 업무 위 금지되는 영리업무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다른 직무를 겸직하고자 할 경우에는 담당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연가 범위 내에서 임용권자의 사전허가를 득하여 겸직을 할 수 있습니다. 겸직허가 신청 요령은 아래와 같습니다. ● 허가가 필요한 겸직의 예 · 뉴스사와 기자로서의 신분관계를 설정하고 공개적으로 기자신분으로 활동하는 경우 · 재건축조합장으로 선출된 경우 · 대학의 시간강사나 겸임교수로 임용되어 강의를 하게 되는 경우 · 타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이 되는 경우 [PART VIEW]◆ 많은 선생님께서 질의하신 "BEST QA" Q 상가임대사업이 영리업무 금지의무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지요? A ?상가사업자등록을 하고 임대사업을 하는 것은 직무상의 능률을 저해할 정도로 과하지 않고 영리업무종사 금지 판단기준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가능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과도한 부동산임대로 담당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관련법령에 저촉되는 부당한 이익을 취득할 경우에는 금지된 영리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Q 근무하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의 정규 수업 후의 방과후학교 강의를 할 수 있을까요? A ?타 학교 방과후수업 강의는 영리 업무는 아니므로 겸직이 가능하지만, 본 소속기관의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할 수 있습니다. 겸직허가 신청자는 겸직허가 신청서 및 타 학교의 강의요청 공문에 근거하여 서면으로 결재를 받고, 외부 출강시에 출장(여비 미지급)으로 복무 처리할 수 있습니다. Q 휴직기간 중에 영리행위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휴직이란 재직 중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공직신분을 유지하면서 직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휴직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휴직기간 중 영리행위가 휴직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반하거나, 공무에 부당한 영향,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 등의 초래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금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교원의 경우 사설학원 강사, 과외교습 등은 학원의설립·운영및과외교습에관한법률에 따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Q 시민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할 경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A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단체의 구성이나 활동이 공무원의 복무에 관한 질서유지나 품위를 손상하는 등 공익을 해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민단체에 가입할 경우에는 시민단체의 성격 및 활동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소속 기관장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