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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교육공약 이행을 위해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여야, 교육계가 대립하는 사안의 경우 ‘일전(一戰)’이 예고되고 있다. 초중등 교육의 지방 이양, 고3 선거권 부여, 교장공모제 확대를 놓고 초중등교육법, 정부조직법, 공직선거법 개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문 대통령은 초중등 교육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교육부장관의 역할과 권한을 명시한 정부조직법을 비롯해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 권한을 규정한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지방자치법, 교육자치법에 대한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조직법에는 교육부장관이 인적자원개발정책, 학교교육·평생교육, 학술에 관한 사무 등 교육 전반을 관장하는데 이를 축소하려면 내용을 수술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대선 과정에서 교육부 폐지와 기능 재편을 공약한 바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초중고 학생들 교육을 전교조에게 맡기는 게 옳겠냐"고 언급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총도 "공교육 체제 하에서 초중등 교육은 국가의 책무 사항"이라며 "교육부의 권한과 책임이 축소되면 타 부처와의 협상력 약화로 교육재정 확보가 어려워져 교육 여건 전반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겠다는 공약 또한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의 개정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지난 1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바른정당이 선거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의 참정권 확대 주장에 야당은 정치 포퓰리즘이라고 맞서며 여전히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어 법 개정은 요원한 상태다. 국회 밖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당시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은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많은 청소년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 이미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선거권 연령을 낮추자고 촉구했다. 반면 교총은 "고3 교실의 정치장화가 우려된다"며 "민법에서는 19세를 성년으로 보고 있어 공직선거법에서 선거 연령을 낮추게 되면 다른 법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교장공모제 확대 공약도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무자격 공모 교장의 비율을 현행 ‘자율학교 중 내부형 임용방식을 신청한 학교의 15%’에서 ‘전체 자율학교’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이미 발의한 바 있다. 반면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전국에 임명된 무자격 교장의 68.4%가 특정 교원노조 출신"이라며 "교육감의 코드 인사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해 부정적 기류가 높다. 교총도 "교직 경력 15년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해 관리자로서의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교사가 선발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초등 전학년으로 돌봄학교 확대, 고교 무상교육 실현, 노후시설 등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도 손질해야 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씽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대선 핵심 어젠다 종합보고서’를 통해 내국세분 교부금 교부율을 현행 20.27%에서 25.27%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교육재정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무상급식 등에 예산이 사용돼 정작 학생 교육과 교실환경 개선에 쓰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보편적 무상교육에 반대하고 있어 법 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교총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전달한 제안서를 통해 교권 강화를 위한 교원지위법 개정, 성과급제 폐지, 교육재정 확충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무엇보다 교원지위법의 조속한 개정에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이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대통령에게 바라는 교육과제로 공식 요청했고 교육부도 입법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교육계에 이견이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교원 차등성과급제를 폐지하고 이를 직무별 난이도나 업무 기피 현상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보상기제로 전면 개편할 것도 요청했다.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충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내국세분 교부금 교부율을 25% 이상으로 점차 인상하고 교육세와 지방교육세를 직접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질적 실현, 초등 돌봄교실 확대 등 재원소요가 많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별회계 설치 등을 규정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유아교육의 국가책임 보장제를 실현하기 위해 단설유치원 중심의 국공립유치원 설치를 확대하고 만0~2세는 보건복지부, 만 3~5세는 교육부로 일원화해 누리과정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또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할 것을 강조했다. 소외계층에게 교육이 희망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교육복지지원법 제정도 제시했다. 취약계층의 기초학력 보장, 유아교육 복지지원, 특수교육 여건 개선,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배려, 학교밖 청소년 교육지원, 농산어촌 교육발전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법 제정을 통해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교육복지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1학년도 수능부터 공통과목에 한정해 출제하고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교 내신의 성취평가제 전환은 성적 부풀리기나 변별력 저하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뒤에 신중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중학교의 중간·기말고사도 일괄적 폐지보다는 평가방법이나 결과의 활용방안부터 개선해야한다고 밝혔다. 1인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평가해야 하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교원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조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혁신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혁신학교가 전국적으로 1085개교에 이르고 있고 아직 교육적 성과나 일반화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확대하기에는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2015~2016년 혁신학교 신청이 미달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학교현장과 학생, 학부모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도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특목고 폐지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교육기회를 박탈하게 되고 학생, 학부모의 학교선택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승진 임용 체계의 근간을 저해하고 교육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교장공모제 확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단원고 교감에 대해 위험직무순직 인정도 요청했다. 의식을 잃은 사태에서 구조됐고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외상을 입어 자살에 이른 만큼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교원들과 마찬가지로 위험직무순직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 엄재엽) Wee센터는1일 문경Wee센터에서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New-Start 프로그램의 현장 적용력 향상을 위해 전임상담원 및 전문상담인력을 대상으로 ‘학교부적응 학생의 치료와 이해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문경숙 강사 (대상관계부모교육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의 양육과 발달이 현재 학교 부적응이나 학업 중단 위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상담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연수에 참여한 한 Wee클래스 전문상담사는 “영아기때 부모님의 양육태도가 청소년이 된 현재의 학생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자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남병훈 문경교육지원청 Wee센터장은“New-Start 전임상담원의 역량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양한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진정한 동반자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경북 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 엄재엽)은 2일 문희아트홀에서 초·중학생 300여 명과 학부모, 지도교사 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7 문경학생 나의주장발표대회'를 실시했다. '2017 문경학생 나의주장발표대회'는 지난 5월 19일과 20일에 실시한 '2017 문경학생 비전캠프'에 이어 문경시와 문경시장학회의 후원과 문경교육지원청에서 계획하여 진행하는 행사다. 학생들이 한 가지 주제를 설정해 3인 이하의 팀을 만든 뒤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모아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보조 자료를 만들어 창의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말하기 대회이다.이 행사를 통해 관내 초·중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비전을 발표하는 기회의 장이 됐으며 이를 계기로 많은 학생들이 꿈을 키워나가고 비전 펼쳐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균희(67) 전 서울 언남중 교장은 지난해 퇴직 교직원 10여 명과 ‘동요사랑 나눔 봉사단’을 조직해 매주 화요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동요합창 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 동요의 아름다움을 전파해 동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활동하다 올해부터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시민, 관광객들과 만나고 있다. 봉사단 단장인 최 전 교장은 "퇴직 교직원들과 동심 회복운동의 일환으로 시민들에게 동요를 불러주고 쓰레기 줍기 등 환경보호 활동을 겸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나눔 활동은 서울교육청(교육감 조희연) 교육인생이모작지원센터(센터장 홍승표)의 지원으로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 4월 개소한 센터는 다양한 퇴직 교직원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설·지원하며 1년 새 1300여명의 회원을 둘 정도로 활성화됐다. 학교 텃밭과 화단을 관리하는 ‘아름지기 봉사단’, 배움이 느린 학생들을 위한 ‘기초학력반’, 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위기 청소년을 상담해주는 ‘아름다운 동행’, 병원 등을 찾아 플루트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는 ‘카벨플루트오케스트라’ 등 33개 봉사동아리가 연간 2만5000시간 이상의 재능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에 센터는 퇴직 교직원들의 봉사 활동을 격려하고 현장 교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에서 지난달 31일 서울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2017 퇴직 교직원 봉사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퇴직 교직원 봉사단, 현직 교직원들이 각각 500여 명씩 참석해 교육발전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봉사단원들은 "아이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입을 모았고, 현직 교직원들도 "선배들이 도와줘 힘이 된다"고 화답했다. 실제로 퇴직 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인생 이모작의 꿈을 꾸게 된 퇴직 교직원들은 물론, 최근 학교 안팎으로 일손이 달리는 현장에서도 환영하고 있다.이날 현직 교직원으로 참여한 조정호(59) 서울공연초 교장은 지난해 돌봄교실 프로그램으로 ‘푸드표현 예술치료’를 진행해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우수사례 발표를 통해 조 교장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준 선배 교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1박2일 연수 도중 달려왔다"며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력이 개선되는 등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발표했다. 홍승표 센터장은 "퇴직 교직원들이 재직 중 쌓은 경험, 전문성을 서울 교육공동체를 위해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퇴직 교직원들의 봉사를 통해 서울교육이 한층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부산영양교사들이 학생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염김치 표준화 레시피를 전국 최초로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교육청의 ‘부산 건강학생 만들기 굿 스마일 (Good Sports Meals In Health Learn Elvation)’ 급식부문 연구팀은 지난해 말부터 약 6개월 간 실태분석 후 연구, 개발 끝에 지난달 초 평균염도 1.2% 이하의 저염김치 표준화 레시피를 내놨다. ‘굿 스마일’은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부산 내 체육·급식·보건교사들이 만든 연구모임이다. 강현주 동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를 팀장으로 송진선 부산교대부설초 영양교사(부산영양교사회 회장), 박순애 동래고 영양교사, 김을순 사상초 영양교사(학교밥상연구동아리) 등 영양교사들이 주축이 돼 이번 레시피를 내놨다. 이들은 저염김치 개발을 위해 먼저 관내 초·중·고 546개교를 대상으로 ‘학교급식 나트륨 섭취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한 끼 당 나트륨 섭취량이 초 848㎎, 중 1309㎎, 고 1456㎎으로 보건복지부 제한권고량(목표섭취량) 667㎎에 비해 각각 1.27배, 1.97배, 2.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초등교는 양호한 편이지만 중·고교로 갈수록 나트륨 섭취량이 우려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급식 김치의 평균염도를 조사한 결과는 초·중이 1.2%, 고교는 1.67%였다. 대기업이 일부 시판 중인 저염김치 평균염도가 1.5∼2.0%인 것을 비교하면 초·중학교에 제공하는 김치는 ‘초저염’ 수준이었으나 고교는 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중은 학교에서 직접 만들어 저장하는 반면 고교는 시간, 인력 부족으로 시판 김치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이에 ‘굿 스마일’은 각 학교, 업체에 제공할 저염김치 레시피를 체계화하기로 했다. 영양교사들은 수개월 간 30여 학교의 우수사례를 모으고 ‘학교밥상연구동아리’가 이를 분석해 표준화 레시피를 완성했다. 레시피에 따르면 배추 100㎏을 기준으로 천일염을 기존 10㎏에서 9㎏으로 10% 줄이고 멸치액젓, 새우젓도 배추 풋내를 잡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양으로 맞춰 각각 2.5㎏, 1.0㎏를 넣는다. 대신 각종 부재료를 넣어 기존 김치 못지않은 풍미를 향상시켰다. 부재료는 고춧가루 4㎏, 찹쌀가루 0.5㎏, 마늘 2㎏, 생강 0.3㎏, 설탕 0.5㎏, 홍고추 3㎏, 무 2㎏, 배 3㎏, 다시물 7㎏으로 구성됐다. 부산교육청은 이번 ‘굿 스마일’ 급식부문 연구팀의 저염김치 레시피를 정책에 반영해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 레시피를 모든 초·중·고교에 보급하고, 고교 납품 김치제조업체 20여 곳에 배포 완료했다. 이번 레시피 개발에 맞춰 영양교사들은 앞으로 김치 염도를 더욱 낮추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초·중의 경우 현재 1.2%의 낮은 염도에 맞추고 있지만 더 개선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몸이 성장하면서 취하는 나트륨 양도 늘어난다는 조사가 나온 마당에 매 끼 적지 않은 양을 섭취하는 김치의 나트륨 양을 더 줄여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송진선 부산교대부설초 영양교사는 "이번 레시피 연구로 김치 염도를 더 낮춰 어린 나이부터 덜 짜게 먹는 습관을 만들어 주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우리 학교는 염도를 1.0%에 맞추면서도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교원문학회는 5월 19일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5월 19일은 ‘전세계 눈⋅귀가 전주로’ 쏠린 20세이하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다양한 전야제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예컨대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진행된 엑소, 트와이스 등 아이돌 가수 출연의 KBS ‘뮤직뱅크’ 생방송이 그것이다. 전⋅현직 교원들이 모여 지난 해 창립한 교원문학회가 첫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일이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이다. 3월 14일부터 한 달간 작품을 모집했고, 14명의 수상 학생을 배출했다. 2명의 지도교사상까지 모두 16명에게 상이 주어졌다. 각 학교에 수상 학생의 시상식 참가 협조 공문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불참시 수상포기로 간주함’이란 문자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런 덕분인지 단 1명만 빼고 다 참석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의 이유가 조부 기일 추도식 때문이었으니 그럴 듯했다. 또 다른 어느 학생은 서울로 현장체험학습(소풍)을 떠나 엄마가 대신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상식은 수상 학생 2명이 불참한 채 진행되었다. 아무개 학생이 학교에서 보내주지 않아 갈 수 없다고 시상식 직전 연락을 해온 것. 막 시상식이 시작될 무렵이어서 그 내용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시상식을 치르고 다시 보니 학생이 못온 데에는 ‘뮤직뱅크’ 생방송이 있었다. 그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한 학생들의 조퇴를 학교에서 제한했던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공문을 통해 협조 요청한 학생까지 도맷금으로 조퇴를 불허한 일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사실 교원문학회의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에 임하는 자세는 남달랐다. 오랫동안 문예지도 교사로 있으면서 보고 느낀 아쉬운 점들을 최대한 보완하려 애썼다. 가령 시상식 초대나 장려상인 참방까지도 상금과 함께 1~3등 수상자들처럼 수여한 케이스 있는 상장이 그렇다. 시상식에서 ‘2무 1유’를 선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축사와 내빈소개가 없어 ‘2무’였다. ‘1유’는 상금을 현금으로 주어서 그렇게 붙여 본 것이다. 상금 액수만 적힌 빈 봉투에 실망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 느낌이 들지않게 해주려 했다. 말할 나위 없이 현금을 받았을 때 수상의 기쁨은 통장계좌로 들어오는 것의 2배, 아니 그 이상이다. 혹자는 시상식에 불참 수상자가 있을 수 있지, 속 편히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학생에 따라선 생애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많은 축하객이 모인 앞에서 수상하는 기쁨과 자부심, 우쭐함과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기성 문인 등 어른도 그럴진대 하물며 학생들이 느끼는 그 벅차오르고 샘솟듯하는 기쁨이야 오죽할까. 학교의 시상식참가 불허는, 이를테면 학생의 그런 기쁨을 빼앗아버린 횡포인 셈이다. 하긴 재임중 백일장에 못가게 하는 교장들을 더러 보았다. “무슨 시상식까지 가려 하느냐”는 교감도 보았다. 그들은 수업 결손 운운했다. 학생들의 진로를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지지도 못하면서 학생 자신이 의욕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막아버리곤 했다. 공부라는 미명으로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좌절시키는 경직되거나 획일적인 인식이라 할 수 있다. 문예지도 교사였던 필자에게는 관리자들의 그런 학생활동 제재가 ‘몰상식’하거나 ‘무식한’ 전횡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교장들이 지금도 학교현장에 즐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아연 오싹해진다. 그런 학교에 관련 공문을 애써 보낸 것이 허탈할 정도다. 한편 그 학생은 원광대학교 전국고교생 백일장 예심을 통과하기도 했다. 평일 실시하는 본선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학교측이 참가를 허락할지 불현듯 그것이 궁금해진다. 시상식에 오지 못해 속이 상했을 그 학생에게 백일장 참가는 하루 수업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 학생을 격려하고 뜻한 바를 이룰 수 있게 돕는 것도 교육임을 알았으면 한다.
6월에 접어들면서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나른한 일상일 수 있다. 하지만 학교는 학기말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학생들의 최대 목표는 학교에서 실시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은 것이다. 중학교의 경우는 고교처럼 외부 학력평가를 성적에 반영하지 않고 있기에 학교에서 시행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점수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영어의 경우는 학력 격차가 매우 심하고 점수가 낮은 학생의 현실을 보면 학습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경제력이 없게되는 경우는 오직 학교 공부에 의존하기에 더욱 학교 공부에만 의지하기에 시간은 부족할 것이다. 독심을 먹고 자신이 영어공부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한은....... 필자가 알기로 소위 고액을 내는 유명한 영어전문 학원의 경우는 학생들에게 엄청한 과제를 부여한다. 수강생이 목표로 하는 영어 실력과 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하루 2,3시간 정도 투자해야 할 만큼 양의 숙제를 내준다. 이런 공부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학생의 경우는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학교에서 영어를 지도하는 사람이 학습자를 도와 줄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주 1,2회 2시간 정도의 지도로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 방향 수정과 간단한 수정 정도밖에 없다. 결국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는 길 뿐이다. 영어 학습의 성과를 결정하는 요인은 공부의 양이 80%, 교재와 서비스 질이 20% 정도라 할 것이다. 학원에 다니면 학원에서 어떻게 해 주겠지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거리에 수많은 영어학원 그 어디를 다녀도 영어 회화가 전혀 늘지 않은 이유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핵심은 자기 스스로가 학습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성적이 다르게 된다. 모든 외국어가 그렇지만 영어를 잘 하고야 말겠다고 결정하였다면 연간 750시간에서 1000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이 정도는 공부해야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습자는 이 중간 정도에서 멈추고 만다. 결국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과 성의를 다하여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공부 방법이 돈이나 시간, 노력면에서 가장 손해보는 학습방법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영어실력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 방법이나 질을 선택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동차가 멈추지 않고 달리려면 엑셀레이터를 계속하여 밟아야 하듯이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질문하다. "정말 이번 시험에 고득점을 받고 싶은가?" 스스로 공부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성적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보완하는 방법이 바로 영어교과서를 암기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영어수업을 한 학생이 처음으로 영어 교과서를 암기하고 수업에 참가하였더니 수업이 정말 재미있어졌다는 학생의 수업 소감은 이를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이다. 수업이해를 위해서는 예습을 하고 이 때 질문 사항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여 이해가 잘 안되는 내용은 다시 한번 반복해 그날 그날 해결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분명히 성적은 올라갈 것이다.
201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5만 9673명으로 73.7%에 이른다. 이 수시모집 인원 중 학생부 종합전형은 32.1%로 8만 3231명이나 된다.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수상실적, 동아리 활동, 독서활동, 봉사활동 등 교내 비교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발하는 전형이다. 전공적합성과 성장잠재력을 토대로 지원학과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취지는 대학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형방법에 따라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 유형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전형방법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의 대학은 1단계에서 서류 100%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40~60%의 면접을 반영해 선발한다.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서류 확인 면접, 인성 면접으로 이뤄진다. 별도의 면접 없이 서류와 학생부로만 선발하는 대학은 비교과보다 내신의 우위가 보장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면접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은 성균관대와 서강대, 홍익대 등 서류 100%로 전형하는 대학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특히 서강대처럼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을 활용해 서류 100%로 선발하는 전형은 내신이 떨어져도 수능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틈새 전략으로 삼을 수 있다. 시대의 흐름과 궤를 함께하는 학종 학종이 확대되는 추세에 대해서 논쟁이 뜨겁다. 전체 선발인원 중 학종의 비율이 23% 정도이고, 내신 100%로 선발하는 교과전형이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서울의 11개 대학이 선발하는 인원은 41%에 이르고 있다. 그렇기에 서울의 주요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발과정의 정성평가 때문에 투명하지 못하다는 인식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은 학종이 단단히 뿌리내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교육비 증가, 교육 불평등 심화도 거론되는 단골메뉴이다. 내신과 비교과를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에 몰입해야 하는 현상이 지적되고 있는데 비교과, 서류, 면접이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금수저 전형’이고, 공정성이 모자란 전형이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학력고사 점수 위주로, 객관식 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것이 지식정보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고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종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대입도 시대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전형요소가 포함되는 전형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논리이다. 소위 ‘금수저 전형’ 주장에 대한 반증이 되는 통계도 계속 나오고 있다. 사교육 문제도 전형요소를 부분적으로 고친다고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우리나라에 뿌리 깊은 대학의 서열화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떤 전형으로 선발해도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학종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활동이 교육과정 안에서 이뤄지고 있고 공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하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학종에 발 빠른 적응력 보이는 학교의 특징 일선 고교의 의지도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맥을 잘 짚은 학교들은 변화하는 입시에 발 빠르게 적응한다. 진학 역량이 남다른 학교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해 학생들의 끼와 역량을 발산하도록 유도한다.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를 세심하게 관리하며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물론 이러한 활동도 다른 부분과 연계성을 갖고 해야 하며 교사들의 관찰과 관심이 뒷받침될 때만 충실하게 기록되고 그 결과 높게 평가될 수 있다. 1, 2학년 때부터 충실히 학교생활을 하고 학교에 정착된 프로그램 속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은 차곡차곡 활동을 챙겨나가면서 활동의 내용이 충실히 기록된다. 그렇기에 학종에 역량이 뛰어난 학교는 학생부 기록 관리에도 노하우가 남다르다. 수상기록도 교과에 바탕을 두거나 진로와 연관돼야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도한다. 창의적 연구과제나 팀별 과제연구도 동아리나 영재학급에서 활동한 내용과 연계되기에 학생의 잠재역량에 대한 평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학종이 강한 학교들은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챙길 뿐만 아니라 학업역량의 바탕이 되는 수능 공부도 등한시하지 않는다. 상위권 대학은 학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요구하고 면접은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심층면접이기 때문이다. 내신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비교과 활동이 풍부하고 토론과 고난도 문제에 강한 학생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제시문을 읽고 본인의 의견을 논증하거나 고난도의 수학, 과학 문제를 푸는 유형의 서울대 일반전형, 연세대의 면접전형, 고려대의 고교추천과 일반전형의 면접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종에 우수한 적응력을 보이는 학교는 비교과 활동이 단절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끝나게 하지 않는다. 수상기록도 교과에 바탕을 두거나 진로와 연관시키려고 노력한다. 토론대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평소에 수업을 발표·토론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주제에 따라 조를 나누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지속해서 수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촉발된 지적 호기심이 과제연구와 같이 심화된 다른 활동으로 연결되도록 유도한다. 과제연구로 연결된 활동은 소논문으로 결과물이 산출된다. 이렇게 교육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활용이 담보될 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얘기가 나왔으니 소논문 열풍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탐구를 수행하는 탐구활동으로 진로적합성, 문제해결력 그리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논문도 하나의 논문이기에 형식적 요소를 갖춰야 하고, 관련 자료를 검색해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후 발표물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의 막대한 시간이 투입돼야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욱이 다른 학업역량은 부족한데 소논문 하나만 덜렁 있다고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다른 역량과의 연계성 속에서 의미 있게 판단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학업역량과 독서 대학에서 높이 평가하는 것은 학생이 소유하고 있는 지식의 폭과 깊이로 표현될 수 있는 학업역량이다. 수업을 통해 교과 성적과 수능 성적만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공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수준의 공부에서 그치면 지적 호기심의 성장이 그친 학생으로 간주한다. 수업을 받다 보면 지적 호기심이 유발돼 교과서와 수업내용을 바탕으로 더 심도 있는 탐구활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인터넷상의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지만 넓고 깊게 공부하기 위한 욕구는 결국 독서를 통해서 충족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학업역량이 심화되고, 전공 관련 독서로 사고가 심화되고 탐구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이런 활동에 대학은 관심을 갖는다. 진로가 분명하지 못한 학생도 고고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교양을 함양할 수도 있고 이런 활동이 쌓인 학생은 차별화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반교양 도서든, 전공과 관련된 독서든 질적으로 심화된 독서가 중요하다. 많은 학교가 자율동아리를 독서활동의 기반으로 삼지만, 독서의 질적인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단순히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한 독서에 그친다면 평범한 활동이나 다름없다. 독서활동은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과 연계하고 소논문 대회, 프로젝트 탐구와 연결된 독서로 연결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활동은 학생부 교과학습발달 상황의 항목 중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술할 수도 있고, 자기소개서에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을 묻는 란에 기술하면 효과적이다. 학생부 기재 개선방향으로 학생의 감상이나 성향을 기재하지 못하고 책 제목과 저자만 기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이런 규제에 대학들은 반발하면서 자기소개서에 독서를 추가하고 면접에서 독서 관련 질문을 하는 것으로 학생의 지적능력을 확인하려 하기에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경쟁력을 키우려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과 성적이다. 10개 대학의 입학처장들도 학업역량과 학교생활 성실도를 볼 수 있는 척도가 교과학습발달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학생의 수업참여 태도와 노력, 학습에 의한 변화와 성장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활동 내용의 기재가 중요하다. 내신 성적을 중시한다고 해서 내신 성적이 높은 학생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내신등급상에 적힌 숫자보다도 특정 분야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2019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수시의 비율이 76.2%까지 치솟고,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율이 31.9%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수능 문제만 잘 푼 학생보다 고교 3년간 내신과 비교과 활동 모두 충실히 한 학생이 대학에 와서도 적응도가 높고, 취업도 잘한다는 연구결과도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새 정부에서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해 수능시험이 자격고사화되면 정시가 더 축소될 수도 있다. 그만큼 고교 3년 동안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 입시에 매우 중요한 구조로 변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는 추세다. 교과 공부를 하면서 생긴 지적 호기심이 동아리나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심화·탐구 학습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지도해야 학생들의 성장 잠재력이나 학업역량을 더 키워줄 수 있고 입시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핵심 평가 평가 요소의 초점은 창의성을 갖춘 학업능력과 인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 의식에 있으므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수업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 한 예로 ‘DNA 수업’ 사례를 살펴보며, 학생부 종합전형에 따라 수업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고찰해보겠다. ‘DNA 수업’의 의미 ‘DNA’는 생명체가 가진 고유한 정보를 의미하는데, 이를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된 능력, 즉 ‘끼’ 혹은 창의성으로 이해하고, 그와 같은 ‘끼’를 찾는 수업이 ‘DNA 수업’이다. 동시에 ‘DNA’는 협력적 상황을 통해 의사를 공유하고(Discussion), 그 내용을 정리해 효율적으로 설명한 후(Narration), 그에 따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Addition) 이 수업의 각 과정을 의미하는 단어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의 재구성 주당 2시간씩 9개 반을 ‘DNA 수업’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수업의 목적과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변형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학습자의 활동이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바꿀 때 시수에 맞도록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수업의 방식을 무조건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고교 과정에서는 효율성이나 교과 진도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과지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교사 중심의 수업은 도입 부분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지식을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좀 더 심화해 연구하는 부분과 이미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모둠원들이 협력해 일정한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공동의 작업을 통해 발표하는 부분으로 정리했다. ‘DNA 수업’의 실제 수업 진행은 대단원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진행한다. 도입 부분은 평균적으로 3~4개의 소단원에 걸쳐 교사 중심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되 수업의 속도를 두 배 정도 빨리 진행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주제로 묶인 소단원 3~4개를 교사의 설명을 중심으로 진행할 경우 평소 같으면 8시간이 필요하지만, ‘DNA 수업’에서는 교사의 설명을 절반 가까이 줄여 4시간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 나머지 4시간 가운데 3시간은 모둠활동을 통한 개별학습과 공통학습이 진행되고 그 결과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한 후, 특장점 중심의 평가를 거쳐 학생부에 기록한다. 나머지 1시간은 전체 학급에서 이뤄진 발표를 촬영한 영상 가운데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을 골라 편집한 자료를 시청하고 피드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 1단계 : 교과학습 - 교과지식 전수하기 학생 중심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단원의 내용을 일정 부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학습자가 예습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 학습 내용을 미리 탐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개별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 모든 학습자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과제는 아니다. 교사가 학생 활동을 중심으로 설계하더라도 참여하는 학습자가 단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만큼 수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입 부분은 교과 관련 핵심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분량은 평소 교사 중심 수업의 반 정도 수준의 차시에서 마무리하고 특히 학습활동의 경우에는 교사가 개입하지 말고 차후 학생들이 개별과제에서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 2단계 : 모둠활동 - 학습지를 활용한 협력학습 단원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의 전수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모둠활동을 한다. 모둠을 구성할 때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조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둠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학습이 아닌 진로와 진학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둠활동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모둠 학습지를 준비해야 한다. 모둠 학습지는 학습활동 전체를 이끌며 단원의 지식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인성적인 측면까지 담아낼 수 있도록 한다.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는 전 과정이 수행평가와 연계될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 3단계 : 개별과제 - 교과지식의 이해와 정리 활동 중심 수업이 범하기 쉬운 오류 가운데 하나는 교과지식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모둠활동을 하더라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학생들이 교과지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 내용을 스스로 재구조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습지의 첫 번째 단계는 ‘정리하기’로 정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거나 단원별 학습활동 가운데 특별히 관심 있는 문항을 선정해 풀어보도록 하는 과정이다. 개별지식을 응용하기 위해 문항을 만들어 문제풀이 과정을 서술하도록 할 수도 있다. ◦ 4단계 : 공통과제 - 주제 설정에 따른 교과지식의 응용 개별과제를 통하여 교과지식의 내면화가 이뤄졌다면 다음은 이를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해 활용할 수 있는 생산적인 지식으로 변하도록 하는 단계다. 소규모 학습공동체인 모둠은 공통 관심사를 설정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그 내용의 적절성을 논의한 후,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관계 형성과 상호 이해의 과정을 겪으며 배려와 협력 그리고 관계 지향성 등 다양한 인성적 가치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 5단계 : 과제발표 - 의사소통을 통한 표현력 신장 모둠활동을 통해 정리된 학습지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활동의 핵심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학습지에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교과지식의 응용 능력을 공유하는 의미가 있다. 발표는 먼저 개별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이어서 공통과제로 넘어간다. 정해진 수업시간 안에서 효율성을 생각하면 모둠별 개별과제는 5분 이내, 공통과제는 7분으로 제한해야 한다. 개별과제는 교과지식을 설명하는 형식이라면 공통과제는 단순한 설명 형식에서 벗어나 연극, UCC, 뮤지컬, 음악, 춤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주제에 맞는 가장 적합한 발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발표 과정에 나타난 창의성과 인성을 정확히 파악해 수행평가와 학생부 자료로 활용한다. ◦ 6단계 : 평가정리 - 피드백 및 자료 정리 학생들의 발표가 마무리되면 다시 학습지로 돌아와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교과지식을 내면화하고 모둠원끼리 공통과제를 설정해 의견을 모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은 없었는지 살피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모둠의 발표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찾아보고 장점이 있다면 자신의 것으로 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평가의 과정도 상대방의 장점부터 확인한 후,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을 거치고 자신이 무엇을 보완할지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 7단계 : 결과공유 - 모범 사례를 통한 사고력 확장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급에서 발표하지만, 교사는 여러 교실에서 다양한 학생들의 발표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른 학급의 학생들은 어떤 내용으로 발표했는지를 공유하는 것은 지식의 외연을 넓히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교사는 학급마다 발표의 주요 과정을 녹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인성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추출해 편집한 후, 전체 학급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 8단계 : 자료입력 - 학습 결과를 학생부로 연결 교사는 미리 준비한 평가지를 통해 학습 자세와 태도, 협력학습 참여도와 활동 정도 그리고 주제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등 다양한 측면을 정교하게 관찰해야 한다. 확인된 내용은 평가지에 정확히 기록해 학생부 자료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DNA 수업’의 사이클은 한 학기에 2번, 즉 일 년에 4번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부에도 4번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500자 입력 제한이 있기 때문에 같은 과목을 나눠 가르칠 경우 등을 고려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DNA 수업’의 효과 수업의 취지가 좋고 방법이 훌륭하더라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성적 향상과 어긋날 경우는 사실상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수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졸거나 잡담하는 학생이 거의 없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런 면에서 이 수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성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3월 학기 초에는 학생 대다수가 말수가 적고 소극적이어서 수업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인문계 고교에 입학했다는 현실만으로도 자신이 3년 동안 공부만 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휩싸여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에 두려움을 갖고 적극성을 발휘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하면서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학생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타까운 일도 발생해 극도로 마음의 문이 닫힌 학생들이 많았던 상황이었는데, 수업을 진행해 가면서 ‘DNA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필자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감동하기도 했다.
프로이트, 융과 더불어 세계 3대 심리학자로 일컬어지는 아들러는 1934년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강연을 다니던 중 1939년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에 아들러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주제들은 아직 세상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다.아들러가 아동을 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사회적 평등(social equality)과 민주주의였다. 아들러심리학에서는 ‘권위적인 교사‘와 ’민주적인 교사’를 대표적으로 비교한다. 아들러 식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곧 민주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5학년 음악과 교담교사로 여러 학급의 학생들을 가르치던 A교사는 학기 초에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대부분 비슷한데, 시간이 흐르면서 D교사가 맡고 있는 학급이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은 비단 A교사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교담실의 다른 교사들도 D교사의 학급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D교사는 학기 초부터 매일 아침 자습 시간에 학급회의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하루하루의 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부서별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것이 매일 거듭되면서 학생들은 학급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교사의 일’이 아닌 ‘자신들의 일’ 즉 ‘공동체의 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학급에서 발생한 문제를 학생들 스스로 찾아내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자율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매일 ‘아침 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고민과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한 학생들은 그렇게도 좋아하는 쉬는 시간과 중간놀이 시간을 기꺼이 희생해 자율 회의를 실시했다.이처럼 민주적으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에 동의해야 한다. △교사는 아동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교사는 아동의 행동을 바꾸려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 △아동은 소속감을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강구하고 나름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다 △교사의 역할은 아동 스스로 행동을 바꾸고 동료와 협동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많은 교사들이 이에 동의하고 실행에 옮기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교사들은 민주적인 교실을 경험하지 못했다. 교사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체벌은 익숙한 일이었고, 권위적인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교사가 되었을 때 민주적으로 교육하는 게 쉽지 않다.그러나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1970년대 미국이 그랬다. 당시의 미국은 교육체계에 있어 중요한 법적 변화를 겪었다. 체벌은 물론 교사와 학생 간의 대부분의 신체접촉이 금지된 것이다. 그동안 권위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교사들은 소위 ‘멘붕’상태에 빠졌다. 경력 15년차 초등학교 교사였던 펄 캐슬(Pearl Cassel)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아들러의 제자인 드레이커스(Rudolf Dreichurs)의 도움을 받아 아들러식으로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을 담은 책 ‘눈물 없는 훈육’을 펴냈다. 그는 당시 학생들이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방임적 무질서를 배우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 지면을 통해현직 교원들로 구성된 ‘격려하는 선생님’의 저자들은아들러 학파의 이론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실제 현장에 적용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이해중 광주 경양초 교사, ‘격려하는 선생님’ 저자
국영수, 사탐·과탐 별로 탑재 동영상·음악 등 곁들여 흥미 수업 도입·정리 때 활용 효과 EBS는 다양한 수능 강좌를 제작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중 기존 포맷에서 탈피한 개념 중심의 클립형 강좌 ‘5분 특강’을 소개해보려 한다. EBSi 홈페이지에 접속해 검색창에 ‘5분 특강’을 검색하면 국어, 영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전 영역 별로 다양한 클립형 강의를 볼 수 있다. 제목처럼 각 강좌는 5분이라는 시간에 임팩트 있게 구성돼 있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컨텐츠를 즐기며 학습에 도움을 주는 장점이 있다. 각 영역별로 5분 특강을 소개하면, 국어 영역에는 ‘수능 국어 어휘 1000’, ‘수능에 잘 나오는 사자성어’, 그리고 ‘3분 문법’ 등 이미지와 자막을 활용한 클립형 강의들이 탑재돼 있다. 수학 영역에는 ‘수학은 왜’, ‘10분 수학 개념’, ‘마테마티카’ 등이 올라 있다. 수학의 경우 전자 칠판을 이용해 강의를 제작했는데 특히 ‘수학은 왜’ 편을 보면 신용카드 숫자의 비밀, 맨홀 뚜껑이 둥근 이유 등 실생활과 연계된 수학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영어의 경우 ‘3분 그래머’와 ‘3분 VOCA’ 강좌가 있는데, 두 강좌 모두 자막만으로 구성돼 있음에도 신나는 음악 덕분에 전혀 밋밋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사회탐구에는 ‘이야기 한국사’, ‘5분 한국사’, ‘인물로 보는 한국 역사’, ‘한국 미술의 걸작’ 등 다른 영역에 비해 다양한 강좌들이 있다. 이 중 ‘이야기 한국사’는 강사의 오디오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차 안에서도, 혹은 쉬면서도 편하게 이야기를 듣듯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 미술의 걸작’은 EBS가 기존에 제작한 50분 분량의 정규 프로그램을 5분으로 재편집한 것이 눈에 띤다. 한국사 이외의 사회탐구 강좌로는 ‘이야기 세계사’, ‘5분 사회 탐구’, ‘인류 문명 탐구’ 등이 있는데 강사의 음성으로만 구성되거나 사진, 이미지를 곁들인 자막 형식 등 다양한 포맷으로 제공된다. 과학탐구에 있는 ‘Real 과탐 실험’은 실험 동영상이다. 장비와 시간이 부족해 직접 할 수 없는 실험들을 강사가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독특하다. ‘5분 과학 탐구’는 강사가 직접 출연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핵심 개념들을 설명한다. 이밖에 공통 코너에 탑재된 ‘Visual 사과탐’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교과서 핵심 개념들을 3분 동안 이미지, 동영상, 내레이션으로 전달해 흥미롭게 학습할 수 있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천하고 관심 갖는 교사가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은 강의식 수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50분 강의 수업은 교사, 학생 모두에게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도 수업 도입과 정리 단계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다시 한 번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데 ‘5분 특강’을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시청각 효과가 있는 5분 특강은 수업 중반 집중력이 흐트러진 아이들을 몰입시키는 데 매우 유용하다. 또 다음 차시를 진행하기 전에 이전 수업 내용을 확인하는 단계에서도 효과적이다. 오늘 한번 EBS의 5분 특강을 클릭해보자. 그리고 내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어떨까?
"지금 강원교육의 방향은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쳤습니다.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헌법정신이 현장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강원교총 제29대 회장에 당선된 서재철(59·사진) 성원초 교장은 1일 임기 첫날부터 강한 목소리를 냈다. 갈수록 학교자율성이 악화돼 교원들이 현장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 실정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었다. 서 회장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단위학교 책임경영이 분명히 명시돼있다"며 "큰 방향만 제시하면 학교가 알아서 충분한 선택권을 갖고 경영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자 민주적인 방식인데 강원도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2월까지 3년 간 홍콩국제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진보교육감’들의 방식이 뒤로 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홍콩 교육당국은 학교에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경영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는 "도교육청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비판마저 듣지 않으려 하는 폐쇄적인 기관이 됐다"며 "홍콩을 다녀와 보니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회장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이 같은 부분을 강조해 61.6%의 높은 득표율로 지난달 27일 신임회장에 당선됐다. ‘교직 안정 풍토 및 사회적 우대책 강력 추진’, ‘단위학교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운영체제 확립’ 등의 공약은 바로 교육의 중립을 지키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내용이었다. 그는 "단위학교 책임경영만 잘 이뤄져도 민주교육, 창의교육, 미래교육 등 요즘 강조되는 핵심가치는 저절로 도달될 것"이라면서 "6000여 명의 회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해 도교육청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 회장은 춘천교대, 관동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에서 교육학 석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국제학교 교장, 강원도교육청 장학사를 지냈고 한국교총 발전특위 위원 등을 역임했다. 서 회장과 함께 당선된 부회장은 정남화 남춘천초 교사, 이기준 영월 봉래중 교사, 서동엽 춘천교대 교수다.
‘수라간쉐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쓴 이재이 작가가 고종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장편소설 ‘광무황제’를 펴냈다. 이 작가는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 사이에서 어쩌지 못한 무능한 왕, 망국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왕으로 알려져 온 고종의 모습은 일본이 한국 식민지화를 합리화하기 위해 그려놓은 상"이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열강에 대처하기 위해 황제국을 선포한 뒤 자력으로 근대국가를 건설하려 하지만, 일본과 친일각료들에 부딪힌 외로운 황제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문학과소녀, 1만5000원.
교육 정상화 vs 사교육 조장 학교생활기록부를 주요 전형 요소로 해서 교육의 과정을 살피는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대선 후보가 현재의 추세와는 반대로 학종이 포함된 수시 모집 축소를 내세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크다.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학종을 지지하는 측은 단 한 번의 시험결과보다 교육의 과정을 살피게 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은 전형에 반영되는 요소가 다양하다 보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전형이라 사교육을 조장하고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얘기다. 양쪽 주장이 모두 수긍이 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원들도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조사결과만을 보더라도 상반돼 보이는 얘기들이 있다. 공정성 불신·사교육 조장 등 부정적 인식 만연 수능 중심의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에서 3월 27일 발표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학종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비율이 1만 3356명의 수험생 응답자 중 51%다.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율은 21%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무분별한 ‘스펙’ 쌓기가 20.2%로 가장 높았고, 공정성 결여(18.0%), 모호한 선발과정(17.0%), 형평성 결여(16.2%), 투명성 결여(14.2%), 사교육 조장(12.8%)이 뒤를 이었다. 요약하자면 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5월 16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더하다. 학종에서 출신학교 차별이 있다는 의견이 학부모 응답자의 90.2%나 됐다. 표본 집단이 785명으로 작기는 하지만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를 우대해 학교 간 차별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는 크다는 얘기다. 입학생 분포는 일반고 학생부, 자사고 수능에 강세 정말 그럴까? 인식은 분명히 부정적이지만 실제 대학 입학생 통계는 인식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오히려 자사고 출신은 수능 위주 전형에, 일반고 출신이 학종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30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학생부 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서울 시내 10개 대학에 입학한 학생 3만 3000여 명의 통계를 발표했다. 일반고는 학생부 교과전형(92%, 이하 교과전형)에서 많은 합격생을 배출했다. 고교 교과성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특목고·자사고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전형이다. 주목할 것은 그 뒤를 잇는 것이 논술 위주 전형(68.9%)과 학종(63.5%)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사고 출신 합격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전형은 수능 위주 전형(16.9%)이었다. 정치계와 사회의 인식을 뒤집는 통계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만 그런 것은 아니다. 4월 12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실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공동주관으로 열린 ‘학생부전형의 성과와 고교 현장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54개 대학의 현황도 같은 현실을 보여줬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한 54개 대학의 2015학년도~2016학년도 입학생 전체(24만 2790)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일반고와 특성화고 학생은 학종과 교과전형에서 강세를 드러냈다. 일반고는 학생부 교과전형 합격생이 4만 4468명, 종합전형 합격생이 4만 2846명으로 수능 위주 전형(6만 6110명)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타 학교 유형과 비교한 비율도 학생부 교과전형(86.7%)이 가장 높고, 논술 전형(75.5%), 학종(74.7%)이 뒤를 이었다. 특성화고는 학종이 3179명, 교과전형이 1660명이었다. 수능 위주 전형은 781명으로 크게 뒤처졌다. 타 학교 유형과 비교한 비율 역시 학종(5.5%), 교과전형(3.2%) 순이었다. 반면 자사고와 자공고를 포함한 자율고 학생은 수능 위주 전형 합격자가 1만 497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종(5633명)과 교과전형(4237명)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타 학교 유형과 비교한 비율에서도 논술 전형이 16.8%로 가장 높았고, 수능 위주 전형(16.7%) 바로 뒤를 이었다. 학종과 교과전형은 각각 9.8%, 8.3%로 실기전형(10%)에도 못 미쳤다. 특목고도 수능 위주 전형(6303명)이 강세를 보였고, 학종(5080명)과 실기 전형(4252명)이 뒤를 이었다. 학업성취도·교육 정상화도 장점 이 세미나에서는 학종의 효과도 분석했다. 학종 입학생은 중도탈락률은 1.5%로 전형 유형 중 가장 낮았고, 수능 입학생의 중도탈락률은 4.5%로 가장 높았다. 학종이나 교과전형 입학생이 학점을 기준으로 평가한 성취도도 다소 높았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서울진학지도협의회 소속의 진로지도교사와 진학담당 부장교사 등 직접 진로지도에 참여한 고교 교사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입시전형에 대한 인식도 학부모나 학생의 인식과는 차이를 보였다. 대입전형에 미치는 사교육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학종이 5점 척도에서 3.1점으로 영향력이 가장 낮다고 인식됐다. 교과전형은 3.3점으로 비슷했고, 수능 위주 전형(4.0점), 논술 전형(4.5점), 실기 전형(4.7점) 순으로 높아졌다. 가정환경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도 학종이 긍정적이었다. 교과전형이 3.4점으로 가장 낮고, 학종이 3.5점으로 비슷했다. 수능(3.9점), 논술(4.4점), 실기(4.7점)는 그보다 높았다. 학종과 교과전형 등 학생부 전형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가정환경과 사교육의 영향이 적다는 것은 교사들의 주관적 인식만은 아니다. 올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대교협에서 발표한 ‘학생부 전형 운영 결과’를 보면 현실은 교사들의 인식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다른 전형 입학생의 사교육 시간은 주당 14.1시간인데 비해 학종은 5.1시간이었다. 사교육비 역시 타 전형이 월간 평균 64만 9000원, 학종이 22만원이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이스라엘 쉐플러가 1965년 쓴 ‘The Conditions of Knowledge(지식의 조건)’이 최근 번역(역자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출간 됐다. 교육학 전반에 걸친 핵심적 사안인 지식문제에 대해 교육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신념조건, 진리조건, 증거조건을 충족해야 함을 제시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암묵적 지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지식 교육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중 ‘앎’에 대한 핵심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직, 예비 교원 모두에게 권할 만하다. 학지사, 1만8000원.
한국다우케미칼은 (사)한국환경교육협회와 함께 “2017 그린에너지 동아리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참가 동아리를 모집중이다. 그린에너지 동아리 콘테스트는 대전·충청지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내 에너지 및 자원 절약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의 주된 내용은 교내 전기, 물, 자원절약(재활용) 분야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인해 활동 전/후의 절감량을 측정하고, 에너지 및 자원절약 생활 아이디어 제안 및 홍보활동을 펼치게 된다. 총 15개의 동아리를 선정한 후 활동지원금과 관련 교육, 자료 등을 지원하며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간 교내 동아리 활동 결과를 토대로 10월 우수활동 동아리에 대한 활동결과 발표대회와 시상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다우케미칼 유우종 사장은 "지원사업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이 자원절약을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에 앞장서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참가 신청은 2017년 6월 16일(금)까지 가능하며 지정된 양식의 참가신청서와 활동계획서를 작성해 이메일(keea1030@naver.com)으로 제출하면 되며 서류등 자세한 사항은 (사)한국환경교육협회 홈페이지(www.keea1981.or.kr)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확인 가능하다.
19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역구도에서 ‘세대구도’로 대결 양상이 변했다는 점을 꼽는다. 대한민국의 2030 다수가 보수우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대한민국의 6070 다수가 진보좌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생각하면 정신이 암담해진다. 차라리 지역구도가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골치 아픈 갈등이 본격적으로 그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 논쟁이 유독 골치 아픈 이유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사회구조와 관련이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는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도저히 따로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안 보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의 상당수는 물질적인 측면에 기인한다. 이제 어느덧 일반명사가 돼버린 ‘금수저 논쟁’을 보면 부모세대의 경제적 능력이 자식세대의 ‘등급’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연재에서 여러 차례 말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역동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부모세대의 경제수준이 자식세대로 대물림되는 것은 어느 정도 진실이다. ‘결혼’이라는 이름의 리트머스 시험지 수저가 시원치 않다고 자기 부모를 바꿔버리고 싶은 자식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수저 논쟁 안에는 ‘부모 덕 봐서 조금 더 여유롭게 사는 인생도 괜찮았을 것 같은’ 선망의 심리가 아주 조금은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복잡다단한 생각들이 한꺼번에 충돌하는 대표적인 계기 중 하나가 결혼이다. 부모의 도움을 얼마나 받아야 할 것인가의 고민 앞에서 모두가 한 번씩은 시험에 들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건네는 물병을 받아들어야 할 것인가? 그 안에 담긴 것이 바닷물인 건 아닐까? 결혼 준비의 가장 큰 오르막으로 손꼽히는 ‘집’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대도시에 살 요량으로 신접살림 꾸미는데 오롯이 자기 힘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결혼적령기 남녀는 현시점에선 없다고 봐도 좋다. 이 시점에서 부모에게 얼마나 도움을 받을 것인가의 질문 앞에 직면하게 된다. 이 상황은 부모세대가 자식세대에게 가진 심리 혹은 미련과 엮이면서 복잡해진다. 부모세대가 자식세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의 상당수는 정신적인 측면에 기인한다. 부모세대 상당수는 아직 자식들을 떠나보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 자식들이 자신에게 의지해 왔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이 자식들에게 더 많이 의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조금 무리해서라도 자식들이 조금 더 좋은 출발을 하길 원한다. 그래서 곤경에 처해있는 자식세대의 결혼 문제에 자기도 모르게 점점 더 깊이 관여한다. 어디까지나 ‘사랑’의 이름으로. 그들이 건넨 물병 안엔무엇이 들어있을까 집 문제를 위시해 결혼 과정의 부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때의 대가는 명확하다. 부모에게 물질적으로 의존했던 만큼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부모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해드릴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부모가 집을 해준 뒤 ‘그 집에 자유롭게 들어갈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 자식세대가 어떻게 쉽사리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집이라는 개인적 영역의 방어막이 뚫리는 순간 둘만의 결혼을 지킬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이 아닌 다른 모든 소재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대가 없는 지원은 없다. 부모가 원하는 것은 ‘여전히 자식들이 자신의 영역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어엿한 어른이고 결혼까지 했건만 아직도 ‘내 자식’이라는 정체성에서 머물러줬으면 하는 미련이야말로 부모들이 무리해서라도 자식들의 결혼을 지원하는 이유 아닐까? ‘로미오와 줄리엣’은 남녀 주인공이 모두 비극적으로 죽는 결말로 끝나지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우선 이 드라마가 10대 소년·소녀들의 치기 어린 사랑을 들뜬 마음으로 그려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죽을 때조차도 예쁜 느낌이 들지 처연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21세기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로미오와 줄리엣’은 온전한 한 편의 비극이 된다. 도저히 부모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두 남녀가 뜻한 바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고 전 세대의 그림자 속에서 죽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이동의 자유가 있고 자기들의 결혼비용을 온전히 댈 수 있는 경제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굳이 죽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제각각 ‘부모의 자식’으로밖에 살아본 적이 없었던 그들이었기에 부모 없는 결혼은 그저 일탈로 끝나버릴 수밖에 없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21세기 한국 남녀들의 자화상이다. 누구 하나 ‘귀한 집 공주, 귀한 집 왕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 우리 모두가 각각 로미오고 줄리엣인 세상이다. 이들이 부모세대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를 미워하는 모습까지도 젊은 세대들은 닮아 있다. 결혼 문제로 여기저기서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이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만이라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셰익스피어의 ‘5대 비극’으로 편입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도 감정처리에는 서투른, 이 전대미문의 세대 갈등은 이제 방금 그 서막이 올랐을 뿐이다.
당시에는 그랬다. 고교 졸업 후 통과 의례처럼 치르는 행사 중 하나가 부산으로 가는 밤기차에 오르는 것이었다. 기차에서 밤을 지새운 후 부산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것. 20대의 시작을 낭만의 아침으로 시작하는 것. 20대를 눈앞에 둔 어린 고교생에게 이만한 유혹적 낭만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곳에는 낭만이란 건 없었다. 몸 하나 편히 앉기 힘들 정도로 좁은 자리, 그 공간마저도 옆자리 아저씨에게 반 이상 점령당하기 일쑤였고, 담배에 찌든 냄새와 쉼 없는 코골이를 애써 이겨낼 만하면 들려오던 갓난아기의 울음 섞인 칭얼거림에 그나마 억지로 청하던 잠마저 이내 달아났다. 거기다 몽롱해져 가는 의식과는 반대로 너무나도 선명하게 열차 안을 메운 형광등 조명은 얄미울 정도로 밝았다. 잠듦과 깨어남을 반복하던 그 순간, 열차 안의 모든 불이 갑자기 사라졌다. “정전입니다. 금방 다시 켜집니다.”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돌아다니던 역무원의 다급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전이 만들어 낸 정적 속에서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밤하늘의 빛들이 하나둘 열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지막이 빛나는 달빛이 먼저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밤 기차에 매달려있던 사람들의 꿈과 낭만을 깨우자 이내 밤하늘을 밝히던 별빛마저 한가득 쏟아져 내려온다. “정전이 끝났습니다.” 꺼져 있던 형광등의 눈부시게 밝은 불이 일제히 들어왔다. 열차 안을 가득 메우던 달빛과 별빛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잠깐이었지만 너무도 달콤했던 그때의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갈 무렵. 캐나다의 비아 레일(Via Rail Canada)을 만나게 됐다. 드넓은 설경을 보며 캐나다를 여행하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을 꼽으라면 두말하지 않고 기차 여행이라 답하겠다. 태평양의 도시 밴쿠버에서 대서양의 도시 핼리팩스까지, 그야말로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어마어마한 철도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바로 밴쿠버에서 위니펙까지의 구간이다. 2박 3일간 로키 산맥 곳곳을 훑으며 지나가는 이 구간은 누구나 탐할 만큼 매혹적이다. 그러나 한겨울에 로키 산맥으로 떠나는 기차 여행은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이는 풍경이 한없이 아름다울 것 같아도 추위에 떨면서까지 시도해 보기엔 글쎄, 선뜻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따스한 핫초코를 손에 들고 눈 덮인 로키 산맥을 바라볼 수 있는 겨울 여행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설렘을 안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큰 몸집을 덜컹거리며 밤새 움직이던 기차는 고요한 겨울 호숫가 곁에서 걸음을 멈췄다. 삼삼오오 식당 칸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커다란 창문 옆에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자 저 멀리 여명이 비친다. 파란 겨울 그림이 창가에 새겨지는 것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아침을 맞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순간이다. 동요 없는 호수처럼 조용히 아침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자 이내 기차도 무거운 기지개를 켜며 천천히 산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차창 밖은 호숫가에서 나무숲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열차의 파노라마 칸으로 이동했다. 계단을 올라 만나는 열차의 2층 파노라마 칸은 지붕과 벽면이 모두 유리로 돼 있다. 덕분에 승객들은 일반 열차라면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는 드넓은 풍경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창밖에 매달린 다양한 풍경을 안주 삼아 일행 중 한 명이 맥주 한 캔을 딴다. 하긴 눈앞에서 바뀌어 가는 그림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맨정신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삼나무 가지들이 차창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별과 함께 꿈속을 달리다 숲길을 지나자 밤사이 내린 서리로 뒤덮인 들판이 두 팔을 벌려 기차를 맞이한다. 어느새 길동무가 돼준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자 조용히 잠자고 있던 오리 떼가 ‘푸드덕’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옆자리에서 말없이 차창 밖을 보시던 어머님께서 말씀하신다. “이 멋진 풍광들을 이렇게 편하게 바라볼 수 있다니… 이 기차는 꿈속을 달리는 기차 같아.” 그럴지도 모르겠다. 꿈속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움을 꿈꾸듯이 편한 자세로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기분 좋게 흔들리는 의자에 몸을 기대 책을 들었다. 마침 책 속의 아이도 깊은 산속을 여행 중이다. 아이와 함께 신비로운 숲속을 거닐다 잠시 고개를 들자 글 속에 숨어있던 풍경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꿈결처럼 감미롭던 시간,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붉은 노을이 머물다 간 하늘은 까만 어둠으로 가득 찼다. 밤이 됐지만, 파노라마 칸의 불은 켜질 줄을 모른다. 정전인가? 하는 의구심 가득한 내 눈초리를 읽었는지 승무원이 말을 건넨다.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을 볼 수 있게 실내 등을 최대한 줄였어요.” 그 세심한 배려 덕분에 머리 위로 떠 있는 수천 아니 수만 개의 별이 함께 달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옛날 밤기차에서 잠시간 누렸던 정적의 아름다움이 끝없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반짝이는 별들을 이정표 삼아 달리는 기차. 은하 철도 999가 검은 은하수를 유영하듯이 밤하늘 속을 달리는 지금 이 순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꿈이 현실이 돼버린 마법의 기차 여행 속에서 슬픈 사실 하나는 종착역이 있다는 것. 시속 몇 킬로미터인가, 혹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돼버린 세상이다. 그 속도에 떠밀려 우리도 모르게 많은 아름다움을 지나치지는 않았을까? 빨리 갈 수 있음에도 여행자들에게 천천히 바라보고 생각할 여유로움을 주는 캐나다 기차 여행. 빠르게 사는 것만이 최선은 아닌 것 같다. 세 단어로 알아보는 캐나다 1. 150 2017년은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다. 캐나다 전역에서 다채로운 행사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로키 산맥의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 등 모든 국립공원을 무료로 개방한다. 국립공원과 함께 캐나다 국립공원이 관리하는 국립역사유적지와 해양보전지역 모두 무료다. 2. 전자여행허가(eTA) 캐나다는 과거 6개월 이내의 단기 체류 시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했다. 그러나 2016년 3월 15일 이후에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전자여행허가(eTA)를 받아야 방문할 수 있게 바뀌었다. 캐나다 입국 시 반드시 필요한 사전 승인 제도가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6개월 미만으로 캐나다를 방문하거나 캐나다에서 항공편을 갈아타는 경우에도 eTA가 필요하다. eTA는 캐나다 이민국 홈페이지(www.cic.gc.ca/english/visit/eta-start.asp)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으며 비용은 약 7CAD(한화 약 6000원) 정도다. 다만, 항공편이 아닌 육로나 수로를 통해 캐나다에 입국하는 경우에는 eTA가 필요 없다. 3. 가는 길 본문에서 언급한 밴쿠버에서 위니펙까지 구간을 비아 레일로 이동하려면 우선 밴쿠버로 들어가야 한다. 에어캐나다를 이용할 경우 인천에서 밴쿠버까지 직항으로 9시간 35분이 걸린다. 공항에서 밴쿠버 시내 중심에 있는 퍼시픽 센트럴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비아 레일에 탑승할 수 있다. 겨울 비수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요일에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가는 열차가 출발하며, 열차 출발 시각은 오후 8시 30분이다.
01박 선생이 이번에 어떠어떠한 공적으로 상(賞)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좌중에 나온다. 그때 누군가 불쑥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상을 많이 받아 봤지요.” 옆에 있던 사람이 묻는다. “선생님은 무슨 상을 받으셨는데요?” “아, 나는 아침저녁으로 밥상을 받습니다.” 옛날에 유행했던 ‘아재 개그’ 중 하나다. 이 썰렁한 개그 안에도 상 받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은연중에 숨어 있다. 누구나 상 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음도 드러난다. 상(賞)은 잘한 일이나 우수한 성과를 칭찬해 주는 표적이다. 그래서 상은 명예의 증거품이다. 상금이 많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지만, 상금에 이끌리는 상은 그저 그렇고 그런 상인지도 모른다. 상금의 가치가 명예의 가치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금은 사라져도 상의 명예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노벨상이 그렇다. 그런데 참,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돈으로 상을 사려는 사람도 있다. 상이 타락한 것인지, 돈이 타락한 것인지 모르겠다. 흔히 ‘상을 탄다’고도 말한다. 곗돈을 타다, 배급을 타다, 봉급을 타다 등과 같은 쓰임이라고 보면 된다. 복이나 운명 같은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것을 ‘타고난다’고 하는데, 이것도 ‘상을 탄다’의 ‘타다’와 크게는 같은 범주에 든다. 상을 준다는 뜻으로 ‘시상(施賞)’이란 말이 있다. ‘시(施)’는 ‘베풀다’라는 뜻이니, 상이란 주는 쪽에서 무언가 베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상은 주고받음이 함께 반듯해야 한다. 세상에 민망한 것 중에 하나가 상을 주려고 해도 상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다. 상을 받는 사람의 심리적 태도는 다채롭고 다양하다. 상으로 인해 기쁜 사람, 후련한 사람, 겸손해지는 사람, 감사하는 사람 등을 본다. 상의 순기능이다. 반면에 상을 받고서도 더 욕망에 목마른 사람, 억울한 사람, 잘난 척하고 싶은 사람, 질투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 더러는 허무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상의 역기능이다. 상이 지나친 경쟁의 산물일 때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 그러나 그게 상 탓인가, 사람 탓인가. 간단치가 않다. 엄밀히 보면 상은 수상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상 그 자체를 위한 것일 때가 많다. 세상에 유명한 상, 그래서 상 자체가 이미 제도가 돼버린 상은 수상자를 위한 상을 넘어서서 세상을 위한 상으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상(賞)으로 인해 더욱 분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더 나태해지는 경우도 있다. 미시계량경제학자로서 노벨상을 받은 대니얼 맥패든(Daniel L. McFadden)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조심하지 않으면 노벨상이 나의 경력을 끝장내는 상이 될 수 있다. 자칫 방심하면 온갖 기념행사의 테이프 리본을 자르고 다니는 데에 나의 모든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좀 더 과격한 경고도 있다. 영국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은 이렇게 말했다. “노벨상은 수상자 자신의 장례식 티켓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벨상을 받은 후 뭔가 더 큰 일을 해낸 사람은 하나도 없다.” 02상은 수월성을 발휘한 자에게 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수월성이란 개인 차원에서는 명료할지 모르겠으나 사회 차원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수월성이 사회 전체의 공동선에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슬론 윌슨이 지은 진화론의 유혹(Evolution for Everyone)에서 소개한 연구 사례를 보자. 진화생물학에 관심을 가진 동물학자 윌리엄 뮤어(William Muir)는 닭의 달걀 생산성에 대한 실험 연구를 했다. 그는 선택적 품종 개량을 통해 달걀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좁은 우리에 9~12마리의 닭을 집어넣고 키우는 양계 생태를 그대로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 안에서 다음 세대 닭의 품종 개량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첫째 집단은 각각의 우리에서 달걀 생산량이 가장 많은 닭을 한 마리씩 골라내 이들로만 따로 한 우리씩을 만들어 관리했다. 요컨대 생산 능력이 뛰어난 닭들만 모아서 지내도록 한 것이다. 둘째 집단은 여러 우리 중에서 달걀 생산량이 가장 높은 우리 하나를 통째로 선정해 관리했다. 두 집단 모두 관리의 방식은 같았다. 어느 방법이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는가. 혹시 두 방법이 큰 차이가 없으리라 예측하지는 않는가. 달걀 생산력이 우수한 닭만 모아 둔 첫 번째 방법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수한 정예분자만 모았으니 말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 하면 선정된 우리의 생산력이 다른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수는 있지만, 그 우리에 있는 닭이 첫 번째처럼 모두 우수한 정예분자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뮤어는 연구의 결과를 학회에 보고했다. 그는 첫 번째 방법으로 선별돼 한 우리에 지내게 된 닭들이 여섯 세대가 지난 뒤에 어떻게 됐는지를 슬라이드로 보여줬다. 우리 안에 집어넣은 닭 아홉 마리 중에 여섯 마리가 죽어 세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살아남은 세 마리마저 그칠 줄 모르는 공격으로 서로 하도 물어뜯어 깃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사정을 추적해 보니 생산성이 가장 높던 닭들은 같은 우리에 있던 다른 닭들의 생산성을 억제하는 불공정하고 비열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산성을 높인 것이었다. 두 번째 방법으로 선정, 관리된 닭들의 모습도 슬라이드로 보고됐다. 우리 안에는 통통히 살이 오르고 깃털도 온전한 닭 아홉 마리가 있었다. 달걀 생산량도 급증했다. 결국, 생산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공격적 자질을 포기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협동적 자질을 선택한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인 것이다. 집단 차원에서 자연 선택이 수반된 셈이라 할 수 있다. 닭의 경우를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경쟁과 수월성의 관계를 사회생물학의 차원에서 조명한 연구라는 점에서 암시하는 바가 크다. 뮤어의 연구 보고를 듣고 자신의 직장이나 연구팀이 첫 번째 닭 우리와 너무나 흡사하다고 토로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떤 교수는 자기가 속한 학과가 첫 번째 우리와 같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혹시 우리의 학교와 교실은 그렇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에 그런 점이 적지 않다면, 우수한 개인에게만 상을 주는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협동과 조화의 자질을 잘 드러내는 단체나 그룹에도 더 다양한 상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03상은 불가피하게 사회적이다. 상은 사회적 경쟁 내지는 격려의 인자를 갖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상은 개인에게 수여되지만 동시에 사회적 효과를 늘 목표로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상, 선생님이 학생에게 주는 상도 어쩔 수 없이 사회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사회적 효과 면에서 상과 벌은 같다. 똑같은 구조로 ‘사회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칭찬하고 상을 많이 주면 좋을 것 같지만, 벌을 줄 때 못지않은 신중함과 보살핌이 따라야 한다. 상 잘 주기는 벌 잘 주기보다 훨씬 어렵다. 상이 가지는 사회성은 또 있다. 어떤 공적으로 상을 받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서 상을 받는지도 중요하다. 상이 많아지면서 상의 위신이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줬던 상을 회수해 가기도 하고, 주겠다는 상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다가는 상을 평가하는 상이 따로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에 대한 상이 곧 생길 것 같다. 가짜 뉴스 시대에 진짜 뉴스를 판별하겠다는 언론이 생겨나듯이 말이다. 생각해 보니 상의 사회성은 골치 아프다. 상의 사회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이 있을까. 그것은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은 내 마음 안에서만 수여되는 상이다. 물론 주관적인 상이다. 그러나 이 상이야말로 정말로 나의 동기를 북돋우고, 처진 자존감을 이끌어 올리고, 나를 ‘힐링’할 수 있는 묘한 힘이 있다. 쓸데없는 경쟁과 질투의 불순물을 다 걸러내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내가 나에게 상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