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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최근 교육부가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 전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함에 따라 한국교총은 지난달 27일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행정 예고된 주요 내용은 ▲교권침해 피해 교원의 회복을 위해 특별휴가(5일의 범위) 부여 ▲교원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교원 노동조합의 대의원회 참석 기간에 대해 공가 처리 등이다. 교총은 “교권침해 피해 교원의 회복을 위해 특별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교총의 요구가 개정안에 포함돼 환영한다”면서 “개정안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지난 4월 교총은 교권침해 교원의 회복을 위해 특별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2013~2016년 1학기 기준,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 조치 없이 종결되는 비율이 83.7%에 달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교권침해 교원이 공무상 휴직을 받은 사례는 단 1건도 없었고 공무상 병가를 받은 교원은 77건으로, 전체 교권침해 사건의 0.5%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교권보호를 위한 행정적인 보호 조치가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교육활동에 침해를 당한 교원을 보호하고 치유를 지원하기 위해 5일 범위의 특별휴가를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제5조(연가) 문항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 제5조 제3항은 연가(반일연가 포함)를 신청할 때 사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각(지참)·조퇴·외출 신청 시에는 사유가 포함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개정안의 문맥상 학교장의 지각(지참)·조퇴·외출까지 직근 상급기관의 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워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위임전결규정에 따르면 학교장의 지각·조퇴·외출은 자가 전결이 가능하다. 또 전문직 교원단체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대의원회 참석 시 공가 처리 승인을 추가 요청했다. 교총은 “제8조(공가) 제11조 연 1회 교원 노동조합의 대의원회 참석 기간에 대해 공가 처리하는 것과 동일하게 교육기본법 제15조에 의한 전문직 교원단체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교원단체의 대의원회 참석 시 연 1회 공가 처리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최대 교육자대회인 제34회 한-아세안교육자대회(ACT+1 Convention, ASEAN Council of Teachers+1)가 지난달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막을 내렸다. ‘교사 통합을 통한 교육의 수월성 강화(Strengthening the Hallmarks of Excellence in Education through ASEAN +1 Integration of Teachers)’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각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대회 마지막 날, 각국 대표단은 교사 통합을 통한 교육의 수월성 강화를 위해 각 정부에 교육 환경 조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국교총은 초·중등·대학 교원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을 파견했다. 올해 대회는 태극기가 포함된 한-아세안교육자대회의 새 공식 로고를 사용해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교총을 명실상부한 공식 참가단체로 공표한 첫 대회이기 때문이다. 교총은 “한-아세안교육자대회의 정식 회원 자격을 얻은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걸 증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총은 대회 기간 동안 한국을 대표해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레오노르 마그톨리스 브리오네스 필리핀 교육부장관, 한동만 주필리핀 한국대사와의 간담, 현지 초등학교 방문, 국가보고서 발표(이윤영 인천신광초 교사) 등을 통해 국제교육 협력 활동을 펼치는 한편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렸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레오노르 마그톨리스 브리오네스 장관과의 간담 자리에서 “한국도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다문화 사회에 걸 맞는 다양한 교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필리핀의 사례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레오노르 마그톨리스 브리오네스 장관은 “필리핀은 비록 스페인, 미국의 식민 지배를 겪은 아픈 역사가 있지만, 이를 통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다”면서 “필리핀의 다문화 관련 정책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동만 대사는 한-아세안교육자대회에 교총이 공식 회원단체로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국위선양에 큰 역할을 했다”며 “이것이 진정한 민간 외교”라고 하윤수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한류 영향으로 필리핀 내 대학에 한국어학과 설립에 대한 요청이 늘고 있다”면서 “한국 교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만큼 한국교총과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표단은 대회 둘째 날 마련된 ‘우정과 문화의 밤’에서 한국 전통 음악과 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임운영 경일관광영영고 교사는 향피리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하윤수 회장과 진만성 서울양목초 교장, 류세기 경북 경안고 교장, 백정한 경기 우만초 교장 등은 진도아리랑에 맞춰 소고춤을 선보였다. 박승란 인천신광초 교장과 이윤영 교사는 공 던지기 놀이와 춤이 어우러진 전통 궁중오락 포구락을 소개했다. 교총은 “이번 한-아세안교육자대회는 교총의 활동 반경을 국제무대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면서 “출범 40주년을 맞는 내년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한-아세안교육자대회는 브루나이 다루살람에서 열릴 예정이다.
“학생 발달·교육 여건 무시” “논의에 초등교사 참여해야”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한국교총이 지난달 3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추진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3시 하교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최대교원단체인 교총의 요구로 교사노조, 전교조에 이어 사실상 주요 교원단체는 모두 ‘3시 하교’ 정책을 반대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됐다. 교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은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학생의 발달 단계와 교육현장의 여건과도 많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총은 “저출산은 소득 수준, 생활·주거 환경, 자녀관과 결혼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어 돌봄을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오래 돌봐주면 출산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나 단순한 접근”이라고 했다. 위원회가 학생과 교육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교총은 “가장 큰 문제는 학생과 교육에 대한 이해가 결여됐다는 것”이라며 “초등 저학년은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로, 학교보다 부모의 돌봄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돌봄 여건이나 부모의 선호 등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학교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을 배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학생을 배려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반 여건이나 문제점에 대한 대비 부족도 지적했다.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 확충 등 충분한 인프라 없이 시간만 늘리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교총은 “책걸상이 가득한 교실 등 학교 공간은 저학년 학생들이 안전하게 놀이와 휴식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런 현실에서 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은 어른의 편의를 위해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두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학생이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 접근”이라며 교육재정의 효율성 문제도 언급했다. 교사의 부담으로 인한 교육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교총은 “학생의 안전사고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교사가 책임져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또 “하교시간 연장으로 다음날 교육을 위한 연구와 수업 준비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주요한 문제들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교육자와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고 학생들에게 정서적·신체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며, 저출산 해소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총은 또한 “위원회는 교육환경과 정책이 다른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기에 앞서 우리 교육현장부터 먼저 제대로 들여다보고 목소리를 경청하고 논의와 결정 과정에서도 초등교사 등을 반드시 참여시켜 현장성과 신뢰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0일 김성근(오른쪽 두 번째)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이 한국교총을 방문해 하윤수 회장(맨 오른쪽)과 간담을 갖고 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선서를 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 북부교육지원청은 3일 관내 ‘차범근 축구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다 함께 더 신나게 어울리기 차범근축구교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관내 교육복지우선지원 학교 간 공동사업으로 8개 초등교에서 학생 200여명에게 제공되는 차범근 축구교실 참여 학교 간 축구 토너먼트 형식의 ‘가을 잔치’로 열린다. 페스티벌은 축구교실에 참여해온 학생들로 하여금 한 해 동안 닦아온 축구 실력을 뽐내게 하는 한편 협동심을 증대시키자는 차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시민공원 내 ‘차범근 축구교실 운동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8개교 14팀 223명이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나눠 토너먼트를 통해 결승전을 치러 우승팀을 선정한다. 경기 결과나 승패보다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 겸 가족 축제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올해는 학생과 가족 등이 5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부상 없이 안전한 경기운영을 위해 퇴직소방관으로 구성된 북부교외활동 안전지원단 4명도 동행한다. 북부교육지원청은 모든 참가학생에게 축구스타킹과 메달을, 우승 학교에는 우승컵을 전달할 계획이다. 북부교육지원청의 차범근 축구교실은 전문 기관과 연계한 양질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민·관·학 연계 협력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북부교육지원청은 연간 운영 및 기획을, 차범근 축구교실 측에서는 지도자 파견·학생지도를, 아디다스코리아에서는 유니폼과 음료수 등 물품지원을 담당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 선정·관리와 장소 제공 등을 맡는다. 2009년 당시 초·중학생 대상으로 출발했으나 2012년부터는 초등생 중심 운영으로 변경됐다. 매년 3월 정기 간담회를 통해 연계 협력, 지원 등을 검토한 뒤 4월부터 10개월 정도 열리고 있다. 선종복 교육장은 “우리 아이들이 차범근 축구교실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에 흐뭇하다”며 “양질의 전문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에 좋은 기회가 되고, 특히 페스티벌에서 그동안 쌓은 실력을 발휘하고 공동체의식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 달 11일부터 29일까지 19일간 국회 교육위원회 소관 63개 기관에 대한 국감이 진행된다. 국감을 통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국감은 현장의 기대보다는 우려의 존재였다. 시즌만 되면 쏟아지는 자료 요구로 수업은 뒷전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교육청이나 시도의회 행정감사 요구자료 등 공문서 처리로 힘이 드는데 당일 요구, 당일 보고 자료로 난감한 경우도 많았다. 과거 여고에 군 입대 예정자수 파악보고 요구는 현장을 허탈케 했다. 그간 교총 등 교육계의 강력한 요구로 국감자료 요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똑같은 자료 요구나, 수년치의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까지 국회 교육위는 9년 연속 파행 국감으로 인해 ‘비교육적이다’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이제는 씻어야 한다. 몇 달을 고생해 수감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기다리다 파행으로 허탈해하는 수감기관의 모습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정책 국감을 통해 그간 대입개편, 학생부개선, 유치원 방과 후 영어 등 정책혼선에 대한 원인 규명과 개선책도 모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비전과 교육재정 확충, 대학의 위기 진단과 극복 방향, 고교학점제 및 고교무상교육의 실현성 검토 등 다양한 난제 또한 국감대상이다. 또 추진된 정책에 대한 효과성도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자유학기제, 혁신학교, 9시 등교제, 야간 자율학습 폐지(꿈의 대학 설치),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에 따른 정책 효과성도 살펴봐야 한다. 실험적으로 온갖 정책을 정권과 교육감이 바뀔 때 마다 추진되어 성과를 내세우지만 정작 그 효과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교육정책의 방향과 속도 또한 가늠할 수 있기 바란다. 의례적 국감보다 현장에 희망을 국감이 희망이 아닌 현실이 돼야 한다.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정책 추진이 사실상 철회됐다. 처음부터 권한도 법적 근거도 없었던 경기도교육청은 국회 법 개정 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책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미래교육 교원리더십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2일 시행계획 공고를 내고, 교사 35명 내외, 교감 35명 내외 최종 대상자를 11월 23일까지 선발해 내년 3월부터 1년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인사정책 설명회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는 등 성토장 분위기였다. 우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리더십 아카데미 출신자에 대해 특혜를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내부형 자격증미소지자 대상 교장공모제 시행 시 인력풀로 활용될 가능성 등 여러 방식의 특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선발과정도 문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심사과정에 대해 교육청을 믿어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최근 서울지역 두개 학교 무자격교장공모제 심사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고, 명확한 해명 없이 ‘교장공모제 추천대상자 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외부적 요인이나 정치적 고려 등을 과연 정직하게, 또 공정하게 피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선발인원과 예산 대비 정책적 효과도 의문이다. 10만이 넘는 경기 초·중·고 교원 중 70여명을 뽑아 1년간 출장, 연수파견 형식으로 리더십을 교육한 후 반드시 교장으로 뽑지는 않겠지만 리더십만은 확산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현행 승진제도가 문제라면 개선하면 되는 문제인데,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다수의 보직교사·교감들을 외면하고,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보직교사 우대 방안, 교감자격 연수 시 리더십 연수 강화 방안 등을 연구해 시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계획이 철회됐다.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지난해 도교육청이 교육경력 20년 이상의 교사에 400시간 연수인 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하면 공모교장 지원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 골자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교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새로운 인사제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일선의 거센 반발은 당연한 결과 이로 인해 당시 학교 현장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일선 학교 현장의 교장, 교감은 물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승진 직전의 부장교사들을 중심으로 현행 승진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아주 편향된 나쁜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강력한 서명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도교육청은 얼마 전 공모교장 자격을 부여하는 안을 배제한 ‘2019년 미래교육 교원 리더십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공모교장 자격 부여 대신 교육경력 20년 이상의 교사와 교감의 리더십 함양에 초점을 맞추고 이 아카데미의 운영 시수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월부터 교사와 교감 35명씩 선발해 시범운영에 나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기존 계획의 변질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학교장에게는 학교경영을 위한 특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공립학교 교원은 국가공무원으로서 경력직 공무원에 속한다. 이중에서 교원은 법관, 검사, 경찰, 군인 등과 같이 특정직 공무원에 속한다. 학교장을 일정한 연수과정을 거친 뒤에 임용하겠다는 발상은 위의 특정직 공무원들에게 일정한 연수를 시켜서 법원장, 검사장, 경찰서장, 사단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학교 현장에 있는 많은 교원들이 이런 납득할 수 없는 발상에 반발하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는 학교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특수성을 갖고 있는 현장 교원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야 교단이 안정될 수 있다. 앞으로 학교나 교원 관련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학교 현장 밀착형 정서에 근거하여 올바르게 착근될 수 있는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학교장에게는 수십 년의 교사 및 부장교사 경력과 다년간의 교감 경력이 필요하다. 현행 인사제도는 수십 년간 축적되고 보완 개정되어온 객관성과 투명성을 가진 가장 합리적인 제도다. 이런 필요조건의 경력들이 밑받침되기에 학교장에 대한 정서적·전문적인 권위가 확보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학교에서 학교장 역할을 수행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듯이 학교경영의 수준은 학교장의 질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 학교에서 학교장만큼 학교와 교육 발전을 위해 고심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현장 특수성 감안한 정책 나와야 교육당국은 더 이상 학교장들의 권위와 위상을 흔들고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작금에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불미스런 일들은 학교의 자율적 학교경영과 책임경영 체제가 확립되지 못한 데서 온 결과들이다. 다만, 학교장에게 잘못이 있을 경우 엄중하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2018년 9월 29일과 30일 젊음의 거리 신촌 연세로에서는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IF(Imagine Future)2018은 에벤에셀케이, 집토스, 에스프레소북, 코믹스브이, 더팀스 등 93개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거리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며 이벤트, 공연, 전시, 프로모션 등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혁신 기업은 혁신 마인드와 아이디어를 갖춘 청년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정부는 청년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하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6개의 대학생 창업 기업이 참여하는 YES(Young Entrepreneurs of Startup) 데모데이 행사도 있었는데 본선에 진출한 대학생 6개팀들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했고 6개팀 중 전문가로부터 가장 높이 평가받은 참가팀에게 금융위원장상을 시상하였다. 행사를 빛내기 위해 서울대학교 댄스 동아리팀도 참가하여 신나는 무대를 펼쳤다. 관객들의 참여도와 호응을 높이기 위해 인형 뽑기, 룰렛 돌리기 등의 행사가 있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전국의 헬스장의 가격과 시설에 관한 정보를 사전 조사하여 이용객들에 제공하는 다짐이란 플랫폼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디캠프는 전국은행연합회 사원기관인 18개 금융기관이 총 5000억원을 출연하여 2012년 5월 30일에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이다. 최근 청년 실업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IF2018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찾아주고 자신이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사였다.
개교 115주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남정초등학교에서 2018. 9. 30 서울남정초등학교 총동문회 주체로 200여명의 동문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남정초 대취타부(4학년~6학년)의 도라지, 아리랑, 무령지곡의 연주로 선. 후배가 함께 입장하며 가을 운동회가 본교 운동장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총동문회 안수훈 회장(제26회 졸업)은 인사말에서“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 추억을 되살리고 마음껏 소리 지르며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같이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남정초등학교 유승애 교장선생님은 축사에서 “ 서울남정초 동문 선배님들의 멋지신 모습을 보며 꿈과 실력을 키우며 즐겁고 행복하게 선배님들의 발자국을 따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남정초 동문회 선배님들은 매년 열리는 운동회에서 초등학교 시절 했던 경기, 줄다리기, 윷놀이, 짝짓기등을 하며 추억속의 즐거웠던 가을 운동회를 떠올렸으며, 이날 최고 대선배님으로는 조영국 (제16회 졸업)선배님께서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셨다. 이현미 사무국장 (제30회 졸업)은 “선배님들이 내년 가을 운동회에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참석하시는 게 가장 큰 바램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신체적 및 정신적인 손상 없이 건강한 교육활동을 하도록 돕는 것은 학교의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학교안전사고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학생 수는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사고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방식 및 제도 정비 시급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국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분야 안전종합대책을 세우고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을 개정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체제 구축, 체험중심의 안전교육 강화, 학교 구성원의 예방능력 강화, 안전한 교육활동 여건 조성, 안전한 학교풍토 조성을 주요 과제로 하는 2016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은 학교 현장에서 안전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과학, 기술·가정·체육 등 관련 교과에서 실생활 맥락의 실천 중심 안전교육이 가능한 내용이 구성됐고, 저학년부터의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위한 교과서(안전한 생활)와 교수·학습 자료(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 및 콘텐츠가 개발 보급됐다. 그리고 학교안전 7대 영역이 확정되고 학년별 학생 안전교육의 시간(51시간) 및 교사의 안전교육 연수 이수(3년마다 15시간)가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그러나 학교 현장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첫 번째, 안전교육 방식의 변화다. 안전교육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효과가 실천 및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체험을 통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연간 51차시의 안전교육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진행해야 하는 자체가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에 지진대피훈련, 소방훈련 등의 재난안전 영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교재와 동영상을 중심으로 법정이수시간에 얽매여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교사의 부담을 줄이면서 효과적인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두 번째, 법적 제도의 정비이다. 학교안전교육은 아동복지법, 학교보건법, 그리고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을 통해 법적 의무가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각 법령에는 중복되는 내용들과 일관되지 않은 내용들이 산재해있어 학교현장에서 혼란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안전교육 시수 및 횟수를 일원화하기 위한 법률의 정비가 요구되고, 이를 학교현장에 명확히 안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습위주의 교원연수 필요 세 번째, 교원 연수의 강화다. 2016년부터 교직원들은 3년마다 15시간의 안전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원격연수를 통한 강의식 교육을 받고,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체험식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사의 안전교육 연수는 학교안전교육의 주체로서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난이도, 중요도, 빈도’를 반영한 체험과 실습위주의 세분화된 과정이 절실하다. 현재 2차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2019~2021)이 수립 중에 있다. 1차 계획에서 뿌리를 내렸다면 2차 기본계획은 내실 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현실적인 목소리들을 담아 더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드는 데 일조해주기를 바란다.
아니나다를까 2018 추석(9월 24일) 명절에도 TV 특집드라마는 귀했다. 지상파 특선영화들만 거의 30편에 달했던 것과 아주 대조적인 현상이 이번 추석에도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먼저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기 위해 한교닷컴에 이미 발표하고 책에도 수록한 ‘보기 힘들었던 설 특집드라마’(장세진, TV 꼼짝마, 신아출판사, 2017)부터 살짝 들춰보자. 지난 추석(2015년-인용자 주)에 이어 2016 설 명절에도 특집 드라마는 귀했다. 그 이유는 새삼 시시콜콜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지난 추석에 무심했던 MBC가 특집드라마를 내보낸 점이라 할까. KBS는 지난 해 방송했던 ‘드라마 스페셜’ 3편을 앙코르(다른 말로 하면 재탕이다.) 방송했을 뿐이다. SBS는 이례적으로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 명절에도 특집드라마를 방송했다. 언뜻 보면 영리적 측면을 더 따져야 할 상업방송 SBS가 KBS와 MBC 두 공영방송 보란 듯이 ‘돈 안 되는’ 단막 드라마를 명절 특집으로 연속 편성하고 있다. 일견 기이한 일이지만, 환영한다. 다만, 좀 고약한 시간대에 편성된 건 아쉬운 점이다. SBS ‘영주’는 설 전날인 2월 7일 오전 9시 30분, 재방송이 9일 0시 35분이었다. 이른 아침과 자정 이후 심야 시간대다. ‘영주’의 경우 공교롭게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속보로 인해 시작 10분 만에 중단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09시 40분 시작한 속보가 종료된 것은 12시 50분이다. 과연 2시간 10분이나 기다렸다가 ‘영주’를 착실히 본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MBC ‘퐁당퐁당 러브’는 맙소사, 설날 낮 12시 5분에 방송을 시작했다. 성묘라든가 세배 다니기를 비롯, 점심식사 시간대여서 도대체 보라는 것인지 말라는 건지 좀 아리송한 편성이라 할만하다. 2월 5일부터 3일 연속 기존 드라마를 재탕한 KBS의 시간대도 만만치 않다. 모두 자정을 넘긴, 이를테면 익일 새벽 프로가 된 셈이다. 애써 제작하거나 방송한 드라마들을 그런 시간대에 편성하여 스스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려 한 것인지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2018 추석 명절 특집드라마가 KBS 2TV의 ‘옥란면옥’ 달랑 1편뿐임을 감안하면 그런 편성에 대한 불만도 호사였지 싶다. KBS는 연휴 마지막날 밤 10시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을 결방한 채 ‘옥란면옥’을 2시간 넘게 방송했다. ‘옥란면옥’은 한 마디로 추석 명절의 의미를 100% 새기게 한 특집다운 드라마다. 우선 판문점 선언에 이어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 현실에 안성맞춤인 시의성이 돋보인다. 평양냉면집을 하는 달재(신구)의 이산 애인(옥란) 그리워하기, 그런 아버지를 타박하는 아들 봉길(김강우), 그리고 탈북민 영란(이설)이 한가족이 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어서다. 여기서 ‘재미있게’는 드라마 전반에 깔린 코믹모드를 뜻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코미디는 아프고, 시리고, 눈물나는 민족 분단의 진지한 이야기에 재를 뿌릴 수 있다. 가령 영란이 감금된 모텔로 봉길 일행이 쳐들어가는데 복장이며 배경음악 등으로 웃기는 장면이 그렇다. 전개상 절실해보이지 않는 키스장면에서 벌어지는 의치 소동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시의성과 가족의 소중함을 넘어 남북화합이라는 뚜렷한 메시지와 다르게 성긴 구성의 허술한 전개는 좀 아쉽다. 예컨대 봉길은 쓰러진 아버지 병실로 달려와 한숨 돌렸으면 만나기로 한 영란부터 찾아야 맞지 않나? 집에 와 그녀의 가방 속 지갑을 열어보고, 교회로 가서 영란이 탈북민이란 이야기 등 과거를 알게되는 장면은 그 다음 펼쳐져야 했다. 아쉬움은 또 있다. 아버지에게 반말 찍찍 해대는 봉길이긴 하지만, 달재가그냥 뒷방 늙은이 캐릭터 아닌가 해서다. 수진(한소희)의 가게 촬영 제의에 토를 달지 않은 것이 그렇다. 설마 아버지는 수진이 자신의 병 수발을 싫어해 아들을 떠나간 줄도 모른 것인가. 아버지가 건넌방에 엄존하는데, 봉길 방에서 커튼을 친 채 영란이 함께 자는 것도 그렇게 보인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조급함도 보인다. 가령 아무런 해소 절차 없이 무마된 영란의 인터넷에 뜬 추문이 그렇다. 또 배경이 시골인 점을 감안할 때 자전거 타고 다리까지 건너야 하는 등 교회가 너무 멀리 있는 듯하다. 봉길이 모는 자전거 뒤에 탄 채 콧노래 부르는 영란의 행복한 장면을 위한 의도인지 몰라도 좀 낯설게 느껴져서다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욕, 말하는 동시에 가장 먼저 듣고 쓰는 동시에 가장 먼저 보며, 스스로 자신의 뇌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보의 발견’의 자료에 따르면, 욕을 하는 이유로 습관적으로(25,7%), 남들도 하니까(18.2%),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17%), 남들이 만만하게 볼까봐(8.2%),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비웃기 위해(4.6%)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초4~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경험 및 인식’에서 피해유형별로 학생 천 명당 피해응답 건수는 언어폭력(8.7건), 집단따돌림(4.3건), 스토킹(3.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비율은 언어폭력(34.7%), 집단따돌림(17.2%), 스토킹(11.8%) 등의 순이며, 학교급별 공통으로 언어폭력, 집단따돌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높은 피해유형으로 파악되었으며, 언어폭력이 학교폭력과 연계되어 발생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욕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총 12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잘 듣고 기억나는 단어를 말하게 했는데, 제시되는 단어에는 긍정단어, 부정단어, 금기어(욕), 중립단어로 주어졌다.(자유, 청춘, 이기다, 퇴화하다, 잔인함, 우울, *같다, *발, 지*하다, 항만, 주변, 걸다) 총 12개의 단어 중 어떤 단어를 기억하는지 질문을 던졌는데,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단어를 잘 기억하려고 하다가 욕이 나오는 순간 앞 단어가 잊혔다”라고 답했다. ‘욕’은 다른 단어들보다 4배나 강하게 기억되며, 분노, 공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며 ‘이성의 뇌’의 활동을 막는다. 화를 내고 욕을 할 때 만들어지는 갈색의 침전물을 모아 쥐에게 주사했더니 쥐가 죽었다고 한다. 이처럼, 욕은 인간의 뇌를 자극하고,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고 일선 학교에서 욕하는 학생들을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잘못하면 학교폭력으로 연결되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언어순화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부모와 교사의 언어를 듣고, 쓰고, 보고, 느끼면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학생들의 욕설을 해소할 수 있다. 언어폭력을 예방하는 스마트한 지도방법도 필요하다. 시대가 변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욕설을 사용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문자나 통화내용이 언어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부모의 가정교육(밥상머리교육)이 학생의 건전한 언어사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욕을 사용하면 자녀도 욕을 사용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녀의 올바른 언어습관을 위해 부모는 순화된 말과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 체험위주의 언어순화 운동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선플달기운동본부에서 실시한 언어순화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0%이상이 본인의 언어순화와 학교폭력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지랄 총량의 법칙’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사람에게는 타고난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사춘기에 다 떨고 가는 사람, 뒤늦게 떨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죽기 전까지 반드시 남은 양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애써 태연해하고 위안을 찾는다고 한다. 허나,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사용은 결국 모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매년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한글날이다. 학교폭력의 시발점은 올바르지 못한 언어사용에서 비롯된다. 언어폭력을 해소하는 언어순화교육은 학교현장에서 정착되고 촉진되어야할 인성교육이며, 지속적인 한글사랑 교육이다.
경북 영천시 신녕초등학교(교장 박상호)는 9월 20일(목) 2~3교시에 6학년을 대상으로 학부모 재능기부 활동, ‘부모님과 만드는 행복 레시피, 파인애플 청 이야기’를 운영했다. 이번 재능기부 활동은 2018학년도 학부모 학교참여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번까지 학년별로 1회, 총 6회에 걸쳐 실시하고 있는 학부모님의 재능기부 활동이다. 학생들은 학부모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깨끗하게 손을 씻고 파인애플 꼭지와 밑동을 적당히 잘라내고 사 등분 한 뒤 가운데 심지를 제거하였다.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적당하게 잘랐다. 소독한 유리병에 파인애플 조각을 적당히 담고 1차로 설탕을 덮어주고, 2차로 다시 파인애플을 담고 설탕을 덮어주어 완성했다. 파인애플 청을 완성한 후 학생들은 친구들과 학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친구들아! 우리 서로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자. 그리고, 부모님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06:30 게스트하우스에서 저절로 눈이 떠진다. 동쪽 창문을 여니 녹차밭이 보인다. 아침 샤워를 하고 집 주위를 둘러보니 무화과가 한창이다. 무화과 열매는 보관이 힘들어 바로 먹어야 한다고 한다. 앞마당 무화과 나무는 가꾸지 않았는데도 열매가 무성하다. 익은 열매 하나를 맛보니 당도가 높다. 주위 밭을 보니 고추가 붉게 익어간다. 밭사이에서 일할 수 있게 바퀴달린 이동식 작업대가 있다. 식사 전 가까이 있는 강진다원을 찾아가니 그 규모가 놀랍다. 회사 소유의 ‘설록다원 강진’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33.3ha(10만 평) 규모인데 보성 녹차밭보다 이름이 덜 알려져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녹차의 새순 연두색이 싱그럽다. 하얀 꽃잎에 노란수술의 녹차꽃을 처음 보았다. 녹차밭 곳곳에 세워진 전봇대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저 용도는 무엇일까? 바람이 많아 발전기 인 줄 착각했다. 알고 보니 방상(防霜) 팬. 지상의 찬 공기가 서리가 되어 냉해를 입지 않게 공기를 순환시켜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금 가니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대나무,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어둡다. 조금 가니 백운동 별서정원이 나타난다. 바람이 부니 낙엽은 굴러다니고 옛 건물은 있는데 인적이 끊기니 스산하기만 하다. 조선 중기 선비들의 은거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곳은 담양 소쇄원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의 하나인데 다산, 초의선사, 이사현 등이 교유하던 곳이라 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무의사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락보전을 보았다. 단청을 하지 않아 고풍스럽기만 하다. 여기엔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삼존불 뒤에 있는 벽화를 보았다. 보전 주위에 무더기로 피어난 꽃무릇이 인상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보수 시기가 달라서인지 기와색이 통일 되지 않고 차이를 보이고 있어 문화재 보전에 세심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09:00.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였다.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호박된장국, 두부부침, 계란말이, 참외나물을 비롯해 10여 가지 반찬으로 식탁이 풍성하다. 햅쌀밥에는 윤기가 흐른다. 특히 조기구이는 직접 조기를 구입하여 소금에 절여 저온창고에서 말렸다는데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말았다. 게스트 하우스를 배경으로 가족 추억사진을 남겼다. 10:30, 우리가 향한 곳은 본격 월출산 등산을 위한 금릉 경포대(鏡布臺). 이곳에서 만난 전직 지리교사 출신이라는 국립공원 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면 “월출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맥반석이라 철분이 많아 기(氣)가 세다. 따라서 벼락을 맞기 쉬운데 그것을 줄이고자 산이름을 음(陰)에 해당하는 월출산이라 하였다” 그는 묻지도 않은 해발과 고도의 차이점과 기준점을 설명해 준다. 우리는 경포대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약수터, 경포대능선 삼거리를 지나 사자봉(668m)으로 향하였다. 계단이 많은 정상 천황봉(809m)은 500m를 앞두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강진의 최남단 마량항 대신 등산 도전을 하였으나 다리에 무리가 와 좀 더 쉬운 코스를 택한 것이다.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사 탐방안내소로 내려왔다. 산행시간은 무려 6시간 30분. 직원 안내를 받으니 올해가 월출산 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이라 한다. 기념엽서에서 깃대종으로 남생이와 끈끈이주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2일 숙박 장소는 월출산온천관광호텔. 등산의 피로도 풀 겸 무릎 통증을 치료하려는 것이다. 온천에 가니 우리나라 유명온천의 성분 비교표가 있고 이곳은 미네랄과 게르마늄 성분이 우수하다고 한다.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저절로 가시는 듯하다. 저녁 메뉴로는 갈낙탕(갈비와 낙지탕 준말). 단백질 섭취와 맛을 기대하고 갔으나 1인당 19,000원 가격에 미치지 못하였다. 아내는 짱뚱어탕으로 먹더니 추어탕과 맛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제3일차, 호텔 미역국 아침식사를 마치고 왕인 박사 유적지를 찾았다. 왕인 박사는 5세기 초 일본 응신천왕의 초대를 받아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기술자 40명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태자의 스승이 되었다. 왕인은 일본문화사상 성인(聖人)으로 야스카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 하니 오늘의 일본 문화가 있게 한 스승이다. 왕인의 목표가 ‘일본 문명화와 대국화’라고 하니 일본의 스승이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다시 처음 왔던 나주로 향한다. 첫날 아쉽게도 맛보지 못했던 점심 나주곰탕이다. 4대 60년 역사의 나주곰탕 원조라는 식당을 찾았다. 금성관 앞의 어느 식당은 손님이 20m 정도 줄을 서 있다. 여기 곰탕골목집이 왜 유명한가? 다른 곳의 곰탕은 소뼈를 우려내는데 여기에선 양지나 사태 등 좋은 고기를 삶아 국물을 만든다고 한다. 곰탕(9,000원)과 수육곰탕(12,000원)을 먹었는데 아들 표정을 보니 맛에 감탄하고 있다. 나주목의 지방궁궐 금성관(錦城館)에서는 망화루, 중삼문을 지나 뒷마당에 있는 65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를 보았다. 나주 향교에선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600년 은행나무를 보았다. 나주목사 내아 금학헌(琴鶴軒)엔 행운과 소원성취를 가져다주는 5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1980년 벼락 맞은 팽나무를 묶어 살려낸 나주시민들의 의지를 보았다. 이곳은 지금 한옥 숙박체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2박3일간의 여정 마무리다. 영수증을 챙겨보니 모두 24장이다. 택시 승차 영수증이 10장으로 가장 많다. 3인 가족 여행 비용 총액은 84만원. 1인당 28만원을 쓴 셈이다. 수원역에 비치된 철도여행 상품 가격을 보니 남도맛집 여행은 1박2일에 25만원에서 30만원 선이다. 우린 2박3일이니 가격 대비 성공한 여행이다. 나의 사진 촬영 포즈를 흉내 내는 아들, 한자 시(詩)와 사(寺/社)를 수첩에 적어가면 차이를 설명해 주는 나. 영암호텔방에서 세 식구가 누워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가족 추억 만들기 부지런히 하자. 여행, 다리 떨리기 전에 주저 말고 떠나자. 일상의 일탈과 힐링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최근 성적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S시 S고 문제로 일선 학교 성적관리지침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서산 서령고는 201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및 학업성적관리시행 지침에 대한 전달 연수를 실시했다. 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은 불필요한 용어 삭제, 애매모호한 용어 수정부터 출결관리, 대회관련 수정사항이다. 첫째, 대회와 관련하여 대회의 명칭을 단순한 행사로 변경하여 입력하는 행위는 올해부터는 불가하다. 즉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포함하여 수상경력 이외의 학교생활기록부의 어떠한 항목에도 입력해서는 안 된다. 둘째, 자율동아리활동으로 실시한 봉사활동은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와 ‘개인’ 구분은 봉사계획 ‘주체’에 따라 입력한다. 셋째, 2015 개정 교육과정 현장 적용에 따라 1학년 선생님들이 보셔야하는 부분은 각종 교내외대회 경시대회, 인증시험 참여 사실이나 성적, 논문 등재, 도서출간, 해외 활동실적,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 암시, 구체적인 대학명 기관명, 상호명, 강사명은 기재할 수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서술형 항목에 기재될 내용을 학생에게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는 금지이다. 특히 모 학교에서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보고 불만이 생겼던 학부모가 교사의 누적기록 근거를 건의사항으로 내어 문제가 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의 증명 발급은 담임이 나이스에서 [학생부] 메뉴 사용보다 행정실 [민원] 메뉴를 사용하여 출력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중간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한 마찰이나 민원을 줄일 수 있다. 학업성적관리 연수 내용은 수행평가의 비중이 60% 이상인 교과에 한하여 서답형(서술형 포함) 평가의 비율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재시험을 치르는 방식, 수행평가 관련 사항, 인정점 부여 방법, 교외체험학습 인정점 변화, 필기평가 양식 및 보관과 채점에 관한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앞으로 공정한 평가를 위해 시험지 보관실도 철문으로 대폭 강화했다.
“교사에게 수업권과 평가권을 돌려줘야 한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해 11월 1일 제9대 원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대목이다. 교실에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또 그에 따른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권한이 개별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성 원장은 지난 8월 30일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비전과 함께 교육과정 개정, 수능제도 개선, 교육격차 해소, 고교학점제 정착 방안 등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가치와 기준점이 불분명하다 보니 백가쟁명이 난무하고 우왕좌왕 시간만 허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 교육부 장관은 맺고 끊는 것을 분명히 해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를 명쾌하게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성 원장은 또 “우리 사회가 교육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교사들에게 희생만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꽃’으로 평가하면서 강한 애착과 확신을 드러냈다. 고교학점제야말로 초·중등교육은 물론 대학입시제도를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 대사인 수능을 총괄하는 성 원장은 “올해 수능은 무사히 치러질 것으로 자신한다”면서 “다만 수능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지나쳐 오히려 비교육적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성 원장은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정책연구원,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정책연구소장, 경기도중앙교육연수회 위원장,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장, 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원장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지난 1998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꼭 20년이다. 그동안 교육과정과 평가에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중추기관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또 수많은 외국 대학 및 연구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맺으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동아시아권에서 교육과정 및 평가와 관련된 체계적인 연구기관은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이 유일하다. 많은 국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국가수준 성취도 체계 를 갖출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온다. 우리가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펼치고 있는 캄보디아, 라오스, 방글라데시, 몽골 등에서 관심을 보인다. 아마 그들도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교육과정과 교과서, 평가체계를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제3세계 등에 전문적 지식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남북 화해시대를 맞아 남북 간 교육교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영역을 넓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평가원의 기능과 역할에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교육환경이 많이 변했다. 교육부가 쥐고 있던 권한이 교육청을 거쳐 단위학교 교사에게까지 넘어가고 있다. 이런 교육 거버넌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평가 원에 주어진 과제다.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미래 핵심역량 을 길러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가르치는 내용은 작은 교과서에 픽스돼 있다. 이건 곤란하다. 지금은 검인정체제지만 자유발행제까지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예전엔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지금은 중학교나 초등학교 단계에서 배운다. 쉽게 말해 어제 가르친 것과 오늘 가르친 것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탄력적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평가부분에서는 성장 중심 평가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한날한시에 시험을 치러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또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시행되는 평가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단계다.” 교육과정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부에서는 2020 교육과정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어떤 어젠다를 담아야 한다고 보는가. “학교는 사람을 사람답게 가르치고 인성과 도덕을 가르치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교육과정은 지식을 가르칠 뿐 지혜는 가르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카테고리 분류만 조금씩 다르게 한 것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강력한 전공주의 벽을 깨지 못한 탓이다. 앞으로 개정될 교육과정도 ‘교과 간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의를 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적어도 핵심적인 주제나 경험이나 역량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분권형 교육과정은 시대적 추세에 따라 점차 흐려질 것이다.” 수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엔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지금 심경은? “작년에 워낙 큰 사건이 터져서인지 내성이 생겼다. 수능과 같은 국가 대사는 한 치의 틈도 없어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도 긴장하겠지만 평가원도 오래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는 시험출제 및 검토 인원이 750명으로 늘어나고 합숙기간도 42일로 연장돼 보안과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까 지 진행 상황은 매우 좋다.” 수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단순한 문제풀이시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이라는 평가도 있다. 원장 생각이 궁금하다.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는 말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모든 전제조건을 다 풀고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하게 공부하고, 동일하게 시험을 치렀을 때 변별할 수 있는 검사로써 수능이 공정하다는 말은 맞다. 다만 이 주장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교육적 논리보다 교육 밖의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너무 많다.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수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는 그렇게 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기대와 수능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신뢰를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싶다.” 어쨌든 문제풀이시험이란 비판을 받던 ‘학력고사’와 지금의 수능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능이 25년 됐다. 어떤 시험이든 시간이 지나면 간파되는 게 있다.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워낙 많지 않은가. 몇 해 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신입생들을 8학군과 비8학군으로 나눠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입시제도가 바뀌면 그해에는 8학군 출신 신입생 비율이 떨어졌다. 그러다 2년쯤 지나면 8학군 출신들이 늘어났다. 제도가 바뀌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일종의 지그재그 형태를 보인 것이다. 문제풀이시험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수능의 장단점이 완전히 해부됐다는 반증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수능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다만 수능시험 변화를 위해서는 매우 긴밀하게 오래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떻게 할래?’하는 식으로 문제 던지고 투표로 결정하듯 해선 안 된다. 매우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하고 교육과정과도 연동이 돼야 한다. 교육과정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편하고 이어 교수-학습과 평가가 같이 연계돼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수능의 변화는 따라오게 돼있다.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수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한다는 것은 마치 꼬리가 몸통을 좌우하는 격이나 다름없다.” 평소 교육격차 해소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갈수록 교육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지역간, 남녀 간, 그리고 다문화 시대에 따른 인종 간 교육격차가 크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 요하지만, 그중 하나로 대학입시에서 소수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좀 더 강화하면 어떨까 싶다. 공부에는 개인차가 있어 돈을 지원하고 교사를 지원한다고 해서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소외 계층이나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경쟁 트랙을 별도로 만들어 특수교육대상 자처럼 정원외 입학을 허용하는 등 입시나 교수-학습에서 특단의 조치들을 취해줘야 한다. 문제는 톨레랑스(tolérance)란 말처럼 우리가 관용의 폭을 얼마큼 허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5%로 할지 10%, 50%로 할지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나 철학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우리 모두가 협업하고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통합된 사회로 가려면 누구든지 그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교육격차 해소가 교육의 힘만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교육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학교에 너무 많이 요구 해왔다. 예컨대 사회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교육 탓을 했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소득배분정 책을 바꾸거나 세금정책을 바꿔야 하는데도 교육에 책임을 씌우고 본다. 교육이 동네 북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교육만큼 면피성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터지면 일단 교육이 잘 못됐다고 한다. 경제 불황이나 실업률이 높아도 교육에 손가락질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이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것이 목표인데 본말이 전도됐다.”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교육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하다못해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라도 했는데 이 정부에선 공론화 외엔 생각나는 게 없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은 입시제도 개혁,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교육 개혁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초등의 경우 혁신학교 정책을 필두로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고등학교 교육이 변할 차례다. 다들 우리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학입시가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대학입시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등학교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고교학점제다. 고교학점제는 정해진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폭을 넓히는 것이다. 다만 백화점식으로 마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교과가 60~70% 정도이고 나머지 30~40% 를 가지고 학생들이 선택한다. 고교학점제는 현행 입시에서도 유리하다. 현재 수시가 75% 정도 되는데 수시 입학자의 절반 정도는 교과성적 이외의 것으로 대학에 들어간 다. 이 경우 고등학교에서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과를 선택해 공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유리하다. 어릴 적부터 전공준비를 해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다고 가정할 때 대학의 선택은 불보듯 자명한 것 아닌가. 혹자는 정시가 늘어나기 때문에 고교학점제가 물 건너갔다고 하는데 이 말도 잘못된 해석이다. 개인적으로 고교학점제는 이번 정부 교육정책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 교육부 장관이 교체됐다. 새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 “교육정책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정도 지났으니 이제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줘야 한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마스터플랜이라도 짜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 이다. 그런데 지금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 교육에 대해 불평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보 여진다.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준점이 불분명하다 보니 백가쟁명이 되고 사람들은 교육이 어디로 갈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정책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국민들의 교육열을 잘 담아내는 그런 그릇을 만들었으면 한다.” 새교육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궁극적으로 많은 권한이 교사들한테 가야 한다. 지금 교사들은 차 떼고 포 떼이는 바람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정부의 교권보호정책은 미흡하다. 그뿐 아니다. 학교 교실에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또 그에 따른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권한이 개별 교사에게 대폭 넘어가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지지부진하다.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할 때 우리나라 교사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에 많이 놀랐었다.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전문적인 학습공동 체를 만드는 등 정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교사들의 이런 열정을 어떻게 잘 키우고 살릴 건가는 정책담당자들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게, 교사에게 끊임 없이 희생만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게 교육 당국의 책무이다.”
우크라이나를 여행했다.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오데사(Odessa)에서 문학문화교류 행사가 있었는데, 나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그 곳에 간 김에 나는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자포로제(Zaporozhye)’에 가 보기로 했다. 용병 코사크(Cossack)족이 만든 요새이며 군사·정치 공동체인 ‘시치(Sich)’가 있는 곳이다. 자포로제는 오데사에서 북동쪽으로 400km를 가야 한다. 내가 탄 기차는 느린 속도로, 시골 정거장에 30분씩 정차해 가면서, 15시간을 간다. 불편은 해도, 나는 차창 밖 우크라이나의 대평원과 시골 풍경들에 내 마음을 내어준다. 7월의 우크라이나 평원은 허허로울뿐더러 아득히 넓다. 밀 베어낸 자리가 빚어내는 황금빛깔 무한 대평원이다. 더러 숲이 지나고, 강이 지나고, 아주 간간히 촌락들이 지나간다. 단조롭지만 그 단조로움이 이 풍경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단조로움 사이로 정감 가득한 풍경이 나타난다. 해바라기밭이다. 그것은 풍경으로 치면 일대 사변(事變)이다. 그냥 해바라기밭이 아니었다. 끝도 한도 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밭이었다. 광대무변으로 펼쳐진 해바라기의 행렬을 보았다. 해를 바라보면서 피어 있는, 수만 해바라기 꽃의 군집이라니! 그런데 이 느낌은 무엇인가. 이 해바라기밭이 낯설지 않다. 도대체 지금의 이 강한 기시감(旣視感)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들 해바라기밭을 어디서 보았던가. 내 기억의 촉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 맞다! 영화 ‘해바라기(Sunflower)’가 있었다. 1980년대 초에 보았던 영화 ‘해바라기’! 바로 이 해바라기밭이, 바로 이 해바라기의행렬이 그 영화에 있었다. 그래, 그때 영화 ‘해바라기’를 연민 가득 보았었지! 마음에 오래 남는 옛날 영화는, 아프게 헤어진 연인처럼,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에 비를 내리게 한다. 영화 ‘해바라기’도 그렇다. 신혼부부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와 지오반나(소피아 로렌 분)는 밀라노에서 평화롭게 산다. 결혼 며칠 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남편 안토니오는 러시아 전선으로 징발된다. 젊은 아내는 불안한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지만, 어느 날 남편의 전사 통지서를 받는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전쟁에 나간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안토니오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오반나는 귀환 군인들을 찾아다니며 남편의 생사를 확인한다. 우여곡절 끝에 안토니오와 같은 부대에 있었던 군인을 찾는다. 남편은 죽음 직전에 눈 속으로 도망쳤다는 말을 듣는다. 지오반나는 남편의 생존을 본능적으로 믿는다. 그리고 멀고 먼 러시아로 그를 찾아간다. 우크라이나를 지나 모스크바까지 가는 그녀의 행로는 고달프다. 그녀가 지나가는 우크라이나의 대평원에는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영화는 이 장면을 길게 이어가며 주제 음악을 잔잔하고 슬프게 깔아나간다. 묻고 물어서 모스크바 북쪽 변두리 이탈리아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곳을 찾아간다. 그녀는 마침내 남편을 찾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마샤’라는 러시아 여인과 함께 살면서 아이까지 있다. 게다가 남편은 전쟁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이 망연자실함은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오반나는 슬픔에 잠겨, 안토니오를 떠나 돌아온다. 작별의 장면을 연기한 명배우 소피아 로렌의 눈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도 해바라기는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지오반나는 남편을 잊기로 마음먹는다. 공장 일꾼 ‘에토’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민다. 이들 사이에서 아들이 하나 태어난다. 세월이 흐르고, 기억상실증에서 회복된 안토니오가 고향과 지오반나를 찾아온다. 지오반나는 충격과 번민으로 고통을 받는다. 안토니오는 이미 재혼을 한 지오반나와 재회한다. 두 사람은 말이 없다. 지오반나는 안토니오를 돌려보낸다. 안토니오는 발걸음을 돌린다. 말없이 운명의 작별을 하는 두 사람의 눈빛을 카메라는 오래 각인시킨다. 그것은 내가 열한 살 되던 해 오월쯤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은 너무도 무섭고 놀라운 일이었다. 마을 전체가 어떤 공포와 저주에 잠기는 분위기이었다. 60여 호의 마을은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 방앗간 옆 함석집에는 인근 A 중학교의 선생님 가족이 살고 있었다. 선생님은 테가 굵은 안경을 쓰셨는데, 점잖고 반듯하셨다. 아들만 둘이었는데, 큰아들은 8세, 작은아들은 6세이었다. 우리 형제와 함께 놀며 어울리곤 했었다. 그해 5월 어느 날, 저녁 해가 이울 무렵, 선생님의 집에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오셨다. 집 안으로 들어간 이후, 선생님 집에서는 싸움소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여자들 소리만 들렸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아주머니는 기차를 타고, 도시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아주머니가 갔다고 해서 조용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에는 선생님 내와간에 말싸움이 오래도록 벌어졌다. 이 싸움 역시 부인의 목소리만 높았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집 아들들도 좀체 집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사흘 후, 예의 그 아주머니가 선생님의 집에 또 나타났다. 선생님이 퇴근해서 들어오자, 또 싸움이 시작됐다. 역시 두 여자의 목소리는 높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밤새 싸움 소리가 불규칙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침 일찍 그 아주머니는 기차를 타고 가버 렸다. 그날 밤에는 선생님 부부가 싸움을 하는 것도 이전과 꼭 같았다. 부인의 목소리만 높고, 선생님은 묵묵부답으로 응하는 것도 꼭 같았다. 이런 일은 그 아주머니가 올 때마다 3, 4일 간격으로 반복됐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더 많아졌다. 6월 중순경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보니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 선생님 내외가 극약을 먹고 자살을 했고, 아침에 주검이 발견됐다. 아들이 울면서 소리쳐 이웃에 알렸다. 동네에 상여 두 대가 나란히 나가던 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혀를 차면서, 슬픔과 연민으로 선생님 내외를 보냈다. 어린 아들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사연은 이러했다. 선생님은 이북에서 살다가 6.25 전에 남한으로 오셨다. 북에서 결혼하여 부인이 있었는데, 먼저 남한에 자리를 잡고 이내 곧 데리러 오겠다고 했단다. 6.25 전이므로 그게 가능했던 때였다. 그러나 6.25가 터졌다. 이후는 북으로 돌아가는 길이 완전히 불가능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쩔 수 없이 남한에서 다시 결혼을 하였다. 아마도 자기 생애에 북의 부인을 다시 만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겠지. 실제로 현실이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북에 있던 부인도 6.25 전쟁 중에 온갖 어려움을 뚫고 남으로 넘어왔다. 오로지 ‘남편 상봉’ 일념만으로 온 것이다. 통신과 정보가 원활치 못한 시절, 남편을 찾아 전국을 헤맨 지 10년,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남편이 바로 우리 마을에 사는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이 집에서 벌어진 일의 연유를 이제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해바라기’의 여주인공이 더 딱한가. 남편 잃은 아주머니가 더 딱한가. 꼬이고 꼬인 인생의 상처와 참을 수 없는 ‘부조리의 인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울리기도 하고,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상승하게도 한다. 둘 다 ‘절대 아픔’에 도달한 것들이다. 어느 것이 더 딱하다고 견주는 일 자체가 의미 없다. 서럽고 안타까운, 그래서 한이 맺힌 인생을 대면하면, 나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그때의 ‘나’는 운명이라는 것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자아가 운명 바깥에서 운명과 싸운다고 생각하는 것도 운명이다. 그 반대로, 운명 안에서 운명에 순종하는 자아, 그것도 운명이다. 운명과 싸우면 의지가 있고, 운명에 순종하면 의지가 없는가. 때로는 순종에 더 큰 의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절대 아픔의 자리에서는 ‘나’가 ‘운명 그 자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명이 가해 오는 작별, 이런 작별일수록 기술(skill)이 필요하다. 그것으로 인하여 더 가혹하게 우리의 삶과 정신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것으로 인하여 안으로 성숙의 벽돌 하나를 더 쌓기 위해서 ‘작별의 기술’이 필요하다. 최상의 기술은 반드시 그 안에 덕성(virtue)을 품는다. 그냥 테크닉(technic)만으로 되어 있는 기술은 언제나 이류의 기술이다.
김정한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는 1960년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조그만 모래톱으로 만들어진 섬, 조마이섬이 배경이다. 을숙도가 모델이라고 해서인지 갈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나’는 부산 K중이라는 일류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반 학생 중 조마이섬에서 나룻배를 타고 통학하는 건우라는 학생이 있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는다. 소설은 가정방문차 나룻배로 강을 건넌 다음, ‘갈밭 속을 뚫고 나간 좁고 긴 길’을 따라 건우라는 학생네 집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작가는 조마이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과 싱싱하게 자라는 갈대를 대비시킨다. 길가 수렁과 축축한 둑에는 빈틈없이 갈대가 우거져 있었다. 쑥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은,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하늘과 땅과 계절의 혜택을 흐뭇이 받고 있는 듯, 한결 싱싱해 보였다. “저 갈대들이 다 자라면 지나다니기가 무서울 테지? 사람의 길이 훨씬 넘을 테니까.” 나는 무료에 지쳐 건우를 돌아보았다. “괜찮심더, 산도 아인데요.” 그는 간단히 대답할 뿐이었다. 아직도 짐승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것을 미처 모르는 모양이었다. 건우 아버지는 6·25 때 전사했고, 삼촌은 원양으로 삼치잡이를 나갔다가 죽었다. 건우 할아버지는 ‘갈밭 속에서 나고 늙어 간다는 데서’ 별명이 ‘갈밭새 영감’이다. ‘나’는 건우의 일기와 가정방문을 가서 만난 건우 할아버지 등을 통해 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조마이섬 소유자가 주민들과는 무관하게 일본강점기엔 동양척식주식회사, 해방 후엔 국회의원, 현재는 매립 허가를 받은 유력자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듣는다. 주민들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 자기들 것이 라고 믿어 오던 땅이었다. 그런데 그해 처서(8월 23일쯤) 무렵 낙동강 일대에 6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다. 나는 조마이섬 주민들을 걱정하며 강변에 나갔다가 조마이섬이 이미 물에 차 있는 것을 목격한다. 섬 주민들은 부실하게 쌓아놓은 둑을허물지 않으면 섬 전체가 위험할 것으로 판단하고 둑을 허물었다. 이 과정에서 건우 할아버지는 둑을 유지하려는 유력자의 하수인 중 한 명을 탁류에 던져 숨지게 한다. 이후 9월 개학을 했지만 건우를 볼 수는 없었다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갈색이라 ‘갈대’ 이처럼 소설은 실제로 그 땅에 살면서도 외세와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한 번도 그 땅을 소유하지 못하는 민중들의 분노와 저항을 담고 있고, 건우 할아버지의 저항은 그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투박한 어투로 민중의 현실을 증언하는 ‘모래톱 이야기’는 ‘우리 의식 바깥에 있던 민중의 존재와 민족 현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작품이었다(부산일보, 2008년 ‘새로 쓰는 요산 김정한’ 시리즈). 작가 김정한(1908∼1996)은 평생을 일제, 독재와 맞서 싸우는 반골의 생애를 살았다. 동래고보(현 동래고) 재학시절부터 독립운동에 앞장서면서 두 번이나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에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성품으로 문단에서 존경을 받았다. 작가는 고향인 경상남도 동래(지금의 부산광역시)에서 일평생을 살다가 고향 땅에 묻힌 보기 드문 문학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낙동강 파수꾼’이라는 수식어가붙는다. 작가는 또 우리말과 야생화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후배 문인들이 ‘이름 모를 꽃’이라는 표현을 쓰면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이 어딨노! 이름을 모르는 것은 본인의 사정일 뿐, 이름 없는 꽃은 없다. 모르면 알고 써야지! 모름지기 시인 작가라면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제대로 대접해야지!”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우리말 노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손수 주변 식물들을 정리한 노트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모래톱 이야기’에도 ‘쑥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길찬 장다리꽃(무나 배추의 꽃줄기에 핀 꽃)들’, ‘사립 밖에 해묵은 수양버들 몇 그루’ 등과 같이 생생한 식물 표현들이 많다. 작가의 생가(부산 금정구 남산동) 옆에는 선생의 문학과 생애를 기리는 요산문학관이 있다. 여기에는 선생이 만든 8권의 우리말 노트와 2권의 향토식물조사록 등이 남아 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한 기고에서 이 우리말 노트와 식물조사록을 회상하며 “엄숙한 문학 정신의 영역”이라고 했다. 여고생 머리처럼 단정하면 억새, 산발한 것은 갈대, 엉성하면 달뿌리풀 갈대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갈색이라 갈대라 부르는 것이다. ‘모래톱이야기’의 배경인 을숙도만 아니라 순천만, 충남 서천 신성리(금강 하구)도 갈대밭으로 유명하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갈대는 냇가·강 하구 등 습지에서 자라지만, 억새는 주로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가평 유명산, 포천 명성산, 정선 민둥산, 창녕 화왕산 등이 억새로 유명한 산들이다. 벼과 식물인 갈대, 억새, 달뿌리풀은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다. 이중 억새는 대체로 사는 곳이 다르고, 열매 색깔도 은색이 도는 흰색이라 갈대·달뿌리풀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억새는 또 잎 가운데 흰색의 주맥이 뚜렷하지만, 갈대 등은 잎에 주맥이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억새의 이삭은 한쪽으로 단정하게 모여 있다. 사람들은 대개 꽃이 피었다가 이미 지고 열매가 익어 은빛을 띠면 흰 억새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갈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억새를 얘기할 때 ‘야고’를 빠뜨릴 수 없다. 야고는 제주도, 전라도 섬지방에서 억새에 기생해 자라는 식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도 야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공원에 억새밭을 조성하면서 제주도에서 뿌리째로 옮겨 심었는데, 야고도 따라와 적응한 것이다. 9~10월 하늘공원에 가서 억새 뿌리 부분을 잘 살피면 담뱃대처럼 생긴 야고도 볼 수 있다. 갈대와 달뿌리풀은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갈대는 비교적 꽃과 열매 이삭이 촘촘히 달렸고 산발한 느낌을 준다. 반면 달뿌리풀은 꽃과 열매 이삭이 대머리 직전처럼 엉성해 휑한 느낌을 준다. 달뿌리풀은 줄기를 감싼 잎이 자줏빛을 띠는 점도 구분 포인트다. 또 뿌리가 갈대는 아래로, 달뿌리풀은 옆으로 뻗는 것도 차이점이다. 달뿌리풀이라는 이름이 ‘뿌리’가 땅 위로 ‘달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리하면 이삭이 여고생 머리처럼 한쪽으로 단정하게 모여 있으면 억새, 무성하고 산발한 것처럼 보이면 갈대, 대머리 직전처럼 엉성하면 달뿌리풀로 구분할 수 있겠다.